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이미지뱅크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따라 2018년 최저임금이 지난해 6470원보다 16.4% 올라 7530원이 됐다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궁극적으로 국내 수요가 증가해 경제도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최저임금 인상의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면 국가경제 성장과 함께 국민의 삶도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시행 한 달도 안돼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시간 단축, 고용 축소 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노동자들은 울상이다.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임대료, 원재료비 상승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본지는 최저임금 인상이 바꾼 노동현실을 살펴보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온도차 를 기획했다. 1편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해고당한 카페 아르바이트생, 2편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 등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편의점주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3편에서는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졸지에 백수가 됐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1월부로 백수가 돼 자취방에서 TV보고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는 20대 박가영(25·여·가명)입니다. 왜 제가 백수가 됐느냐구요? 2018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사실상 잘린 것과 다를 바 없어요. 사장님은 월급이 부담됐는지 제가 관둔다고 하기를 바랐던 눈치였거든요.

저도 얼마 전까지는 서울시에 소재한 개인 카페에서 직원으로 하루 6시간씩 주 6일을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였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 지방에서 상경해 지난 2014년부터 이 카페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사장님이 제게 “근로시간 줄이자”라고 통보했습니다. 최저임금 시급이 인상되니까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거죠. 저는 즉각 생활비에 타격이 있다고 했지만, 사장님은 제 목소리를 듣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4년간 몸담았던 카페를 나왔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제가 겪은 일을 말해보려 합니다.

2018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던 2017년 12월 중순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서울시 모처의 소규모 개인 카페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는 저에게 사장님이 갑자기 시급 문제로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내년 임금은 최저임금으로 하고, 근무시간을 하루 30분씩 줄이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사장님은 이해를 바란다고 했지만, 저에겐 그저 통보에 불과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을 한 달로 적용하면 10만원 가량 월급이 줄기에 선뜻 그러겠다고 답하지 못했어요.

이 카페에서 계속 일한 이유는 무엇보다 시급이 다른 곳보다 조금 높기 때문이었습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최저임금보다 평균 300원 정도 더 받았습니다. 매년 최저임금보다 조금씩 더 받아 왔기에 올해에도 시급을 100원에서 200원 정도는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어요. 그러나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고대하던 임금인상은 없었고, 되레 근무시간을 줄이겠다고 하니 그저 한숨만 나왔습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한 달 일하고 제 손에 쥐어지는 돈은 130만원 남짓이었습니다. 타지살이를 하다 보니 월세부터 공과금, 핸드폰 요금, 식대, 생활비 등 고정적인 지출만 100만원을 웃돌기에 적금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형편이 좋지 않은 탓에 친구를 만나더라도 내가 밥 한 끼 사겠다는 말조차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근로시간이 줄면 생활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건 불 보듯 뻔한 결과였습니다.

생활비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사장님께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시급을 올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습니다. 사장님은 제 이야기를  들을 생각조차 없어 보였어요. 근무시간 늘리는 것은 물론 임금을 올리는 것도 안 된다고 하셨죠. 결국 사장님께 2018년 1월까지만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장님은 마치 제가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기를 기다렸던 사람처럼 바로 알겠다고 답하더군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지만, 그게 제 얘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퇴사일을 지정한 뒤부터 걱정이 앞섰습니다.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구나 그동안 퇴사한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그간의 사례를 생각하면 저 역시도 퇴직금을 못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당장 일자리를 찾고 싶었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된 탓인지 구인공고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올라온 공고마저도 가장 바쁜 시간대 몇 시간만, 혹은 며칠만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내용의 공고가 다수였습니다.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고정지출을 감당하려면 사장님으로부터 퇴직금을 받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퇴직금 받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그간 받지 못했던 주휴수당(근로기준법상 1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주‧휴일에 일 하지 않아도 1일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음)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미지급 주휴수당 3년분과 퇴직금을 계산해보니 약 1000만원 가까이 됐습니다. 

이때만 해도 근로기준법을 토대로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요구했기에 당연하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사장님이 또 다른 법으로 나를 압박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죠.

▲ ⓒ게티이미지뱅크

사장님께 미지급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거론하자 사장님은 주휴수당이 뭔지 모른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퇴직금으로 마지막 월급에 1달치 월급을 더 주고 저와의 계약을 마무리하려고 했다네요.

며칠 뒤에 사장님은 저를 불러 한다는 얘기가 영업시간 종료 후 마감 청소하는 1 시간에 대한 근로 대가를 지급해왔는데, 청소가 빨리 끝나 일찍 들어간 날도 있지 않냐고 따져 물었고 카페에서 일하다 마셔도 된다고 했던 음료에 대한 돈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송을 걸어보라고 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에 손이 떨렸습니다. 그저 알겠다고만 했습니다. 사장님은 퇴직일까지 식비 없이 하루 2시간씩만 근무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는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되잖아요. 하루 2시간씩 주6일만 출근하면 주당 근무시간이 12시간밖에 되지 않아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이렇게 되면 퇴직금 액수가 달라집니다. 부당했지만 두려웠기에 더 이상 내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부당하다고 말해버리면 또 다른 방법으로 나를 압박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퇴직일만 기다리고 있는 내게 사장님은 노동법 기준 퇴직금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을 건네며 근무를 종료하자고 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되레 근무시간을 줄인다는 사장님의 말을 듣지 않고 부당하다며 내 목소리를 낸 결과가 이토록 쓸 줄 몰랐습니다. 4년간 직원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수중에 들어온 돈은 당초 요구했던 금액의 1/3에도 못 미칩니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만 100만원이 웃돌기에 앞으로의 생활이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해당 사례는 창업을 꿈꿔 서울시에 소재한 개인 카페에서 4년간 일한 20대 박가영씨의 이야기다. 타지에서 상경한 박씨는 매달 월세부터 관리비 등 고정적인 지출만 100만원을 웃돈다. 하지만 A씨의 한 달 임금은 130만원 선. 월급 대부분이 고정비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근무시간을 줄이자는 고용주의 통보는 박씨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당장 생활이 힘들다고 고용주에게 호소했으나 그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박씨는 퇴사를 결정하고 정당하게 퇴직금과 미지급수당을 요구했지만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이와 관련해 알바노조 김한별 비대위원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런 비슷한 문제는 계속 발생해왔다. 고질적인 문제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짓밟히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졌다고 더욱 법을 안 지키려 하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부당한 일을 당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비단 박씨뿐만이 아니다.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 알바천국이 지난해 12월 자사 회원 145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6.9%가 점주로부터 아르바이트 근무 시간 단축 통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 통보를 받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15.5%에 육박했다. 적지 않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무 시간이 축소되거나 해고된 것이다.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생활보장을 위해 큰 폭으로 인상된 최저임금. 그러나 취지와 다르게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냐는 목소리가 나올법한 대목이다. 정부 차원의 다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