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당 안철수(오른쪽)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전라남도 여수시 여수박람회장에서 열린 '여수마라톤대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중재파, ‘先 안철수 사퇴 後 전당대회’ 중재안
찬성파-반대파 모두 중재안에 대해 외면하고

전당대회 28일 개최로 시간이 점차 다가와
전대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국민의당 미래

국민의당이 ‘분당 열차’로 향하고 있다. 중재파가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외면하면서 사실상 분당 절차에 들어갔다. 이제 남은 것은 전당대회다. 통합 찬성파는 어떻게 하든지 전당대회를 열어 통합 찬성을 의결하려 한다. 반면 반대파는 전대를 저지해서 통합 부결을 시키려 한다. 때문에 통합 전당대회가 상당히 시끄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분당은 이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어떤 식의 분당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민의당이 둘로 쪼개지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설사 이 갈등을 봉합하고 다시 어깨동무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않는다. 어쨌든 분당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다만 어떤 식으로 분당하느냐가 남겨진 가장 중요한 문제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뉴시스

외면당한 중재안

중재파는 분당을 막아내기 위해 중재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외면했다. 중재파인 박주선 부의장과 김동철 원내대표, 주승용 의원 등은 ‘선 안철수 대표 사퇴, 후 전당대회 개최’ 등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제시했다. 합법적인 전당대회를 거쳐서 당원들의 뜻에 따르자는 것이다. 하지만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이 중재안을 외면했다.

안 대표는 지난 7일 전남 여수박람회장에서 열린 여수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중재파의 중재안에 대해 “본질은 통합”이라면서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중재파가 내놓은 중재안은 결국 통합의 찬성 의미가 아니겠냐는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즉, 중재파가 중재안도 내놓은 마당에 이제 반대파는 통합에 순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이에 대해 반대파인 박지원 전 대표는 안 대표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중재안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안 대표가 사퇴하려고 했으면 대표 선거에도 나오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선 당 대표 사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중재파의 중재안에 대해 통합을 반대하면서 당을 살려보려는 충정이라고 규정했다.

이처럼 중재파의 중재안을 놓고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아전인수의 해석을 내놓으면서 실질적으로 중재안은 실패로 돌아갔다. 찬성파는 그대로 통합을 추진하려고 할 것이고, 반대파는 이를 저지하려 할 것이다.

통합 찬성파는 바른정당 통합 추진에 적극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협의체는 8일 △통추협 산하 정강정책과 당헌당규 제정을 위한 기초 소위(각 3인) 구성 △‘통합개혁신당’ 당명은 1월중 국민참여 공모로 추진 △양당 전당대회에서 통합추진 안건 의결 즉시 창당준비위원회 출범 △통추위를 ‘통합개혁신당 추진위원회’로 확대 개편 등 네 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하면서 통합에 한발 다가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햇볕정책 등 대북정책에 대한 시각 차이를 어떻게 좁혀나갈 것인가다. 다른 내용은 어느 정도 합의를 봤지만 대북정책만큼은 합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한 통합파는 오는 28일 전당대회 개최를 목표로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켜 전대 일정과 시행세칙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준위 인적 구성을 논의하고, 9~10일경 당무위원회를 통해 전준위 출범 절차를 끝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신속하게 통합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뉴시스

결국 최선의 시나리오, 전대 승리

반대파 역시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는 개혁신당 창당을 위한 준비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앞서 대표에 조배숙 의원을 비롯한 최경환, 장정숙 의원으로 대변인단을 꾸린 운동본부는 창당기획단장에 김경진 의원을 추가로 임명했다. 이어 창당기획단 내에 전략위원회, 조직위원회, 홍보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를 두고 각각 홍승태 전 기획조정위원장, 김정기 부천·소사 조직위원장, 이연기 ‘대륙으로 가는길’ 사무총장이 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 공보실장은 김정현 전 국민의당 공보실장이 맡게 된다.

하지만 찬성파와 같이 반대파도 전당대회에 올인하고 있다. 찬성파는 전당대회를 통해 통합 찬성 의결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반대파는 통합 찬성 부결을 시킨다는 방침이다. 반대파가 아무리 신당 창당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국민의당이라는 껍질을 버릴 수 없다. 특히 비례대표 문제도 있기 때문에 신당 창당을 추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반대파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전대에서 통합이 부결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합 추진은 좌절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친안파가 국민의당을 탈당, 바른정당에 흡수통합되는 시나리오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친안파 현역 의원 상당수가 비례대표라는 점이다. 즉, 안철수 대표로서는 탈당도 결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당에 남아있을 수도 없기 때문에 통합 반대파로서는 전대에서 통합 반대가 확정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반면 통합 찬성파는 통합 찬성 의결을 반드시 이끌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렇게 되면 반대파는 신당 창당을 하겠지만 반대파 비례대표 의원들은 당에 남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반대파 신당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정치적 역경을 넘겼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안 대표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전대에서 통합 찬성 의결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전대 결과는

결국 통합 찬성파나 반대파 모두 전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전대가 열린다면 무력 충돌까지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특히 지지자들 간에 감정싸움이 상당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난닝구 사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난닝구 사건은 2003년 민주당이 해체되고 열린우리당이 창당될 당시 민주당 당권파 중 한 사람이 러닝셔츠만 입고 이를 저지하려고 했던 사건이다. 이런 사건이 이번 전대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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