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제 살길 찾아가는 사람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대구 북구 한국로봇산업진흥원 1층 대강당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중재파 중재안 보기 좋게 거절해버려
분당 열차 이젠 막지 못해, 두 세력의 운명은

민주평화당 창당 준비로 바쁜 통합 반대파
통합개혁신당은 안철수-유승민 대표 체제로

국민의당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의 합의이혼 가능성은 안철수 대표가 중재파의 중재안을 보기 좋게 차버리면서 사라졌다. 국민의당은 이제 공중분해 된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증오와 미움뿐이다. 두 세력은 이제 각자 제 살길을 찾아가려 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중재파 의원들의 선택이다. 이들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찬성파와 반대파의 운명이 바뀐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중재파의 중재안을 거절했다. 앞서 중재파는 안 대표에게 ‘선 사퇴 후 전당대회’를 요구했다. 안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이후 전당대회를 열자는 것으로,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 중재안이었다.

하지만 안 대표 측은 이를 보기 좋게 거절했다. 안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이미 통합을 선언한 마당에 선 사퇴 후 전당대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거절한 것이다. 또한 현재 반대파가 전당대회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당대회 전에 안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는 판단이다. 안 대표의 입장에서는 중재파의 중재안은 사실상 수용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럼에도 중재파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민주평화당 창당추진위원회 정례 회의 ⓒ뉴시스

민평당의 미래

반대파는 안 대표가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사실상 결별선언이라고 판단,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명은 민주평화당으로 정해졌다. 민평당은 오는 28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신당 창당에 한 발 더 다가선다.

민평당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오르게 하는 이미지를 품은 당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평화민주당을 창당하며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갈라선 것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갈라섰다. 그때 창당한 정당이 바로 평화민주당이다. 이 두 사람의 갈라섬은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반대파가 당명으로 민평당을 선택했다는 것은 1987년 당시를 떠오르게 만든다. 민평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민당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호남 정체성을 담고 있다.

따라서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기 때문에 호남 민심 잡기에 상당히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목포에서 당원결의대회를 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평당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그 승리는 결국 호남에서의 승리를 의미한다. 결국 민평당은 호남에서 민주당과 경쟁해야 하는 구도다.

문제는 민평당이 과연 호남에서 민주당을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우선 민주당 지지율은 40%대로, 10%대에 그치고 있는 민평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인물이 있기 때문에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민평당은 차기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결국 민평당이 지방선거에서 민심을 휩쓸 카드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총선 당시 국민의당이 호남을 휩쓸 수 있었던 것은 친문 패권주의 청산과 안철수 대표라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평당에게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없다. 때문에 민평당이 호남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문제는 원내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이다. 민주당은 이미 민평당을 향해서 자신들과 정체성이 비슷하다면서 손을 내밀었다. 민평당 역시 호남 민심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에 흡수 통합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민주당과 정체성을 달리할 수 있는 정책 등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통합 찬성파와 바른정당의 통합개혁신당과도 정체성이 달라야 한다. 때문에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정체성 혼란으로 인해 민평당의 앞날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민주당 역시 통합개혁신당보다는 민평당과 손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민평당과의 관계 설정을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오찬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국민의당에 앙금이 남아 있지 않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즉, 민평당과 굳이 악감정을 가질 이유는 없다고 판단하고 손을 내민 것이다. 이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원내협상을 하더라도 민평당을 최우선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민주당과 민평당의 관계 설정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대구 북구 한국로봇산업진흥원 1층 대강당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통합개혁신당의 미래

반면 통합 찬성파는 계속해서 통합 추진을 이어간다는 생각이다. 안 대표는 다음주에 통합 반대파인 박지원·박주현 의원에 대한 징계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민평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고, 박주현 의원은 국민의당 최고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을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두 세력이 이미 갈라지기로 한 마당이기 때문에 두 사람에 대한 징계는 상징적 의미밖에 부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해 징계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안 대표가 자신의 통합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을 뜻한다.

