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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리본이 말하다⑧] 4.16연대 박래군 “세월호 유가족, 노란리본에 힘 얻어”[특별인터뷰] 세월호 유가족의 든든한 지원군 4.16연대 박래군 공동대표
전소영 기자  |  jsy@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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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9  17: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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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연대 박래군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4.16연대, 지속 가능한 세월호 운동기구
‘세월호 특별법’ 제정 최우선 목표로 삼아

무력화된 1기 특조위에 좌절하기도
2기 특조위, 더 강력한 권한 가져야

내 가족 위해라도 세월호 잊어선 안 돼
돈보단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되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요즘같이 팍팍한 사회 속에서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사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늘 같은 자리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 4.16연대 박래군 공동대표다.

박 대표는 소중한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의 슬픔을 나눴다.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도 함께 맞길 주저하지 않았다. 세월호 추모집회를 열어 각종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구속되는 와중에도 박 대표의 머릿속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뿐이었다. 

그는 무엇을 위해 끝을 알 수 없는 이 고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걸까.

<투데이신문>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한쪽 가슴에는 노란리본배지를, 다른 쪽에는 세월호배지를 달고 다니는 그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참사의 의미와 주어진 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4.16연대 박래군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Q. 세월호 참사 이후 4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평가하나.

힘든 시간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고통스러운 시간 동안 가만히 있지만 않고 세상을 바꿔가기 위한 활동들을 해왔다. 그 과정들은 통해 유가족들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 그들 스스로가 중심이 돼 방향을 잡고 진상규명을 위한 운동을 이끌어 가고 있다.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다.

Q.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앞장서 4.16연대 공동대표 맡고 있는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전에는 재난 참사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운동 활동을 한 사례가 없다. 하지만 워낙에 큰 사건이기도 하고 너무나 잘못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전국의 800여개의 단체가 모여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우리의 목적은 당연히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었다. 이런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운동기구를 만들고자 4.16연대를 출범하게 됐다.

Q. 4.16연대는 유가족과 매우 가까이에서 그들을 지켜봤다. 유가족 못지않게 힘든 시간을 보냈을 듯한데.

우리 사회는 세월호 피해자들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울어주고 공감해왔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마찰을 빚기 시작하면서 그들을 공격하고 모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 상황들을 지켜보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  세월호 추모집회 중 불법 행위를 주도한 혐의와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박래군 공동대표 ⓒ뉴시스

Q.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어떤 심경이었나.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활동과 진상규명을 방해하던 당시 집권 세력들에 의한 결과였다. 세월호 인양을 분명하게 약속하지 않았고 특조위를 무력하게 하는 시행령 안을 발표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가족,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광화문에서 1주기 추모집회를 열게 됐다. 이를 주도 것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나를 구속했다. 내가 구속됐다고 해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싸움이 중단된다고 보진 않았다. 우리의 목소리를 폭력으로 진압하려는 정부의 노골적인 태도에 대응하는 과정들을 거쳐 결국 특조위가 구성되고 인양을 약속받을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들보다도 정말 힘들었던 건 특조위 강제해산이었다.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로 무력화시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Q.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취임 직후 4.16연대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는데.

황 전 총리는 당시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은 모두 때려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취임하자마자 그런 일을 했다고 본다. 그가 국무총리가 된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4.16연대부터 겨냥할 줄은 몰랐다. 법무부 장관 시절에도 세월호 참사 수사와 관련해 축소 수사를 지시한 장본인이기도 하고 진상규명도 가로막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을 한 게 아닌가 싶다.

Q. 1기 특조위가 당시 여당의 방해로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더욱더 2기 특조위 출범에 대한 기대가 큰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4월 16일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3주기 기억식에서 만약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지 않더라도 정부차원의 조사기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2기 특조위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특별조사 기관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취지는 좋았지만 법적인 기구가 아니라면 분명 한계점이 있다. 때문에 2기 특조위 출범을 우선적으로 하되 정부가 협조해 빠른 시일 내에 조사활동에 착수할 수 있도록 정부와 유가족, 가족협의회가 조율해나가는 단계다. 그동안 1기 특조위가 무력화되는 과정을 지켜봐 왔다. 때문에 2기 특조위는 더 강력한 권한을 가져야만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진상규명이 상당히 진전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Q. 4.16연대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재조사를 요구하는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왜 구조하지 않았느냐’다. 구하지 못한 게 아니라 구하지 않은 것이다. 구조할 시간이 분명 있었고 배에서 탈출하라고 알리기만 했어도 다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하지 않았다. 생존자 역시 스스로 판단에 따라 살아남은 것이지 적극적인 구조 활동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 이유가 무엇진지 밝혀내는 게 가장 우선적이다. 두 번째는 ‘침몰 원인’이다. 침몰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낡은 배를 가져다 불법으로 증·개축을 해서인지, 과적·과속에 의한 것인지 등에 대해 밝혀내야 한다. 세 번째는 ‘특조위 조사 활동 방해 배경’이다. 누구의 지시에 의해 특조위의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한 것인지 밝혀내고 그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Q. 시간이 흐르고 각종 자료와 증거 훼손으로 올바른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진상규명이 100% 이뤄질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1기 특조위가 확보했던 증거와 증거가 없는 부분들에 대한 자료를 확보만 한다면 상당부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관심이다. 2기 특조위가 이전보다 좋은 조건에서 활동한다고 할지라도 국민의 관심과 여론에서 멀어지면 사실상 힘을 쓸 수 없다. 그러면 세월호가 빨리 잊히기 바라는 세력들이 저항하며 또다시 특조위 활동을 어지럽힐 수 있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2기 특조위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조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격려도 하고 잘못한 것은 채찍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목포신항 앞에서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박래군 공동대표 ⓒ뉴시스

