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최근 몇 년간 여성혐오와 성소수자 혐오 등 젠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2017년에도 수많은 성범죄가 발생했으며 성범죄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성소수자 인권을 강조한 ‘성평등 정부’를 표방하고 나섰다. 동시에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투데이신문>은 2017년 사회를 들끓게 한 젠더·성폭력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초등생과 성관계 한 교사 ‘징역 5년’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6학년 남학생과 수차례 성관계를 이어온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경찰 조사결과 A교사는 지난 3월께 학교 행사 지도를 맡으면서 같은 학교 6학년인 피해 남학생을 알게 됐다. A교사는 지난 5월경부터 건물 화장실, 지하 계단 등에서 피해 학생에게 입을 맞추고 자신의 상반신이 노출된 사진을 휴대전화로 전송하는 등 성추행했으며 지난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자신의 승용차와 교실 등에서 피해 학생과 성관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피해 학생의 부모가 아들의 휴대전화에 여성의 상반신 노출 사진 등이 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해 드러났다. A교사는 지난 9월 파면됐다.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11월 14일 A교사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신상정보 공개와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대선후보 ‘동성애 찬반’ 검증 논란
‘장미대선’을 앞둔 4월 25일,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간 설전이 벌어졌다.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군내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홍 후보가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2번 물었고 문 후보는 “반대한다”고 명확하게 답했다
이후 홍 후보가 “분명히 동성애 반대하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문 후보는 “저는 뭐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집요하게 “찬성이냐 반대냐 물은 것이다”라고 했고 문 후보는 “(동성혼) 합법화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론이 방송된 후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성명을 내고 문 후보와 홍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문 후보의 발언은 성소수자의 존재, 인간의 다양성을 부정하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 발언”이라고 규탄하고 홍 후보에 대해서도 “동성애 혐오 선동을 멈추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홍준표 ‘돼지 발정제’ 논란
지난 4월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는 2005년에 발간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 실린 ‘돼지 발정제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대학교 1학년 때 친구가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흥분제’를 구해달라고 부탁하자 궁리 끝에 다른 친구들과 돼지 발정제를 구해 줬다는 내용 때문이다. 해당 내용이 회자되자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당시 대선후보였던 홍 대표에 대해 후보 사퇴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홍 대표는 5월 22일 자신의 SNS에 "50세가 되던 해인 2005년에 어릴 적부터 그때까지 제가 잘못했던 일에 대한 반성문으로 '나 돌아가고 싶다'라는 자서전을 쓴 일이 있다"며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이고, 스스로 고백했다. 이제 그만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탁현민 ‘여성비하’ 논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은 지난 2007년 저술한 <남자마음 설명서>에서 '대중교통 막차 시간을 맞추는 여자는 구질구질해 보인다', '이왕 입은 짧은 옷 안에 뭔가 받쳐 입지 마라' 등 여성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을 일으켰다. 또 같은 해 3명의 저자와 함께 공동저자로 참여한 대담집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는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본인과 성관계를 맺은 여성을 친구와 ‘공유’했다고 표현했다. 해당 여성은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다. 이에 여성계는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탁 행정관에 대한 사퇴 요구가 일었으나 그는 여전히 행정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탁 행정관은 5월 26일 자신의 SNS에 "10년 전 당시 저의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전국 각지서 퀴어문화축제 열려
7월 15일,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제18회 퀴어문화축제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축제에는 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다수의 퀴어커뮤니티들과 종교계에서 부스를 마련하고 참여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참가해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로 18회를 맞이한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취지로 2000년부터 매년 6월에서 9월 사이 열리고 있다.
한편 이에 앞서 6월 24일 대구 동성로광장에서 제9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또 9월 23일 부산 해운대 구남로에서 제1회 부산퀴어문화축제가, 10월 28일 제주 신산공원에서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
지하철서 ‘불법촬영’한 현직 판사
7월 18일, 현직 판사 A씨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신체를 불법촬영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판사 홍종희)는 11월 15일 A씨를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A판사가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약식기소의 이유를 밝혔으며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벌금 300만원을 약식 명령했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A씨에 대해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감봉 4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현재 A씨는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며 징계가 확정되면 사직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군 대위 사망사건
5월 24일, 해군본부 소속 A대위는 같은 과 과장인 B대령의 성폭행으로 정신질환을 겪다 5월 2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 검찰은 같은 달 26일 B대령을 구속했으며 6월 21일 B대령을 여군 A대위 사망사건 피의자 B대령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치상, 군인 등 준강간, 군인 등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B대령은 술자리에서 A대위에게 술을 먹여 저항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고 성폭행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관계자는 “용납할 수 없는 성군기 위반 사건으로,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유사 사건의 발생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샘 사내 성폭력 사태
11월 3일, 가구 제조·유통기업 한샘의 여성 직원이 지난 1월 교육을 담당했던 남성 직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당초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직원은 인사위원회를 통해 징계 해고 조치를 받았으나, 이의제기를 통해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성 직원 또한 성폭행 사실에 대해 진술을 번복했다는 이유로 감급 10% 징계를 받았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한 뒤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검찰도 혐의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한샘 관계자는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인사규정 등을 재정비하기 위한 임원회의가 진행 중"이라며 "논란이 된 두 직원들에게도 불필요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여성 직원은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에 선정적 공연 강요
지난 11월 12일,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재단 행사에서 선정적인 복장을 입고 춤을 추도록 강요받았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한림성심병원 등 일송재단 소속 5개 병원들은 매년 개최되는 재단 체육대회 ‘일송 가족의 밤’ 행사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성심병원 간호사들은 “관리자들이 선정적인 춤을 강요한다”며 “경쟁적으로 다른 병원보다 더 야한 옷을 입도록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성심병원 측은 “조직 차원에서 지시한 사항은 아니”라며 “물의를 일으킨 ‘일송 가족의 밤’행사를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보수 개신교계 압박에 ‘성평등→양성평등’ 후퇴
여성가족부가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하기에 앞서 11월 16일 공청회를 열었다. 계획 명칭엔 ‘양성평등’이라고 돼 있었으나 이날 정책 설명에서는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공청회에서는 일부 참석자들이 “성평등이라는 단어 사용은 곧 성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며 결국 동성혼 합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성평등 NO, 양성평등 YES”를 외쳤다. 12월 14일과 18일에는 보수 개신교 단체를 중심으로 조직된 ‘동성애·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여성가족부는 해체하라”며 시위를 했다.
보수 개신교계의 압박에 여가부는 결국 용어를 수정했다. 공청회 당시 ‘함께하는 성평등, 지속가능한 민주사회’라는 비전과 ‘성평등 시민의식의 성숙’이라는 목표가 명시돼 있었으나 지난 20일 확정된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서 비전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드는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민주사회’로 변경됐으며 목표도 ‘성숙한 남녀평등 의식 함양’으로 수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