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7년이 지나고 있다. 모 시사평론가는 올해를 ‘매년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났다고 얘기하지만, 올해가 제일 다사다난했다’고 평가했다.

2017년은 달력을 생산한 업체, 그리고 휴대전화를 만드는 업체들에게는 조금 난감한 한 해였을 것이다. 2016년에 기껏 2017년 달력을 만들었는데, 당초에 있던 12월 달력에 두 개의 “빨간 날”이 하나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업체야 업데이트를 하면 그만이지만, 달력을 만든 업체는 바뀐 달력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항간의 소문에 따르면 지난 5월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 나갔던 모 후보의 달력에는 12월 20일(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없었다면, 대통령선거일이었던 날)에 빨간색 펜으로 그려진 동그라미와 별표가 가득했다고 전해진다. 달력을 처음 받고 동그라미와 별표로 도배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달력을 받았을 때쯤에도 탄핵의 분위기는 물씬 풍겼었다. 그렇다면 이 전 후보가 애초에 탄핵을 동의하지 않았거나, 탄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2017년이 달력의 빨간 날이 바뀔 정도로 다사다난한 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초 탄핵이 통과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영국 혁명, 프랑스 대혁명, 미국 독립혁명, 그리고 최근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쟈스민 혁명 등 많은 민주화 혹은 부정한 정권의 교체를 요구하는 시위에는 항상 대규모 유혈 사태가 뒤따랐다. 우리나라에서도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고, 민주화의 움직임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결과까지 낳았다. 그런데 이번 정권 교체의 경우 다른 나라의 사례와 달리 대규모의 유혈사태 없이, 1년 전 있었던 평화로운 촛불시위와 합법적 과정을 거친 결과였다. 그래서일까? 이번 촛불시위와 여기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국제적 인권상인 “에버트 인권상”을 수상했다.

필자 역시 대부분의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또한 졸업한 동문들에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위한 선언문 작성을 독려했고, 지난 이명박 대통령 집권 말기부터 근현대사 팟캐스트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약 1년여 동안 교수직에서 부당하게 면직된 상태로 지내다가 올해 복귀했다. 필자의 1년도 참 다사다난했다.

그런데 그 과정동안 내가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거나 엄청나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와 학술활동, 그리고 마이너스 통장으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따박따박 급여가 나올 때보다 사는게 쉽진 않았다. 그런데 그 때 당시는 매우 고통스럽다는 느낌은 없었다. 촛불혁명의 한가운데 있었고, 촛불혁명에 동참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사람들마다 처한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촛불혁명 당시에 대하여 느끼는 고통도, 2017년을 보내는 마음도 다 제각각일 것이다. 확실한 것은 필자는 촛불혁명의 결과 2017년 불의한 정권을 교체했고, 이것에 뿌듯함을 느낀다는 것이고, 이것은 촛불혁명에 동참했던 사람들은 거의 비슷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촛불혁명에 동참했던 사람들의 감상이 어떤지 궁금한 것과 함께, 또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역사가 2017년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관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촛불혁명과 그 이후의 적폐 청산이 진행되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4.19 혁명이나 5.18 민주혁명 때 그 곳에 있었거나, 그 이후의 과정을 지켜봤던 사람들이 아직 생존해 있고, 그 분들의 이야기는 이 사건들에 대한 재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영국 혁명이나 프랑스 혁명, 미국 독립혁명 때 생존했던 사람들은 현재 없다. 그리고 이러한 혁명들은 교과서에서나 배울 수 있다. 혁명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현재에 관하여 내리는 평가와 시간이 지난 후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는 어떻게 다를까? 혁명의 한가운데 있었던 사람으로서 궁금하다. 그리고 그들의 증언과 기억은 반드시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 이것이 후세의 역사적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오는 형태의 혁명은 중단됐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촛불을 들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주변의 적폐를 청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바탕에는 적자생존을 위한 경쟁보다는 연대와 단결을 통해 함께 살려는 노력이 필수적일 것이다. 연대하고 단결하는 2018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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