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6월 개헌’ 드라이브 건 민주당
개헌 발의까지 녹록지 않은 현실

변수 떠오른 국민투표법 개정
2월 임시국회, 야당과 협상은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개헌 시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난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1월말, 늦어도 2월 중에는 당의 공식적인 개헌안을 확정하고 야당과의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그 스타트를 끊었다.

이날 추 대표는 “개헌에 직접민주주의 요소의 도입을 국민이 바라고 있다. 국민이 국민 발안권을 가지자고 개헌운동을 벌일 수도 있다”고 야당을 압박하며 개헌 속도전에 나섰다.

이후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개헌 관련 구체적인 입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1월말까지 당원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개헌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두 결과를 종합해 2월 1~2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개헌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단독으로 개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야당과의 협상이라는 큰 산이 남아있다. 15일 상견례를 시작한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는 23일과 24일 회의에서도 여야의 이견차만 확인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기 위해선 오는 3월까지 개헌안이 발의돼야 하지만 현재 상황은 민주당에게 녹록지 않다.

개헌 드라이브 나선 민주당

민주당 헌정특위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23일 “우리 당은 1월말~2월초를 거치며 개헌과 관련한 당론 정리 작업을 시작하겠다”며 “우선 국회의원, 당원,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확인하는 절차 과정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우리 당 소속 헌정특위 위원들이 먼저 90여개 정도 되는 쟁점사안들을 점검했고 그중 25개 안팎의 이견이 확인된 문제들을 정리했다”며 “두 활동을 종합해 2월 1~2일 사이에 개헌의총을 통해 우리 의견들을 집약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소속 의원 121명을 대상으로 개헌 쟁점사항인 △권력구조 △헌법 전문 개정 △기본권 △사회경제권 △지방분권 등 5개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조사에 나섰다.

이어 오는 1월말까지 권리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앞서 말한 개헌 쟁점사항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의원들에 대한 전수조사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2월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후에도 민주당은 당론과는 별개로 대국민 개헌여론 조성을 위해 2월 23일~3월 11일까지 민주연구원 청년정책연구소와 함께 개헌 토크 콘서트 ‘2018 우.주.(우리가 주권자다) 투어’를 개최할 예정이다.

개헌 발의로 가는 길…2월 임시국회

민주당의 이 같은 개헌 드라이브는 문재인 대통령의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한 개헌발의 마지노선 제시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회 개헌특위 논의가 2월 정도의 합의를 통해 3월 정도 발의가 가능하다 판단하면 국회 쪽 논의를 더 지켜보며 기다릴 생각”이라며 “그러나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보다 일찍 개헌에 대한 준비를 자체적으로 또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장 반발하는 야당과의 협상도 문제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일이 많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공수처 설치와 검찰·국가정보원 개혁 등을 위한 개혁안 처리가 필요하다. 지난 12월 정기국회에서 처리 못 한 민생·개혁입법처리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개혁안 쟁점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여야는 지난 1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개헌특위 활동 시한 연장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파행에 이른 바 있다.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도 각종 쟁점에 대해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경우 지난 12월 국회처럼 파행을 되풀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뉴시스

변수로 떠오른 국민투표법 개정

이런 가운데 국민투표법 개정 없이 개헌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 6월 개헌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중앙선관위는 25일 개헌안 국민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국민투표법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법 개정 없이는 국민투표의 투표자 명부 작성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주민등록이나 국내 거소 신고가 안 된 재외국민의 국민투표를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14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어 해당 법안을 2015년 12월말까지 개정하라고 주문했지만 아직 개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20대 국회에서 위헌 소지를 없애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이미 여야 통틀어 5건이 발의돼있다”며 “지난해부터 행안위에 상정돼 소위에 회부돼 있는 법안이기에 여야가 조속히 처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자유한국당이 이미 제출돼 계류 중인 법안 처리마저 고의로 지연시킨다면 이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시정할 의사도 없고, 자당의 법안 발의 취지를 부정한 것이며, 나아가 헌법을 개정할 의사도 없는 국회의 직무유기에 해당할 것”이라며 “국민투표법 개정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므로 당리당략적 접근보다 헌법을 준수해야 하는 국회의 의무 차원에서 2월 임시국회 내에 조속히 해결해달라”고 야당에 촉구한 상태다.

‘6월 개헌’의 미래는

6월 개헌을 바라보며 민주당이 준비하고 있는 개헌안의 미래는 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자유한국당이 단독으로도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의 협조 없이 개헌은 불가능하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개헌 시기에 대해서도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올 연말 개헌 투표 별도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3일 개헌 관련 의총에서 “우리 당이 주장하는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국민개헌”이라며 “앙꼬 빠진 문재인 개헌안을 반드시 저지하고, 이번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에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알리고, 또 우리가 그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강경기조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15일 출범한 국회 헌정특위도 별다른 소득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상견례를 갖은 헌정특위는 23일과 24일 잇따라 전체회의를 열고 향후 활동에 대해 논의했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여야는 특위에서 정부형태와 기본권·지방분권을 나눠 합의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을 두고 이견을 나타냈다.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24일 전체회의에서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 관련해선 여야를 떠나 합의가 가능한 부분이 있다”며 “합의 가능한 부분과 쟁점을 구분해 이번 지방선거 때 가능한 한 합의된 안을 갖고 투표할 수 있도록 목표를 특위가 갖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합의가 쉬운 기본권·지방분권을 갖고 개헌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대단히 잘못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권력구조, 정부형태다. 기득권인 현 정부, 혹은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중심세력에서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게 합의가 안 되면 다른 건 같이 안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기만의 문제도 아니다. 몇달 더 먼저 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도 없다”고 맞섰다.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목표로 당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 하지만 당내 개헌안을 정한다 하더라도 앞에 놓인 산들을 넘을 수 있을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