Q. 지난해 11월 미수습자 가족들이 결국 수색을 포기하고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2014년 11월 11일 수색을 중단했을 때 세월호 유가족들과 4.16연대가 철저한 유실방지 대책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제대로 된 유실방지 대책은커녕 성의 없이 그때그때 상황을 모면하려는데 급급했다는 게 드러났다. 때문에 선체가 인양되고도 결국 미수습자 명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가족들이 지칠 대로 지친 것이다. 그들의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지만 이후 최종적으로 선체수색이 종료되는 마지막 날까지 유해가 나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우리나라 해양 참사는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배를 인양해 수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만약 유가족들이나 미수습자 가족들이 포기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지옥 같은 시간에서 벗어나 용기를 내 살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격려하고 위로해줬으면 좋겠다.

Q. 4.16가족협의회와 4.16안산시민연대 등과 함께 ‘4.16재단’을 설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만 아는데 이것 말고도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구제에 관한 특별법이 있다. 그 법에 따르면 추모사업과 안전문화 확산, 피해자 지원과 관련된 일을 하는 4.16재단을 만들게 돼 있다. 정부나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것보다 우리가 만드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리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민주적으로 바꿔가는 활동과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단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2014년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당시 650만명의 시민이 서명에 참여했던 것처럼 많은 시민들이 작게라도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사람의 생명보다 돈 중심으로 흘러가는 가치관을 포함해 국가 시스템, 법, 제도 등을 모두 바꿔야 한다. 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들이다.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은 운이 좋아서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바꿔가야 할 것이다.

   
▲ 4.16연대 박래군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Q. 세월호 참사가 지겹다는 이들도 있다.

얼마 전 밤늦게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데 노인 한 분이 내 가방에 달린 노란리본을 보고 ‘나라꼴이 어떻게 되려고 저러냐’, ‘요즘엔 부모가 돌아가셔도 49재로 탈상하는데 3년이 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런 참사가 일어나면 유가족에게 돈을 주고 아무 말 못 하도록 조치하고 대충 서둘러서 사건을 덮어버리는 게 공식이었다. 예를 들어 509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사건의 경우에도 지금 그 터에 아파트가 들어섰지 않나. 그런 공식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기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이런 움직임은 유난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게 유난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유난을 떨어야 한다. 아무리 욕먹을지라도 세월호 참사가 잊히지 않고 기억하면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 내 가족이, 내 자손들이 이런 위험한 사회에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Q. 세월호 추모가 ‘국민분열’의 원인이라는 시각에 대한 생각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마자 노란리본과 같은 추모물결이 일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시민들이 함께 울고 아파했었다. 그런데 유가족들이 돈을 몇억씩 받았다는 가짜 뉴스가 돌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이 하나 둘 씩 등을 돌렸다. 분열하려고 해서 한 게 아니라 그런 상황을 만드는 세력이 있던거다. 유가족들은 노란배지, 노란리본에 많은 힘을 얻는다. 노란리본 물결운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났으면 좋겠다.

Q.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다. ‘촛불정권’인만큼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 많이 걱정스럽다. 지금은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지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이 메시지들이 정책과 제도로 변화해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바뀌었지만 각 부처에는 적폐세력으로 볼 수 있는 예전 관료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전 정부와 동거하고 있는 셈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기존 관료에 포위돼 개혁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현 정부 역시 그 부분이 가장 우려스럽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라면 망설이지 말고 국민을 믿고 적폐청산과 사회개혁 등 할 건 했으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그래야 거꾸로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Q.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 사회는 냄비 성향을 띤다. 열심히 싸우다가도 금방 잊고 제자리로 돌아가곤 한다. 하지만 4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지금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세월호 참사 관련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어떤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본다. 이것이 우리끼리만의 움직임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할 수 있길 바란다. 또한 무엇보다 진상규명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문화와 가치관을 바꿔가야만 할 것이다.

Q. 전국의 노란리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모두가 노란리본을 달고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는 것은 미래의 희망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먹고 살기 힘든 와중에도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의지를 가져줘서 매우 감사하다. 그들 덕분에 유가족과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노력한다면 그만큼의 성과가 반드시 있을 거라 생각한다. 돈보다는 세상의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로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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