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B급 며느리’, 고부갈등 그린 셀프고발다큐
촬영 배경, 아내와 어머니 싸움 진실공방 때문에
며느리들, 가사노동보다는 감정노동에 시달려
갈등 원인, 성격차이·고부라는 구조적 관계 탓
고부관계, 인간관계 연장선일 뿐 특별하지 않아

영화 ‘B급 며느리’ 선호빈 감독·김진영씨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영화 ‘B급 며느리’ 선호빈 감독·김진영씨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최근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고부의 모습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과거에는 시어머니가 사사건건 며느리를 구박하고 며느리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남몰래 뒤에서 눈물을 훔쳤다면, 요즘에는 할 말은 하고 사는 며느리와 그런 며느리의 행동에 기가 찬 시어머니 사이의 팽팽한 갈등이 벌어진다.

하지만 시대가 아무리 변했다고 한들 시댁은 시댁. 시어머니에게 할 말 다 하고 사는 며느리가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그런데 최근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며느리가 실제로 등장해 수많은 고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로 8년 차 주부 김진영(36·여)씨는 자신보다 어린 시동생에게 존댓말과 조선시대 주인집 아들에게나 쓰는 ‘도련님’이란 호칭은 도저히 쓸 수 없다며 말 섞기를 포기했다. 또 내가 싫으면 내 아들도 볼 수 없다며 시어머니와 손주의 만남도 거부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보기 드문 특이한 며느리와 그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시어머니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선호빈(37) 감독은 아내 진영씨와 자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벌어진 고부갈등을 영상으로 담았다. 처음에는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의 진실공방을 다투기 위해 기록을 시작했다. 그러기를 4년, 총 297회에 걸쳐 촬영된 기록물은 6TB(테라바이트), 700시간에 달한다.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등 터진 새우 꼴이나 다름없는 선 감독의 모습을 주변 사람들은 매우 재밌어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선 감독은 자신의 불행을 ‘팔아먹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영화 ‘B급 며느리’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24일 영화 ‘B급 며느리’의 선호빈 감독과 김진영씨를 만나 그동안의 좌충우돌 고부갈등기와 대한민국 속 며느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봤다.

영화 ‘B급 며느리’ 선호빈 감독·김진영씨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영화 ‘B급 며느리’ 선호빈 감독·김진영씨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Q. 본인들에 대해 소개 바란다.

선호빈 감독(이하 선) : 영화 ‘B급 며느리’ 출연자이자 연출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선호빈이다.

김진영씨(이하 김) : ‘B급 며느리’의 주연 배우인 가정주부 김진영이다.

Q. 영화 ‘B급 며느리’가 전국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주목받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나.

: 인기를 실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러 언론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는 걸 보니 ‘영화 소재와 구성이 특이한가 보다’라는 생각은 든다. 미디어의 관심만큼 많은 극장에서 상영됐다면 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즐기면서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게 굉장히 신기하다. 지금도 벌어지는 상황들이 내 일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낯선 경험이지만 재밌고 즐겁다.

Q. ‘B급 며느리’를 간단히 소개해 준다면.

: 기본적으로 고부갈등을 주제로 다루며 어머니와 아내 사이의 갈등을 내가 직접 촬영하고 연출한 ‘셀프고발다큐’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 속에는 고부갈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테마들이 소재로 그려지지만 개인적으로는 성장스토리에 초점을 맞췄다. 연기가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건 절대 아니다.(웃음)

Q. 아내와 어머니 사이의 고부갈등을 영화로 담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 처음 영화 촬영을 시작한 건 ‘진실공방’ 때문이었다. 같은 상황에 놓고 서로 기억이 다른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그 모습을 찍어 두 사람에게 보여주면 당시 상황의 진실을 알 수 있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촬영을 시작했다.

ⓒ에스와이코마드
<사진 제공 = 에스와이코마드>

Q. 영화에 자신들이 직접 출연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촬영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 출연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내 일상 이야기이기 때문에 촬영이 힘든 것도 없었다. 다만 어머님과 나의 갈등 해결이라는 처음 목적과는 달리 영화 제작에만 몰두하는 남편에게 화가 났다. 영상을 보고 시어머니와 나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촬영분을 보여주질 않더라. 또 촬영하지 않을 때 시어머니와의 문제를 얘기하자고 하면 ‘지긋지긋하다’며 대화를 피했다. 자기 영화가 중요한 건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 건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개의치 않아 출연이 부담스럽진 않았다. 다만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려 힘들었다. 남들 시선이 중요해 시댁에 오지 않는 며느리를 외국에 갔다고 거짓말을 하시는 분들인데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싫었겠는가. 1년 후 이 영화로 제작지원금을 받게 되자 그제야 허락해주셨다. 아내의 말에 변명하자면 그동안 촬영한 영상의 용량이 6TB다. 원하는 장면을 찾으려면 1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굉장히 귀찮은 일이다. 또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영화를 편집하려면 영상을 계속 볼 수밖에 없는데 부부싸움 하는 걸 반복적으로 보니까 우울해지더라. 평소 우울함이라곤 모르던 나도 이렇게 상처를 받는데 어머니나 아내는 어떨까 싶었다. 이런 이유들로 영상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웃음)

Q. 결혼 전 본인은 어떤 사람이었나. 꿈꿨던 시댁상이 있나.

: 4녀 중 둘짼데 나만 결혼했다. 부모님께서는 여자가 자기 힘으로 살 수 있으면 혼자 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다. 그런 부모님 품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꿈꾸던 결혼생활 같은 건 없었다. 사실 시부모님과의 관계가 성가시지 않으면 다행이지 결혼을 통해 완벽한 시부모님을 만나고, 그분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없을 거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잘 살면 될 뿐, 그 행복의 마침표가 결혼이 돼야 한다는 생각하지 않았다.

