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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단절’ 선호하는 사람들…금융권 비대면 거래 확산
절차 복잡·인터넷 사용미숙…불편 겪는 금융소외계층
비대면 어려운 이유…‘고객편의’ 보단 ‘이익’이 우선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보지 않고 거래해요”

# 30대 후반의 직장인 A씨는 중고차를 구입하기 위해 한 은행의 모바일 앱을 통해 관련 금융 상품에 가입하기로 했다. 전화 상담을 통해 상담원이 알려준 절차에 따라 차근차근 가입을 진행했으나 과정이 너무 복잡했다. 비대면으로 거래를 진행하다 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고 일처리도 빠르게 되지 않았다. 앱을 이용하는 과정 또한 복잡하고 이를 알려주는 상담원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몇 번의 시도 끝에야 신청을 완료할 수 있었다. 가입이 완료되기까지는 한 달이나 더 소요됐다. 이율 등 상품 내역이 상담원 설명과 실제와 달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 이를 반영하는 후속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시간이 더욱 지체된 것이다. A씨는 이 같이 앱을 통한 금융 거래가 해당 금융사에 직접 방문하거나 관련 영업사원을 통해 가입했던 기존 방식보다 느리고 불편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30대 후반인 본인도 이렇게 불편한데 60대 부모님에게는 엄두도 못 낼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유통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언택트 마케팅’ 바람이 금융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택트(Untact)란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을 붙인 말로 접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즉, 언택트 마케팅이란 고객과 마주하지 않고 서비스와 상품 등을 판매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과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남을 대체해 주는 기술이 생활 속에서 확산되고 있다. 언택트 마케팅은 사람과 접촉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일로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인이나 비대면 등이 확산됨에 따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의 금융소외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금융권에서 효율성에 따라 비대면 거래 확산에 나서고 있으나 고객의 편의보다 금융회사의 이익을 중시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권, 모바일 중심 비대면 채널 강화

전문가들은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언택트 기술이 촉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 소비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타인과의 연결, 접촉을 중시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이를 피곤하게 여기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불편한 소통’ 대신 ‘편한 단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비대면 채널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비대면 채널 강화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16년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6년 6~7월 전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바일카드 이용 건수는 2015년 1.5건에서 2016년 3.6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1년 새 모바일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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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카드사들은 비대면 전용 카드 출시에 나섰다. 인터넷 전문은행, 핀테크 기업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시도로 풀이되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온라인 결제용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인 ‘삼성페이 미니’ 서비스를 올해 2월부터 시작했다. 이는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에 이어 범용성을 강화한 온라인 특화 버전으로 앱을 다운로드 해 설치하면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다.

우리카드도 2월부터 업계 최초로 모바일 앱을 활용해 24시간 365일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기존에 대출을 받기 위해 상담원과 별도의 통화를 거쳐야 했던 것과 달리 공인인증서와 휴대폰 인증을 통해 본인 명의의 계좌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카드 역시 같은 달 20~40대 젊은 고객층을 주 타깃으로 한 비대면 발급 전용 상품 ‘KB국민 청춘대로 톡톡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KB국민카드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고객센터 등 비대면 채널에서만 신청이 가능하다.

이같은 현상은 은행권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비대면 채널 전용상픔의 판매실적이 2015년 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주요 10개 은행의 비대면 채널 전용상품 판매금액은 15조4656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조1418억원 늘어났다. 판매 건수 역시 201만2000건으로 지난 2015년 상반기 대비 46만9000건 증가했다.

이는 은행들이 비대면 금융거래 확산에 나서면서 이전에는 금융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 신분증을 제시하고 일일이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던 반면 요즘은 직접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개설, 예·적금 가입, 대출 신청 등의 금융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결과로 분석된다.

또한 현재 은행들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시중 주요 은행들 중 IBK기업·KB국민·KEB하나·NH농협·우리·신한은행 등에서 앱을 통해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휴대폰으로 본인인증 절차를 거친 후 스마트폰 앱으로 신분증을 촬영하거나 영상통화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하면 된다.