안 대표는 오는 2월 4일 국민의당 전당대회에 이어 그다음 날 바른정당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으로 통합을 완료하겠다는 생각이다. 통합개혁신당에 대한 여론조사가 썩 나쁘지 않다는 점이 안 대표를 안심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히 대구·경북지역의 지지율이 상당히 올라간 점은 고무적이다. 통합개혁신당은 호남과 영남이 하나로 화합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것이 대구·경북 민심이 통합개혁신당에 관심을 갖게 하는 요소로 작용되고 있다.

유 대표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대구에서 ‘배신자’ 낙인이 찍힌 인물이다. 그런데 통합개혁신당이라는 기치를 올리면서 유 대표가 대구에서 상당한 이미지 회복을 하고 있다. 이는 안 대표와의 결합이 대구·경북에서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통합개혁신당은 대구시장 공략에 나섰다. 유 대표는 대구시장을 배출해 자유한국당을 문 닫게 하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이는 통합개혁신당이 대구·경북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그 자신감은 여론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통합개혁신당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신당이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는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통합 추진의 원동력으로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여러 난관이 있다. 우선 통합개혁신당의 당 대표를 누가 맡느냐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안 대표와 유 대표가 공동대표를 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이 두 사람 외에 당 대표를 맡을 만한 인물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다음 숙제는 바로 인재 영입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이 숙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통합개혁신당은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숙제는 정체성이 다른 두 세력의 화학적 결합을 제대로 이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안 대표 세력은 개혁중도를 표방하고 있고, 유 대표 세력은 개혁보수를 표방하고 있다. 특히 안보 등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들 세력의 정체성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지도 문제다.

아울러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불거질 공천 잡음도 풀어야 할 숙제다. 완전히 다른 두 세력이 통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천 과정에서 이 두 세력의 기 싸움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공천 갈등을 얼마나 봉합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이와 함께 과연 안 대표와 유 대표가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안 대표의 경우에는 서울시장 혹은 부산시장 출마설이, 유 대표는 대구시장 출마설이 돌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두 대표의 희생정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두 대표의 광역단체장 도전 가능성도 언제든지 열려있다.

통합개혁신당에게는 문재인 정부와 관계 설정 및 자유한국당과의 관계설정을 맺는 것도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자유한국당과 같이 무조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반대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무조건 협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명확한 자기 입장을 밝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유한국당과도 관계 설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 중도보수를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수를 완전히 배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정체성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통합개혁신당의 앞날도 순탄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 지난 25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창당 전남결의대회 ⓒ뉴시스

남아있는 중재파는 어디로

통합개혁신당과 민평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아무래도 남아있는 국민의당 중재파다. 현재 중재파는 5명 정도다. 통합개혁신당이 중형급 신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중재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민평당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중재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다면 중재파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남는다. 안 대표가 중재파의 중재안을 거절하면서 이제 그들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중재파는 개별행동 없이 집단행동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통합개혁신당이나 민평당에게 붙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재파는 무소속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재파가 현재로서는 집단행동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개별행동으로 가지 않겠느냐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중재파 의원들 중에는 통합개혁신당이나 민평당, 민주당 등 선호하는 당이 갈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개별행동을 할 경우에는 그만큼 얻는 이익이 적기 때문에 당분간 집단행동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중재파는 통합개혁신당이나 민평당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예의주시한 후에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통합개혁신당이나 민평당 모두 애가 타는 모습이다. 통합개혁신당은 계속해서 민평당에 대한 비판을 가하면서 박지원·박주현 의원의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하는 것도 중재파를 포섭하기 위한 것이다. 민평당 역시 안 대표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의당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 이들의 운명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통합개혁신당이 과연 얼마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민평당이 호남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제 1~2주 후면 지금의 국민의당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동지였던 그들이 이제는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사람들이 됐다. 지금도 계속해서 서로 간의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원색적 비난이 결국 유권자들에게 통합개혁신당과 민평당에 대한 피로감을 쌓이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추석부터 나온 통합 이야기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통합개혁신당이나 민평당 모두에게 불리한 형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또 두 신당의 파급력이 의외로 약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선거의 성적표다. 이 두 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적표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은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때문에 통합개혁신당이나 민평당 모두 지방선거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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