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우후죽순으로 증가한 노브랜드 매장
신선 식품부터 전자 제품까지 판매

사실상  작은 이마트와 다를 바 없어
신세계 공화국? 골목상권 침해 논란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최근 급증하는 ‘노브랜드 스토어(이하 노브랜드)’가 이마트의 인기 PB(private brand goods) 상품은 물론 신선식품인 육류, 채소 과일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 간판만 바꾼 작은 이마트를 또 다시 시장에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대형마트인 이마트를 중심으로 SSM(기업형 슈퍼마켓)인 이마트에브리데이, 편의점인 이마트24 등 다양한 업태로 사업 영역을 확장, 공세적으로 진출함에 따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작은 이마트로 보이는 노브랜드까지 가세, 공세적으로 진출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가전제품 등이 진열된 노브랜드 매장 내 모습 ⓒ투데이신문

노브랜드에 입점한 이마트?

노브랜드는 이마트가 2015년부터 내놓고 있는 PB상품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춘 제품을 대량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철학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후 2016년 8월 말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에 노브랜드 제품으로 매장을 채운 노브랜드 1호점이 오픈했다. 이마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마트 PB 상품인 노브랜드가 따로 분리된 것이다.

현재 노브랜드는 공세적으로 시장 진출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83곳의 매장을 오픈, 총 84곳의 노브랜드가 운영되고 있다. 불과 1년여 만에 매장이 급증한 셈이다.

800여 개에 이르는 카테고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데다 최근 매장 수가 급증해 접근성까지 높인 노브랜드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기자가 서울시 영등포구에 소재한 한 노브랜드 매장을 방문한 결과 여러 코너에서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고 있었다.

노브랜드는 과자, 통조림류 등 이마트 인기 PB 상품은 물론 육류(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각종 채소, 과일, 두부 등 여러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냉동식품류, 각종 주류, 세제‧섬유유연제 등의 세탁용품, 욕실용품, 화장품도 취급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문구류, 차량용품, 다리미‧휴대형 청소기‧전기밥솥 등의 전자제품도 판매 중이었다.

노브랜드라는 인기 PB 상품만 분리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낸 데다 해당 매장에서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 등 다수의 품목을 판매해 사실상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축소판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신세계가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가겠다고 밝힌 편의점 ‘이마트24’도 이마트의 PB 상품인 ‘노브랜드’, ‘피코크’를 소비자들의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진열 및 판매해 업종만 다를 뿐 사실상 ‘작은 이마트’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신세계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노브랜드 또한 이마트 PB 상품을 비롯해 신선제품,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 다수의 품목을 취급해 논란이 예상된다.

▲ (좌)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물티슈 (우) 노브랜드에서 판매하는 물티슈 ⓒ투데이신문

따라잡을 수 없는 저렴한 가격

특히 신세계라는 막대한 자본과 강력한 유통망을 가진 노브랜드는 동네 슈퍼를 비롯해 저가 생활용품 전문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물티슈의 경우, 저가 생활용품을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 다이소보다 200원 저렴했다. 다이소에서 평균 1000원에 판매되는 물티슈는 노브랜드에서 8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또한, 위생백, 수세미 등의 제품은 1000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판매 중이었다. 제품 가격이 최소 1000원에서 최대 5000원 선을 넘지 않는 다이소보다 저렴한 것이다. 강력한 유통망을 가진 노브랜드가 가격 경쟁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본지가 서울시 영등포구 소재의 한 노브랜드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 A씨는 “노브랜드라는 브랜드는 이마트에서 처음 접했다. 품질도 만족스럽지만 일단 가격이 저렴해 매장을 찾게 됐다. 자주 오게 될 것 같다”라며 노브랜드를 긍정적으로 평했다.

인근 주민이라 해당 매장을 방문했다는 소비자 B씨는 “퇴근하고 저녁 식재료를 사러 왔다. 동네 슈퍼도 있긴 하지만 (노브랜드가) 물건도 다양하고, 이마트라는 브랜드 인지도도 있어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이마트가 운영한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품목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덕분에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노브랜드. 그러나 동네 슈퍼 점주들은 기존 고객들을 놓칠 수 밖에 없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유통공룡 신세계와는 경쟁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로서는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이점이 있지만, 골목에서 노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상인이 입을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

▲ 육류를 보고 있는 고객들 ⓒ투데이신문

대두되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노브랜드 매장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곳곳에 증가하는 만큼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덩달아 확산되는 모양새다.

최근 노브랜드가 대구 동구 혁신도시에 신규 매장 출점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변 영세 상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브랜드가 골목상권에 진출, 지역상권은 물론 소상공인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곳은 비단 대구시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말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에 노브랜드 매장이 신규 오픈하자 지역 상인들은 안 그래도 어려운 골목 상권이 더 악화한다며 입점 규탄대회를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광주 등 지역 상인들이 이마트 노브랜드 입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비수도권 상인들이 노브랜드의 입점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에서도 노브랜드로 인해 매출 급감 등 피해를 보고 있는 영세상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노브랜드에 진열된 식품들 ⓒ투데이신문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노브랜드 스토어로부터 도보로 약 3분, 불과 166m 거리에서 동네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C씨는 점점 매출이 떨어진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C씨는 “지난해 여름쯤 노브랜드가 들어서면서 고객이 뚝 끊겼다. 타격이 크다. 예전에는 그래도 라면이나 과자 등이 잘 팔렸었다. 근데 요즘은 젊은 손님들이 다 없어졌다”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매출이 10% 정도 떨어지다가 최근에는 20~30%까지 떨어졌다”며 “다른 마트들은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거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노브랜드 등 각기 상호만 다르게 했을 뿐 모두 사실상 이마트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소비자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이마트를 중심으로 온 거리를 신세계로 물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는 노브랜드가 공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전국의 슈퍼가 죽어가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연합회 정연희 실장은 “노브랜드가 늘면서 슈퍼마켓이 죽어가고 있다. 이마트24처럼 노브랜드도 변종 SSM(기업형 슈퍼마켓)”이라며 “롯데나 편의점 CU도 ‘상생’을 추구하는 마당에 이마트는 노브랜드를 통해 한국판 ‘알리바바(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영업규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위치한 구미 전통시장 모습 ⓒ뉴시스

이마트, “할 말 없다” 골목상권 논란 일축

이마트가 노브랜드 스토어를 선보인 지 1여 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전국 곳곳의 영세상인들이 상권 침해를 우려하거나 매출이 급감하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마트 측은 전통시장에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운영, 상권을 살리고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이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구미, 당진, 안성, 여주 4곳에서 상생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전통시장에 노브랜드가 입점해 상권을 살리고 있다”며 “전통시장과 중첩되는 수산물, 육류, 담배, 전통주류 등은 판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통시장이 아닌 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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