보험사 역시 텔레마케팅·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한 보험상품이 증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상품은 지난해 상반기 1조7000억원으로 1년 새 27% 증가했다.

보험사들은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 보장내용이 단순하고 정형화된 상품 위주로 비대면 전용상품을 판매중이다. 특히 비대면 전용보험상품의 경우 대면채널에 비해 낮은 사업비 부과 등으로 보험료가 대락 5~10%(인터넷 채널기준) 저렴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비대면 확산으로 인한 금융 사각지대 발생

그러나 언택트 기술의 보편화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소외시키는 ‘언택트 디바이드(untact divide)’와 같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관련해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모바일 부가서비스 미이용자의 향후 이용 의사를 조사한 결과 ‘절차의 복잡성’과 ‘인터넷 사용미숙’이 받은 점수가 2015년 대비 소폭 상승(각각 64.9점→67.5점, 51.6점→56.1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절차의 복잡성과 인터넷 사용미숙으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는 계층이 존재하며 이들은 향후에도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1년 새 더욱 강해진 것이다. 

특히 디지털 시스템에 대한 어려움은 고령층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0대와 70대 이상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각각 14%, 4.3%에 불과했다. 20대와 30대의 이용률이 각각 79.8%, 88.1%인 것에 반해 현저히 이용률이 떨어졌다.

또한 현재의 금융상품들이 충분한 설명이나 상담 없이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복잡하고 다양해진데다가 IT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인터넷, 모바일 뱅킹, ARS를 통한 금융 거래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만큼 비대면 거래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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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편의보다 책임 회피가 중요한 금융사?

일각에서는 금융회사들이 금융사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해 우리나라의 비대면 금융거래가 복잡하고 불편해졌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해외에서는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거나 금융서비스에 가입할 때 고객의 실명과 본인 여부를 확인함에 있어 그 부담을 금융회사가 지고 고객은 쉽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보안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콘텐츠에 대해서도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는 등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0월말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4개 권역 총 91개 금융회사의 전자금융거래용 웹사이트 156개를 대상으로 보안프로그램 설치현황을 조사한 결과 일부 웹사이트에서 단순 조회성 콘텐츠에 대해서도 보안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설치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5곳(은행 6곳, 증권사 1곳, 보험사 8곳)에서는 전체 메뉴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강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금융회사들이 고객의 편의보다 금융회사의 이해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임으로 인해 고객서비스 품질 향상에 한계를 드러내며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만큼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변화하는 금융환경…소비자 위한 개선책 마련 시급

이에 비대면 거래 안전성 등 시스템 개선과 함께 근본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고령층 등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권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회사 자율적으로 고령층 금융소비자를 위한 전용 창구 및 전화를 적극 운영토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대형 점포 또는 고령자 고객이 많은 점포를 중심으로 전용 상담(거래)창구를 운영토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회사가 금융소외계층에게 어떻게 편의성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금융권에서 비대면에 의한 거래가 급속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금융 환경에서 소외 계층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그들이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 소외가 생겨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젊은 계층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디지털에 능하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교육을 통해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소비자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금융회사별 보안프로그램 설치 요구 현황을 점검하고 공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 시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에게 보안프로그램 설치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고 있음에 따라 보안강화를 위해 보안프로그램을 원하는 고객은 프로그램을 설치토록 안내하고, 설치를 원하지 않는 고객에 대해서는 강제로 설치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에서는 향후 금융회사별로 전재금융거래 시 다양한 인증수단을 활성화하고 보안프로그램 설치에 따른 고객 불편을 개선하는 등의 전자금융거래 이용편의성 제고 실적을 지속적으로 점검·지도할 계획이다.

‘손 안의 작은 혁명’이라고 불리는 스마트폰, 이 말마따나 모바일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면서 금융권에서도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채널 강화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금융회사들의 금융사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인해 비대면 금융거래가 복잡하고 불편해져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비판도 존재하는 만큼 고객의 편의를 중시하는 개선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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