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법 없다④] 노쇼를 막기 위한 법은 없다

▲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100인분을 준비했지만 손님은 결국 오지 않았다.’ 이 같은 노쇼로 인한 피해는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노쇼(No-Show, 예약부도)는 예약을 하고 취소한다는 연락 없이 예약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행위다. 업계는 노쇼로 인해 파산하는 업체들도 있다며 그 심각성에 대해 꾸준히 지적하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법은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5년 기준 조사결과에 따르면 음식점, 미용실, 병원, 공연장, 고속버스 등 5대 서비스 업종에서 예약 부도로 인한 매출 손실은 연간 약 4조5000억원, 고용손실은 연간 10만8170명에 달한다. 여기에 연관 제조업체의 손실까지 합치면 8조2700억원까지 손실은 불어난다.

이들 5대 서비스 업종의 평균 예약 부도율은 식당 20%, 개인 병원 18%, 미용실 15%, 고속버스 12%, 소규모 공연장 10.1%로 집계된다.

이처럼 노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피해가 커져가는 가운데 관련 소상공인들은 노쇼 고객들의 블랙리스트를 공유하거나 아예 예약을 받지 않는 등 자체적으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쏟아지는 노쇼 피해

노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 사례는 SNS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한 식당은 1인당 3만원짜리 코스 메뉴 40인분 예약에 맞춰 신선한 식재료를 준비하고 아르바이트까지 추가 고용했다가 노쇼로 인해 기회비용을 포함해 약 120만원의 손실을 봤다.

또 어느 횟집 주인이 90명을 단체예약한 손님이 지역을 착각해 너무 멀다며 예약을 취소하려다가 가격을 깎아주면 가겠다고 제안, 이를 억지로 받아들인 사례도 있었다.

또 다른 식당에서는 400명의 예약을 받아 상차림을 준비했으나 노쇼를 당했고 심지어 같은 회사가 이 같은 노쇼를 3번째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유명 쉐프들도 예외는 없다. 스타 쉐프인 최현석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레스토랑에 예약을 해놓고 안 나타나는 분들이 너무 많다. 계산해보니 노쇼 손님 때문에 매달 2500만원 정도의 손해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노쇼 방지 대책 낸 공정위

이처럼 날이 갈수록 갈등이 커져가는 노쇼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첫발을 내딛은 건 공정거래위원회다.

지난해 12월 29일 공정위는 노쇼 방지를 위한 외식서비스업 위약금 규정 개정을 포함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을 살펴보면 공정위는 외식서비스업을 연회시설 운영업과 그 이외 외식업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예약 취소 시기에 따라 위약금을 차등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연회시설 운영업의 경우, 사용예정일로부터 1개월 전 이전에 취소할 경우에는 위약금이 없고, 7일 전 이전에 취소할 경우에는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7일 전 이후에 취소할 경우에는 계약금과 총 이용금액의 10%를 위약금으로 규정했다.

그 외 외식업의 경우에는 예약시간으로부터 1시간 전 이전 취소의 경우에는 위약금이 없지만, 1시간 전 이후 취소의 경우에는 예약보증금을 위약금으로 업체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업계 “실효성 없다”

하지만 노쇼 방지를 위한 공정위의 첫 발걸음에 대해 당사자인 관련 소상공인들은 실효성이 없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공정위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은 권고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반 식당에서 예약보증금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예약보증금에 대한 강제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 이근재 회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노쇼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부에서 문제의식을 가져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강제규정이 되면 사람들의 인식이 ‘예약을 하고 안가면 안 되는 구나’라고 정착될 것”이라며 “예약보증금을 강제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약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공정위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권고안을 두는 것보단 입법이나 시행령, 시행규칙 등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예약보증금의 법제화를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노쇼 방지를 위한 외식서비스업 위약금 규정 개정과 관련한 업계의 실효성 의문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약금을 받고 안 받고에 대해서는 개정안을 마련할 때부터 우려됐던 부분”이라면서도 “그 부분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에 민간영역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분쟁해결기준 자체가 당사자 간의 합의나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다 보니 강행규정이 아니다”라며 “예약보증금 문제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예약문화 개선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노쇼를 근절하기 위한 소상공인들의 노력에 정부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은 먼 실정이다. 그들의 말처럼 예약보증금 제도를 법제화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예약문화 개선도 함께 필요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