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롯데푸드가 올린 ‘83년생 돼지바’ 콘텐츠 (우)롯데푸드가 게재한 사과문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 롯데푸드 인스타그램 캡처>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롯데푸드가 자사 SNS에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차별적인 풍조를 현실적으로 담아내 페미니즘 열풍을 이끈 도서라 평가 받는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한 ‘83년생 돼지바’ 콘텐츠를 선보였다가 삭제했다.

해당 콘텐츠가 원작 소설을 조롱했다는 비판과, ‘페미니즘 지지자’를 ‘관종(관심 종자‧관심에 목매는 사람)’으로 표현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푸드는 지난 12일 저녁 자사 공식 인스타그램에 한 여성이 ‘83년생 돼지바’라는 제목의 소설을 읽고 있는 사진과 함께 “돼지바 덕후들의 필독서 83년생 돼지바”라는 글을 게재했다.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이란 제목에 1983년에 출시된 롯데푸드 돼지바를 대입한 것이다.

이어 해당 게시물 하단에는 해시태그로 “#사람들이_나보고_관종이래”, “#83년생_돼지바”, “#베스트셀러” 등의 문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콘텐츠가 불편하다며 비판하기 시작했다. 특히 ‘관종’이라는 문구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에는 김지영씨가 남편에게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라고 호소하는 구절이 나온다. 자녀를 학교에 보낸 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김지영씨의 단편적인 모습만 본 행인이 ‘맘충’이라고 김씨를 평한 것이다.

소설에서 김지영씨는 남편에게 “나 자신을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는데, 고작 15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마셨더니 벌레가 됐다”고 오열한다. 일상에서 쉽게 일어나는 여성의 차별을 다룬 이 부분은 많은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이끈 대목으로 평가 받는다.

그런데 롯데푸드가 명대사로 꼽히는 대목을 인용, ‘맘충’을 ‘관종’으로 살짝 바꾼 것이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마치 페미니즘 지지자를 관심이나 받으려는 관종으로 표현한 것 같아 불편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논란이 가중돼자 결국 롯데푸드는 당일 게시물을 내렸다. 그리고 다음날인 13일 자사 인스타그램에 “베스트셀러의 패러디라는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책의 내용이 담고 있는 요소에 대한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푸드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관종’이라는 단어는 그간 돼지바 관련 콘텐츠가 많은 분의 관심과 사람을 받아왔기에 고객들의 관심을 얻고자 가볍게 사용한 것이었다”라며 “부정적인 의미는 전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단순하게 베스트셀러에서 채용했는데 문제가 될 줄 몰랐다. 사려 깊게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송구스럽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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