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춘-조윤선 ⓒ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정부 비판 성향를 가진 문화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업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 중인 김기춘(79)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항소심이 형을 가중했다.

조윤선(52) 전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해서는 원심과 달리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1심 선고 이후 석방됐지만 180일 만에 다시 구치소 생활을 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김종덕(61) 전 문체부 장관은 원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며 김상률(58)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신동철(57)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54) 전 문체부 1차관에게도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김소영(52) 전 문체비서관에 대해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정부와 다른 이념적 성향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를 좌파로 규정해 명단 형태로 관리하며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헌법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양심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 등에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부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개인 및 단체에 지원 배제 불이익을 주거나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은 불법행위다"라며 "국가권력 정점에 있는 대통령과 측근 보좌관들이 이같이 조직적·장기적으로 나선 것은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국정 전 분야에서도 전례 없는 일"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화에 옳고 그름이란 있을 수 없다"며 "정부가 문화를 차별대우하는 순간 자유민주주의의 길은 퇴색되고 전체주의로 흐른다"면서 유죄를 선고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예술인이나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집행하도록 지시 및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김 전 실장 등은 박근혜(66)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문체부 실장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 등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몰랐다고 거짓 증언한 혐의도 받았다. 

한편 1심은 "정치 권력에 따라 지원금을 차별해 헌법 등이 보장하는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심각히 침해했다"면서 "건전한 비판과 창작 활동을 제약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며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만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정무수석 부임 당시 문예기금 지원 배제 명단 등을 보고까지 받았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는 무죄,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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