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에 화답한 ‘이게 나라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는 도중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장미대선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
소통 앞세워 고공 지지율 견인해

이명박·박근혜 향하는 적폐청산 드라이브
외교·안보 분야는 최악, 해법 쉽지 않아

올해의 인물은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난 3월 10일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말 한마디가 세상을 바꿔놓았다. 이어 장미대선이 치러지고 문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현재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6개월 성적표는 그야말로 의미가 있는 성적표다.

【투데이신문 장승균 기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말 한마디로 장미대선이 시작됐다. 사실 장미대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언론, 특히 보수언론의 평가는 야박했다. 보수 패널들은 연일 방송에 출연해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여념 없었다. 보수 언론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과연 문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층은 견고했다. 보수언론이 문 대통령을 공격하면 공격할수록 굳건하게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이 단단한 지지층은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게 5월 9일 새로운 역사가 쓰이게 됐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출국자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새로운 역사 써내려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바뀌면서 가장 큰 변화를 느끼게 된 부분이 바로 소통이다. 역대 대통령의 경호는 상당히 엄중했다.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대통령과 함께 셀카를 찍기 위해서는 상당히 힘든 절차를 밟아야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런 경호를 무너뜨리고 일반 시민들이 셀카 찍는 것을 허용했다.

지난 5월 12일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에 방문했다. 당시 시민들이 셀카를 찍기 위해 접근해 경호 라인이 무너졌지만, 문 대통령은 태연하게 시민들과 셀카를 찍었다. 그 이후 문 대통령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셀카를 함께 했다. 연예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또 다른 변화는 청와대 수석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장면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청와대 관저 내에서 수석들과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나라가 바뀌었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호팀이 문 대통령의 겉옷을 받으려고 하자 직접 하겠다면서 겉옷을 의자에 걸치는 모습은 의전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또 회의에서 자신은 듣는 입장이고 보좌관들이 회의의 주체라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며 회의의 자율성을 보장했다.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좌관들은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수첩에 빼곡히 적어야 했다. 박근혜 정부의 수직적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그 덕분에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이 현재 국정농단의 증거로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수평적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소통 구조가 결국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문재인 정부의 소통에서 가장 눈여겨봐야할 점은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방문해 아이들이 함께 사진을 찍으려 하자 문 대통령은 쪼그려 앉아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포항 지진 당시에는 체육관으로 달려가 바닥에 털썩 앉아 피해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소통이 현재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지지율 고공행진의 힘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의 또 다른 카드는 적폐청산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조국 민정수석의 임명이다.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에 앉히는 것이 통상적인데 그 자리에 서울대 교수를 앉혔다는 것은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런 파격적인 인사는 곳곳에서 발견됐다. 남북정상회담을 주도했던 서훈 전 국가정보원 차장을 국정원장에 내정한 것이나 피우진 보훈처장을 임명한 것도 파격적이다. 보훈처장에 여성을 앉힌다는 것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사였다.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임명한 것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임명은 기자들도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이후 적폐청산 드라이브는 계속됐다. 국정원 개혁위원회와 적폐청산 TF는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발견하게 됐다.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사이버 외곽팀’ 운영 사실이 밝혀졌고 국정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도 확인됐다. 또한 국정원이 박근혜 정부 당시 특수활동비를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계속 이어져 오고 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다스가 누구 것인가를 밝혀줄 검찰 수사팀이 꾸려지면서 적폐청산의 칼날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옮겨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내년 2월 정도에는 이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자리 창출은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자신의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그럼에도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다. 즉 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업률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내년도에 어느 정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의 성패가 달려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오점은 아무래도 고위 공직자 인사다.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자는 국회 표결 결과 임명동의안이 부결됐고, 안경환·조대엽·박성진 전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해야 했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박기영 전 과기혁신본부장.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역시 낙마했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을 완전하게 꾸리는데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낙마 위기에 있었지만 간신히 임명됐다. 이로 인해 청와대 인사 검증 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와 함께 야당들은 조국 수석의 경질을 요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아직도 조국 수석에 대한 신뢰가 상당하다.

문재인 정부의 6개월에 있어 가장 최악은 아무래도 외교·안보 분야다. 북한은 핵 개발을 가속화했고, ICBM을 개발했다.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책) 배치에 반발하면서 경제보복을 단행했다. 동맹국 미국은 한미FTA 재개정 등을 통해 압박을 가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집권여당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역시 고공행진을 함께 하고 있다. 덕분에 고사 직전에 놓여있는 야당들은 살기 위해 통합 등 정계개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성공할지는 내년 지방선거 성적표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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