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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동서 총수일가 상속과정 주목
성제개발 등 계열사 통한 상속관행 지적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가 최근 커피재벌로 알려진 동서그룹 오너일가의 상속과 승계 문제를 주목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신이 95세의 억만장자이고 65%의 상속세를 가진 나라에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김재명 동서그룹 명예회장이 직면한 도전이다”

이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한 ‘한국식 10억달러의 가족 재산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기사의 첫 문장이다. 블룸버그는 해당 기사에서 한국 재벌의 가족 경영 구조와 이들이 수십년 동안 지켜온 승계 관행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감시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 재벌들이 높은 상속세율을 피해 재산을 다음세대로 옮기는 방식에 주목했다.

한국 재벌의 상속과 승계, 동서그룹 주목

이 가운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대형 글로벌 회사와 함께 중견기업인 동서그룹을 주요사례로 소개했다.

블룸버그는 “김재명 동서그룹 명예회장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인덱스 기준’에 의하면 20억달러(약2조1300억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제 부자 순위에 오른 적 없는 김 회장이 20년 전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세금징수원과 맞서 싸우지 않고 재산을 넘겨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동서그룹은 동서식품, 동서유지, 동서물산, 성제개발, 대성기계 등 7개 계열사를 둔 중견기업으로 지난 2016년 기준 연결자산규모는 2조3000억원에 달한다. 핵심계열사인 동서식품은 현재 한국 인스턴트 커피의 85%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매출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동서그룹은 지주사 동서를 통해 핵심계열사인 동서식품(50%)과 동서물산(62.5%),동서유지(48%) 등 지분을 보유해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주사 동서는 김 명예회장의 장남 김상헌 동서고문(18.86%)과 차남 김석수 회장(19.4%), 김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김 고문의 장남인 김종희 전무(11.22%)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김씨일가 특수관계자의 지분은 총 67.19%로 지주사 동서, 나아가 동서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다.

여기서 블룸버그는 동서가 김씨일가 가족지분을 통해 3세인 김 전무에게 경영 승계가 진행되고 있다고 봤다.

그리고 주목한 곳은 국내에서도 여러차례 거론됐던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방식이다.

동서물산과 동서유지의 경우 동서식품 등 그룹 내 계열사 간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 성제개발은 높은 내부거래와 지배구조 문제로 항상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경영승계가 거론됐던 곳이다.

▲ (왼쪽부터) 동서그룹 김상헌 고문과 김석수 회장ⓒ뉴시스

계열사 통한 일감몰아주기와 상속관계

1986년 설립된 성제개발은 건축공사업과 임대업, 석유류 판매업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매출은 약 100억원대 중반인 것으로 추정되는 동서그룹으로서는 그리 규모가 크지 않은 계열사 중 하나다.

하지만 동서그룹 오너 3세들이 지분을 보유한 이른바 가족회사로 분류되면서 주목받았다. 오너일가 장손인 김 전무가 32.98%, 김석수 회장의 아들 김동욱, 김현준씨가 각각 13.00%, 10.93% 보유하고 있었다.

사실상 오너 3세 회사로 불려도 무방한 성제개발은 60% 이상 동서 등 계열사와 내부 거래율을 통해 매출을 올렸다. 지난 2011년엔 계열사 일감 비중이 90%이상 달하기도 했다.

여기에 높은 배당성향도 문제가 됐다. 지난 2013년, 2014년의 배당성향이 88.86%, 91.59%에 달했다. 이 때문에 2013년부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거세게 일었으며,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의 사익편취 규제는 자산 규모 5조원을 넘은 기업을 대상으로 이루지고 있어 동서그룹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6월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공정위가 지난해 내부거래와 관련해 문제가 발견되면 회사 규모와 관계없이 조사 및 관련 조치할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 동서그룹 등 중견기업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동서그룹에 대한 조치는 없었다.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던 가운데 지난해 7월 지주사 동서가 오너 3세들이 보유한 성제개발 주신 56만9096주(56.91%)사들여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이로 인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한발 더 벗어나게 됐다. 지분 인수 당시 업계에서는 동서가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총수일가 승계와는 무관치 않은 상황이다. 블룸버그도 “상속인 회사로부터 발생한 자금은 또한 가족 경영과 관련해 다른 사업에 지분을 사는 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총수일가 영향력을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일감몰아주기로 성장 시킨 후 매각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자금을 다시 승계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지주사 동서가 성제개발 지분을 얼마에 사들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성제개발은 외부감사법인 기준이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에서 120억원 이상으로 상향 변경 되면서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를 2년째 피하면서 2014년 이후부터 주요 재무정보가 베일에 쌓여있는 상황이다. 알려진바에 따르면 2016년도 성제개발의 자산총계는 107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김 전무 등 오너3세는 동서에 성제개발 지분을 매각하면서 100억원 내외의 자산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도 동서는 김 전무로의 경영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인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동서의 성제개발 지분을 매입 후 한달 뒤 김 전무는 동서 주식 18만주(0.18%)를 장내매수하기도 했다. 최근 1년 동안에만 지분을 0.94% 늘렸다.

하지만 동서그룹 측은 성제개발를 둘러싼 최근 이슈가 총수일가의 상속과 경영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성제개발의 경우 다른 계열사에 비해 매출액도 크지 않아 승계 차원에서 다뤄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대해서도 “일감몰아주기라기 보다는 계열사로서 계열의 일을 했을 뿐”이라며 “(오너 3세 지분 매각이) 꼭 그것(일감몰아주기 논란) 때문은 아니지만 앞으로 오해를 받을 필요도 없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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