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F리테일

제품명으로 등장한 외계어
편의점서 초성 딴 제품 등장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독특한 이름의 초코케이크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바로 CU에서 판매하는 쇼콜라 생크림 케이크 ‘ㅇㄱㄹㅇ ㅂㅂㅂㄱ’가 그 주인공이다.

한 숟가락 떠 입안에 넣었을 때 입안 가득히 퍼지는 진한 초콜릿 맛, 크게 부담 없는 3000원이라는 가격이 해당 제품의 성공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초성’만 사용한 점도 인기요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온라인상이나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에서 초성만 사용하는 경우가 흔히 있어 해당 제품은 젊은층의 소비자 눈에 쉽게 띄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조어, 줄임말 등이 낯선 중장년층은 해당 제품명이 무슨 뜻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기도 했다.

40대 직장인 A씨는 “‘ㅇㄱㄹㅇ ㅂㅂㅂㄱ’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이응 기역 리을...뭐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A씨가 해석과 독음에 어려움을 표한 제품명 ‘ㅇㄱㄹㅇ ㅂㅂㅂㄱ’는 ‘이거레알 반박불가’라는 말에서 초성만 딴 것으로 ‘이건 진짜 반박할 수 없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주로 반박하기 힘들 정도로 논리적인 주장을 지지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초성 문자’ 시작은 언제?

그렇다면 이러한 표현은 언제부터 사용된 것일까.

말을 줄이다 못해 초성으로만 이루어진 문자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이 보급, PC 메신저가 인기를 끌면서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빠르게 주고받는 메신저 특성상 줄임말을 사용하는 게 더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2000년대 초반쯤부터 사용되던 ‘ㅇㅇ(응응‧흔히 알았다는 뜻으로 사용)’, ‘ㄴㄴ(노노‧흔히 부정할 때 사용)’ 등의 초성 문자는 현재에도 흔히 사용되고 있다.

10대~20대 젊은 층에서는 초성만으로 된 문자를 주고받으며 서로 뜻을 맞추는 놀이가 한 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해석이 어려워 마치 외계어처럼 보인다는 ‘ㅇㄱㄹㅇ ㅂㅂㅂㄱ’처럼 2개 이상의 어절을 초성만 나열하는 문자를 쓰기 시작한 것은 대략 4~5년 전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카카오톡이나 온라인상에서 더 빠르고 편리하게 문자를 보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ㅇㄱㄹㅇ ㅂㅂㅂㄱ’, ‘ㅇㅈ(인정)’, ‘ㄷㅇㅂㄱ(동의보감‧동의한다는 뜻으로 사용)’ 등 초성으로만 된 문자들이 쉽게 사용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중장년층이 소화하기엔 다소 어렵다. 또한, 출처도 불분명한 외계어 및 과한 초성 문자 사용은 우리말을 헤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단순히 그들만의 은어 수준을 넘어 제품명으로 등장, 적절성 논란도 예상될 수 있는 대목이다.

‘레알? 리얼?’

초성을 풀어 내 ‘이거레알 반박불가’ 읽어낸다 해도 40대 A씨가 뜻을 알기 쉽지 않은 건 매한가지다.

‘이거’는 이것이란 말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지만 ‘레알’은 생소하다. 현재 ‘진짜의’, ‘실제의’란 의미로 사용되는 ‘레알’은 영어 형용사인 ‘Real’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굳이 ‘리얼’이 아닌 ‘레알’이라고 발음하게 된 배경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이 스페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레알을 따 ‘진심으로’, ‘진짜로’ 등의 감탄사로 사용된 것을 꼽고 있다.

하지만 사실 축구팀에서의 레알(real)은 왕실을 뜻하는 것으로 ‘진짜’라는 뜻을 가진 영어 리얼과 거리가 멀다. 다만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한 언어유희로도 볼 수 있다.

‘반박불가’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주로 ‘이거레알’과 호응돼 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중장년층이 소화하기엔 다소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또한 출처도 불분명한 외계어 마케팅은 우리말을 헤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BGF리테일의 해석

해당 제품명이 무슨 뜻인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직접 물어봤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거레알 반박불가)는 제품명이 아니라 부제”라며 “쇼콜라, 생크림 등 제품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상품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소비층인 2030세대의 최신 코드에 맞춰 초성으로 부제를 지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바꿔봤다

BGF리테일 관계자가 제품에 대해 설명을 했으나 명확한 느낌이 다소 떨어졌다. 그래서 본지는 관계자가 설명한 내용을 우리말로 최대한 풀어봤다.

이 관계자의 말을 토대로 해당 케이크의 부제를 해석하면 “쇼콜라와 생크림의 맛이 뛰어나지만, 가격도 저렴하다. 이 부분은 진짜(혹은 정말이)며 반박할 수 없다”가 될 수 있겠다.

한편, 외계어의 사용과 관련해 국립국어원 측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려는 청소년들의 일시적인 기업이 편승한 것이라는 평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급식체, 야민정음 등 청소년들은 언어적인 측면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 한다. 이번 사례는 그들이 만든 일시적인 유행에 기업이 편승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한글파괴 염려는 되지 않는다. 과거 삐삐용어, 통신용어가 그랬듯 한글은 자정 능력이 있다. 외계어 또한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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