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사진=애경그룹 제공)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그동안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던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올해 퀀텀 점프(대도약)를 선언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불법파견 논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그룹 최우선 과제인 애경산업 상장을 앞두고 최근 불거진 판촉사원의 불법파견 의혹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직접고용이라는 정공법을 타개책으로 선택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채 부회장과 애경그룹의 오랜 과제로 꼽혀왔던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큰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어 여전히 큰 난제로 남아있다.

상장 앞두고 불거진 불법파견 의혹, 직고용으로 정면돌파

최근 애경산업은 판촉사원 7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하고 고용 승계 방식 등을 놓고 협력사와 논의에 들어갔다. 애경산업은 연말까지 직고용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애경 직원들이 하청업체 판촉사원의 해고를 지시하는 등 인사와 업무 등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인정하고 내린 결정이다.

그동안 하청업체에 대한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위법성 고용행태에 대한 반성에 따른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애경산업의 상장 등 채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추진하는 대대적인 변화 움직임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채 부회장은 투자를 4600억원대로 확대하고 신규채용도 1300여명으로 늘리는 등 과감한 투자를 통해 올해를 퀀텀 점프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애경의 예상밖 파격적인 결정이 이 같은 그룹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로 예정된 애경산업의 성공적인 상장 문제도 감안됐을 것으로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애경산업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직고용 결정은) 상장과 무관한 조치”라며 “이미 파견 관련 문제가 사회적 이슈 되다 보니 이미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해서 검토하고 있던 사안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직고용 결정은 결과론적으로 채 총괄부회장의 퀀텀 점프 흐름을 이어가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됐다. ‘파리바게트 사태’로 촉발된 불법파견 이슈와 연계된 비판 여론에서 한걸음 떨어지게 된 것은 물론 이에 따른 법적 분쟁 소지를 조기에 차단하는 결과를 얻게 됐다.

애경산업이 무리 없이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의 자산가치 상승은 물론 대규모 투자금 확보로 자금 순환 구조를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다. 당장 애경산업의 IPO가 마무리되면 상장그룹 시가총액이 3조5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경산업의 성공적인 상장은 채 부회장 체제를 공고히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경그룹은 당시 장영신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부회장은 지난 2006년 계열 사업별 각자 경영 체제를 도입과 함께 총괄부회장을 맡으면서 사실상 총수역할을 맡아왔다. 당시 채 총괄부회장의 입지는 지주사 AK홀딩스를 중심으로 10여년간 지주사 전환이 큰 역할을 해왔다.

지주사 AK홀딩스를 시작으로 애경유화, 제주항공에 이어 마지막으로 애경산업이 유가시장에 상장되면 오너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의 강화는 물론 지주사 체제를 기반으로 한 채 부회장의 입지도 더욱 공고해진다.

하지만 판촉사원 직고용 결정이 문제 해결을 위한 빠른 대응과 조치라는 평가도 내려지고 있으나 그동안 불법파견 환경을 방치해왔다는 비판 또한 유효한 상황이다.

▲ 지난 2016년 8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SK케미칼, 애경, 이마트에 면죄부 준 공정위의 심의종료의결 발표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 참석자들이 '공정위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사과도 책임도 없던,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제자리

게다가 채 부회장의 퀀텀 점프를 실현하고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판촉사원에 대한 파견법 위반 문제외에도 아직 해소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채 총괄부회장이 언젠가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SK케미칼이 만들고 애경이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한 ‘가습기메이트’ 사용자 중에 정부 심사를 받아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상의 피해자로 인정받은 이들이 103명이고 그중 31명은 사망했다.

이에 피해자들이 책임을 강하고 묻고 있지만 애경그룹은 수년째 이에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제품의 주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와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유해성 입증과 공소시효 등 이유로 그동안 애경그룹은 책임을 면해왔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재조사 방침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급반전 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재조사는 불법파견 이슈보다 채 총괄부회장의 퀀텀 점프에 더 큰 악재로 작용될 수 있다. 피해에 대한 책임이 입증될 경우 피해 보상 등에 따른 자본 손실도 있겠으나 ‘책임 회피’라는 도덕성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상장을 앞둔 시점에 판촉사원에 처우와 마찬가지로 가습기 사태에 대한 입장 변화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애경산업 측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여전히 “할 말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당장 애경산업의 상장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 뿐 아니라 채 부회장 입지를 흔들 수 있는 사태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여전히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애경그룹의 책임을 묻는 피해자들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아 당국의 판단에 앞서 이에 대한 사과와 입장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편, 지난해 재조사에 착수했던 공정위는 이르면 이번 주 애경을 포함해 SK케미칼 등에 대한 검찰고발 여부를 정하기 위한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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