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외계어!③] 더페이스샵, 마케팅에 ‘급식체’ 등판…“‘띵작’들만 모인 HOT DEAL”
[외래어? 외계어!③] 더페이스샵, 마케팅에 ‘급식체’ 등판…“‘띵작’들만 모인 HOT DEAL”
  • 윤혜경 기자
  • 승인 2018.01.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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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더페이스샵이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한 멤버십 세일 관련 마케팅 (우) 18일부터 진행되는 이벤트 관련 메시지 <더페이스샵 캡처>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4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20대 초‧중반 부하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다 그들이 나누는 담소를 듣고 당황했다. 분명 한국말임은 분명한데 마치 제2외국어처럼 생소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의 후배들이 서로 나눴던 담소는 다음과 같다.

“더페(더페이스샵) 또 세일한다고 카톡 왔어요. 문구 진짜 대박이에요. 보셨어요?”
“저도 받았어요. ‘겨울 최적화 띵작들만 모인 HOT DEAL’ 이거 말하는 거죠?”

생활용품 전문기업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한 멤버십 세일에서 독특한 홍보 문구를 사용했다. 바로 “겨울 최적화 ‘띵작’들만 모인 ‘HOT DEAL’”이라는 문구다.

불혹의 직장인 ‘띵작’에 당황

해당 문구를 보고 20대 초‧중반 직원들은 긍정적으로 평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인터넷 은어 ‘급식체(급식을 먹는 나이인 초‧중‧고교생이 주로 쓰는 문체)’가 마케팅 문구로 사용, 눈길이 가는 데다가 재미까지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혹을 넘겼으나 젊은 직원들과 종종 식사자리를 갖기에 신조어를 제법 알아듣는다고 자부해왔었던 A씨로서는 단어의 뜻이 짐작조차 되지 않아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고 한다.

A씨는 “젊은 세대가 쓰는 말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띵작’이라는 말은 너무 생소했다”며 “쉽게 짐작조차 되지 않아 더욱 당황스러웠다”라고 답답해했다.

최근 더페이스샵은 마케팅을 비롯해 자사 공식 페이스북에서 급식체를 종종 사용하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페이스북에서는 ‘머글은 이해 못할 코덕 200% 공감 띵언’이라는 문구를, 18일부터 진행하는 행사 마케팅에서는 ‘궁극의 CICA 효과 인정? 응! 인정! 지금 확인할 각?’ 등의 문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급식체가 생소한 중장년층은 LG생활건강이 마케팅에서 사용한 문구 또한 쉽게 해석하기 어려우며, 해당 마케팅을 통해 어떤 내용을 전달하려고 한 것인지 한 번에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띵작’ 미스터리, 열쇠는 급식체

A씨가 해석에 어려움을 겪은 ‘띵작’은 ‘명작’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명’이라는 글자와 ‘띵’이라는 글자가 언뜻 보면 비슷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비슷한 예로 ‘명언’을 ‘띵언’으로, ‘명곡’을 ‘띵곡’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급식체라 불리며 문자를 해체해 자음과 모음을 바꿔 언뜻 보면 비슷한 단어를 만드는 방식은 청소년을 비롯해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의 급식체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표현이나 아프리카TV BJ 등 개인방송 진행자들의 독특한 말투가 SNS를 통해 10대에게 퍼져나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특히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의 ‘또래문화’를 통해 기성세대와의 차별성을 두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런 청소년들의 욕구가 급식체라는 문체를 통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또래문화라는 욕구가 반영된 만큼 급식체는 중장년층인 기성세대가 소화하기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급식체 사용은 한글을 헤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는 가운데 단순히 청소년들만의 은어 수준을 넘어 마케팅에까지 등장한 터라 적절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에 물어보니

더페이스샵 할인 행사 홍보 콘텐츠에서 사용한 문구는 무엇을 전달하고자 한 것인지  LG생활건강에 직접 물어봤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매달 멤버십 데이를 진행하지만, 행사 품목이 매번 같은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겨울철 주된 고민은 보습과 각질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고민을 반영한 최적화된 상품을 모아서 세일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급식체를 활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더페이스샵의 주된 고객층은 10‧20대다. 주된 소비자층이 쓰는 용어를 마케팅에 사용한 것”라며 “(한글을 헤친다는 우려는) 확대해석으로,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바꿔봤다

LG생활건강 관계자를 통해 취지와 뜻을 알아봤으니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바꿔봤다.

간결하게 바꾸면 “겨울철 주된 피부 고민인 보습과 각질 등 겨울에 쓰기 좋은 제품으로만 모은 할인 행사”가 되겠다.

한편, 이번 사례처럼 홍보 문구에서 급식체가 사용된 것과 관련해 국립국어원 측은 청소년들이 공감할만한 단어를 사용해 관심을 끈 사례라는 평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청소년들은 그들만의 또래문화를 형성하고 싶어 하고, 그들끼리만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이번 사례는 눈길을 끌어야 하는 마케팅 특성상 청소년들이 공감할만한 단어를 사용해 관심을 끈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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