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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흰 와이셔츠와 단정한 넥타이, 은행원은 예로부터 화이트칼라의 대명사로 여겨지며 각광받던 직업으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금융권에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은행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고 점포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은행들은 너도나도 점포 수 줄이기에 나선 것도 모자라 명예퇴직을 실시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이 때문에 은행원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고임금에 안정적이고 추울 때 따뜻하게, 더울 때 시원하게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은 한 때 최고의 직장으로 불렸으나 이젠 그것도 옛말이 됐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물론 금융권의 디지털화 물결로 은행들이 앞 다퉈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고객 상담과 대출 심사, 자산 관리 등 주요 업무에 로봇과 AI 기술을 도입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편리함을 얻은 금융소비자가 생기는 면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가 은행권에서 은행원들이 소외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로봇이 은행원 직무 대체?…불안감 엄습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첨단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각 산업 분야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은행권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의 의사결정은 정교한 수학적 방법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만큼 첨단 과학 및 기술 수단이 효율적으로 응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경제연구소 안배영 이사가 최근 분석한 ‘4차 산업혁명시대 은행원의 고용위험 실증조사 및 시사점’에 따르면 로봇과 AI의 도입에 따라 2025~2030년에는 은행원의 62.2%의 직무가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제1금융권(국내 은행) 임직원 중 설문조사에 응한 3769명이 전망한 결과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중 2025년에 은행원이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는 비중이 38.6%로 가장 많았고 2030년을 꼽는 비중은 23.6%로 그 뒤를 이었다. 2년 뒤인 2020년에 로봇이 은행원의 업무를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17.2%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40년 이후(13.9%), 2035년(6.3%)을 전망하는 답변도 나왔다.

대체 규모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1.4%가 대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규모에 그칠 것이라는 응답은 불과 5.0%에 불과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직무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다(매우 그렇다 포함)는 답변이 59.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대로 로봇으로의 대체 이후 은행 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 같은지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인 54.1%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은행권, 연초부터 거센 희망퇴직 바람

이 같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올해도 은행권의 인력 감축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초부터 은행권에서는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일부터 시작해 5일까지 근속연수 15년 이상, 1978년생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는다. 1년 전에는 부지점장 이상으로 대상이 한정됐으나 올해는 폭이 넓어졌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28일부터 1월 2일까지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직원과 2019~2020년 임금피크제 전환 예상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진행했고 380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자는 올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뿐 아니라 2019~2020년 임금피크제 전환 예정자인 1963~1965년생이다. 

이외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과 10년 이상 은행에 근무한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해 534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또한 KEB하나은행도 지난해 말 특별퇴직 신청을 진행해 207명,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희망퇴직 신청을 통해 1011명을 내보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일선 은행들의 경우 현재 인력구조 형태가 항아리 모형”이라며 “희망퇴직은 경영상 필요한 부분이다. 희망퇴직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63~65년생으로 임금피크제 대상인데 강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선택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주요 은행들은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감축 뿐만 아니라 영업점 통폐합을 통한 인력 감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인터넷·스마트폰을 통한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는 대신 돈이 되지 않는 점포를 통폐합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 등 시중 은행 6곳의 국내 점포수는 총 3901개로 전 분기(4046개) 대비 145개가량 줄어들었다. 또한 1년 전에(4162개)과 비교하면 255개 감소했다.

은행권의 점포 축소 기조는 여전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은행은 11개 영업점을 통폐합하기로 결정했고 신한은행은 19개 영업점을 줄일 예정이다. 또한 NH농협은행도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영업점 1162곳에서 연내 13개 지점을 축소할 계획이다.

▲ ⓒ뉴시스

짐 싸는 은행원 늘어나…“5년 내 은행 일자리 30% 사라진다”

문제는 금융권에서 은행원의 소외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금융권의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은행의 점포수는 줄고 짐을 싸는 은행원이 늘어나면서 머지않아 아예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앞으로 5년 내 은행 일자리 30%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금융 전문가인 비크람 판티드 전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인공지능, 로봇, 자연어(처리)의 발전은 업무 과정을 좀 더 쉽게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은행의 후방 지원(back-office)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7~12년 안에 은행원 10명 중 6명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가 닥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은행원들의 자리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 등 시중은행 6곳의 임직원 총수는 지난해 9월 기준 6만6679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말 7만671명보다도 3992명이 줄어든 수치다. 임직원 총수는 2015년 말 7만2269명, 2014년 말 7만5281명으로 매년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를 들면 입출금과 같은 단순 업무들은 많이 없어지고 있다”라며 “현금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은행을 찾는 고객 수도 확연히 줄면서 그런 업무는 기계나 비대면 채널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인력 줄이기보다 재교육 통한 직무 전환 힘써야”

그렇다면 은행권에서 소외되는 은행권들이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대응에 나서야 할까. 은행권에서는 인력을 줄이기보다 재훈련 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지식이 해박한 행원들을 무조건 퇴출시키기 보다는 재교육을 통해 전문적인 업무를 맡기는 쪽으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단순 처리할 수 없는 업무에 대해 공부하는 은행원들이 늘고 있다”라며 “은행권에서 교육 과정을 만들어서 은행원들을 재훈련 시키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해서 블록체인, AI 수업 등도 만들고 사이버 연수를 통해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줄어드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새로운 업무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각 은행들을 보면 IT나 디지털 금융 관련 업무가 많이 늘어났다. 옛날에는 디지털 전략부가 100명도 안됐다면 지금은 300~400명 규모로 커졌다. 변화에 맞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찾아가는 영업’이라고 해서 자산관리나 대출 등 아직까지 비대면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업무들에 대해 은행원이 직접 찾아가 업무를 처리하는 직무도 생기고 있다”라며 “변화에 따른 자리 수요가 생기고 있어 무엇보다 전문성을 갖추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비약적인 모바일 통신 및 기술의 발전은 이용자들이 은행 점포를 IT직접 내방하지 않고도 금융거래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이른바 비대면 거래를 가능하게 했고 금융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안겨줬다. 아직까지 4차 산업혁명이 은행권의 고용 부문에 대한 영향이 어떻게 전개될지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지점 통폐합과 희망퇴직 등 은행권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만큼 대책 없이 실업을 맞이하는 은행맨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훈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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