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공연장 관리 소홀로 인해 일어난 사고로 제작사 측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한전아트센터가 사고 발생으로부터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뚜렷한 이유 없이 피해보상을 미루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피해가 발생한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지난해 11월 7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한전아트센터 공연장에서 상연 예정이었다. 그런데 공연이 올라간 지 1주일도 안된 11월 13일 오후 11시 30분 경, 공연장 무대에서부터 출연자 대기실에 이르는 소방설비(스프링쿨러)가 수분간 오작동해 무대시설을 비롯한 조명, 음향장치, 의상, 소품까지 모두 침수됐다.

사고 발생 직후, 한전아트센터는 공연제작사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으며 다음날인 14일, 프레스콜 및 네이버TV 생중계 등 공연 홍보 이벤트를 위해 오전 9시경 공연장을 찾은 배우와 제작사 직원들은 그제서야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그날의 공연과 이벤트 일정을 모두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공연에 필요한 대부분의 시설과 장비, 소품이 사실상 폐기된 상황에서 공연제작사는 웃돈을 얹어줘 가며 급하게 시스템을 다시 준비했으며 공연 중단으로 인한 티켓 환불 과정과 추가되는 홍보활동은 공연제작사 측에 비용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제작사 측은 주장했다.

결국 사고가 난 지 2주일이 지난 28일에서야 공연은 재개됐으며 지난 1월 7일 스페셜 커튼콜 무대를 끝으로 3연의 마지막 공연을 마쳤다.

​사고 직후, 공연제작사인 ㈜더그룹과 한전아트센터는 피해보상과 관련해 원만한 협의를 전제로 공정한 피해보상규모 심사를 위해 한전아트센터 측에서 추천한 손해사정법인을 지정해 손해평가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전아트센터 측은 지난해 12월 29일 최종 손해평가서가 제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달 18일까지도 피해보상 이행 여부 및 지급 시기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전아트센터의 ​차일파일 미뤄지는 손해배상으로 인해 공연제작사는 공연 중단으로 인한 티켓 매출 손실에 더해 공연 투자금 반환 및 제작비용 지급 등의 문제로 심각한 자금 압박과 함께 2차, 3차의 추가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연에 참여했던 여러 중소 관계사들도 보유 장비의 대부분이 폐기되는 등 사업 존속 위기에 처해 있다.

공연제작사는 수 차례 걸친 내용증명서를 통해 피해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을 전달했지만 한전아트센터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제작사 ㈜더그룹 관계자는 “100% 자사 과실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니 앞으로 어느 제작사가 안심하고 작품을 올릴 수 있겠으며, 관객들의 불안한 마음은 또 어떻게 다독일지 염려된다”면서 “업무 진행에 있어 어느 곳보다 투명해야 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 중인 공기업인 한전아트센터 측의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해결 촉구를 표명하는 바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전 관계자는 “현재 피해보상과 관련해 협의 중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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