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나무출판사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유정>의 최석, <광장>의 이명준, <당신들의 천국>의 조백헌, <백년여관>의 이진우, <외딴방>의 주인공 소녀. 이들은 근현대 한국소설의 대표작과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그 시대 독자들뿐 아니라 현대의 독자들도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한다. 이들은 왜 그렇게 행동하며 독자들은 왜 그런 행동을 보고 공감하는가?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서영채 교수가 한국 소설을 통해 ‘한국인’이라는 주체성을 분석한 책 <죄의식과 부끄러움>을 펴냈다.

한국인들은 근대를 맞이하면서 일제강점기, 분단과 한국전쟁, 산업화와 정치적 압제기, 광주항쟁과 민주화운동 등 네 개의 관문을 지나왔다. 그리고 세월호 이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이끌어낸 촛불집회를 거쳤다. 책은 한국인들이 이 관문들을 지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죄의식으로 드러낸다고 말한다.

저자는 작품 속 인물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이에 공감하는 독자들을 이해하고자 주인공과 작가의 마음 속, 더 나아가 ‘시대의 마음’을 심도 있게 파헤친다.

1917년 발표된 이광수의 <무정>부터 2014년 발표된 한강의 <소년이 온다>까지 살핀 저자가 분석한 ‘시대의 마음’은 ‘죄의식과 부끄러움’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죄를 지어야 한다. 자의로 죄를 지음으로 주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세월호참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봄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뒤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미안합니다’라고 고백했다. ‘죄를 지었다’는 시민들의 고백은 2016년 가을 ‘이게 나라냐’라는 함성으로 바뀌었다. 시민들이 죄의식을 통해 주체로 거듭난 것이다.

이 책은 한국소설의 대표작들을 분석하고 있지만 문학비평이나 평론이 아니라 소설을 통해 한국인들의 마음을 살펴보는 진단서다.

<죄의식과 부끄러움>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주권자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