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껍데기 집에 들어갈 것인가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9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통합 반대파 저항 극렬, 신당 창당까지 고려
여론전서 밀리는 안철수, 반전 카드는 무엇

유보적 입장 유승민, 바른정당도 빈껍데기로
빈껍데기 두 정당의 통합…시너지 효과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점차 궁지에 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통합 반대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고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역시 갑작스럽게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바른정당은 3차 탈당이 현실화되며 분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다고 해도 결국 빈껍데기만 남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통합신당을 출범시켜 지지율 2위 정당으로 단숨에 올라가겠다던 안 대표의 구상이 허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구상한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구상이 흔들리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지난해 12월말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안 대표의 재신임 문제에 대한 전당원 투표가 진행될 때만 해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거의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다. 비록 투표율이 23%에 그쳤지만 75%라는 압도적인 통합 찬성이 나왔다. 안 대표는 이를 통합 추진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통합 반대파가 아무리 비판을 가해도 ‘당원들이 찬성했다’면서 꿋꿋하게 밀고 나가고 있는 것이다.

▲ 국민의당 안철수(왼쪽)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전남 여수시 여수박람회장에서 열린 ‘여수마라톤대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좌초 위기 맞은 통합

문제는 최근 들어 안 대표의 통합 구상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 통합 반대파가 신당 창당까지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국민의당 현역의원 중 18명이 통합을 반대하고 있고 21명 중 유보입장을 보인 의원이 11명이다. 물론 통합 반대파의 신당 창당에 대해 찬성한 의원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신당 창당이 더 구체화되면 합류할 의원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통합 반대파의 최우선 목표는 전당대회 무산이다. 전당대회 자체를 열지 못하게 해 통합이 부결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 대표를 비롯한 친안계가 대거 탈당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통합 반대파가 국민의당 당권을 쥐게 된다. 이게 반대파의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때문에 통합 반대파의 저항은 더욱 극렬하다. 그 저항이 거세질수록 안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대표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통합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안 대표가 독단적인 리더십을 버려야 한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 역시 입장을 보류하고 있다. 통합을 위해 두 사람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지만 둘 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통합 반대파인 박지원 전 대표와 천정배 전 대표는 계속해서 안 대표를 향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정치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때문에 안 대표가 여론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안 대표는 계속해서 전당대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당대회 의장인 이상돈 의원은 전당대회를 개최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후의 선택은 이상돈 의장을 배제한 채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전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설사 반쪽 전대가 열린다 해도 전체 당원의 절반 가까이 되는 호남 당원들의 저항을 어떤 식으로 감당해야 할지도 숙제다. 결국 전대가 열린다고 해도 통합이 가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전당원 투표 때는 친안계 당원들만 대거 참여했지만 전당대회는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안 대표로서는 어렵게 전대를 연다고 해도 통합이 가결된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천동 MH컨벤션웨딩 리젠시 홀에서 열린 ‘영남일보 2018 지방선거 아카데미’에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심상찮은 바른정당

게다가 통합 파트너인 바른정당의 상황도 심상찮다. 불과 얼마 전까지 통합에 적극적이었던 유승민 대표는 안 대표를 향해 내부 교통정리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의 저항이 워낙 거세지면서 유 대표 역시 통합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통합은 잡음을 최소화시키면서 하더라도 그 시너지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잡음이란 잡음은 다 내면서 통합을 할 경우, 과연 그 시너지가 얼마나 나올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불과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는 통합당에 대한 지지율은 10% 안팎에 그쳤다. 즉,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유 대표 입장에서도 통합에 신중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국민의당과 통합할 경우 자칫하면 빈껍데기만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내에서 통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현역 의원은 10여명 안팎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서 가장 큰 관건은 과연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느냐다. 그러자면 국민의당의 내분이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되고 더 많은 현역 의원들이 통합에 동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 대표 입장에서는 안 대표가 국민의당 내분을 하루라도 빨리 진압해야 한다.

이외에도 바른정당의 내부 문제도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9일 탈당을 선언했다. 문제는 남 지사의 탈당이 다른 정치인들의 탈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만약 현역 의원들이 탈당하게 된다면 바른정당의 의석수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바른정당은 빈껍데기만 남겨질 수도 있다. 이는 안 대표에게도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결국 빈껍데기가 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게 된다면 안 대표는 이번 통합 드라이브로 빈껍데기만 얻게 되는 셈이다. 이런 식의 통합으로는 오는 6월 실시하는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는 어렵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목적은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다. 하지만 빈껍데기 통합이 될 경우,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만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싸울 무기가 없다

문제는 안 대표에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합 반대파를 진압해야 하는데 무기가 없다. 상대는 정치 9단들이고 안 대표에게는 특별한 무기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이 전쟁은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승리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 대표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