Q. 처음부터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나쁘진 않았을 텐데 갈등이 언제부터 시작됐나.

: 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문제로 결혼 전부터 시어머니와 충돌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님도 ‘내가 하라는 대로 하는 애가 아니네’라고 생각하셨을 거다. 결혼 후 모두가 나에게 ‘며느리는 불만이 있어서는 안 돼’, ‘며느리는 시부모님 말을 무조건 수용해야 돼’라고 말했다. 사실 뭐든지 잘 맞는 인간관계는 없다. 잘 맞는 면도, 맞지 않는 면도 있지만 서로 단점을 수용하고 맞춰가는 거다. 시어머니와 나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시어머니의 단점을 얘기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어떤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틀어졌다기보다는 이런 관계가 지속될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Q. 시댁에 가면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 그동안 언론에서는 마치 내가 가사노동에 시달린 것처럼 많이 비춰졌는데 식구가 적기 때문에 집안일이 힘들진 않았다. 가사노동보다는 감정노동이 나를 힘들게 했다. 예를 들어 설거지가 돼 있지 않으면 내가 일을 안해서라고 보는 게 분통 터지게 했다. 며느리라는 존재는 주어진 일이 있고, 하지 않으면 손가락질 받는 그 구조가 가장 힘들었다. 사실 설거지로 대변되는 것일 뿐 많은 것들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공손할 것, 잘 보이도록 노력할 것, 예쁨 받는 행동을 할 것 등 감정적인 것들을 끊임없이 강요받는다.

ⓒ에스와이코마드
<사진 제공 = 에스와이코마드>

Q. 시어머니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가장 첫 번째는 성격차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남편이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 ‘과연 이게 고부갈등일까, 단지 시어머니 성격도 별나고 나도 성격이 별나기 때문에 사람 대 사람으로 부딪힌 건 아닐까’라고 물었다. 그런데 남편이 ‘네가 며느리가 아니라면 어머니가 이렇게까지 했을까, 그리고 네가 며느리가 아니면 우리 부모님을 계속 볼 이유도 없지 않았을까’라고 하더라.

: 서로 끊임없이 갈등을 빚는 두 사람이 이 불편한 관계를 무조건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시어머니와 며느리라는 구조적인 관계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남편의 말이 이해는 됐다. 개인과 개인과의 문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반영됐다고 본다.

Q. 시댁에 발길을 끊고 마음이 불편하진 않았나.

: 오히려 불편했던 건 남편이었다. 처음에는 ‘우리 부모님 안 되겠다’라며 되레 본인이 시댁에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나중에는 스트레스를 받더라. 명절에 혼자 시댁에 내려가 어른들의 눈총을 받고 집에 돌아오면 화풀이를 했다. 몇 달 후부터는 나에게 너무하다고 했다. 내가 시댁을 가지 않으면서 생기는 남편과의 갈등이 불편했던 거지 시댁에 가지 않는 자체는 매우 좋았다.

Q. 시부모님과 매일 보는 것도 아닌데 참고 넘어가지 그랬냐는 이들도 있다.

: 남편을 포함한 대부분이 그렇게 말했다. 오늘만 넘기면 앞으로 몇 달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으니 참으라고. 하지만 나는 그 태도가 매우 비겁하고 기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그게 마치 요령인 듯 말했지만 속으로는 이를 박박 갈면서 겉으로는 생글생글 웃는 건 내 성격상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당시 시부모님을 몇 달 안 보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 참고 넘어가는 건 부모님과 30년 이상 함께 산 나로서는 나름대로 터득한 지혜로운 방법이었다. 그분들은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를 통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목소리를 내니 부모님도 변한다는 걸 알게 됐다. 참고 싸움을 피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물론 그 과정은 엄청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말이다.

영화 ‘B급 며느리’ 선호빈 감독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영화 ‘B급 며느리’ 선호빈 감독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Q. 고부갈등은 단순히 시어머니와 며느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족들과의 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다고 말했는데.

: 며느리에게 ‘시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식으로 감정적인 것들을 요구하고 아들이 부모에게 해줬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며느리에게 원한다. 아들이 못 해줬기 때문에 며느리라도 해줘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반영됐다고 본다. 또한 만약 내 친정이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나를 대하는 시부모님의 태도가 얼마나 조심스러웠겠는가. 또 남편과 내가 경제력이 있어서 시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았다면 그분들이 우리를 대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신중했을 테고 반대로 시부모님이 우리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경제적으로 많은 혜택을 줬다면 내가 지금처럼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 거다. 안타깝게도 이런 여러 가지가 고부관계에 끊임없이 반영된다. 수많은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일어나는 문제지 단순히 어머님과 나 사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 어머니와 아내 사이를 보며 삶이 참 복잡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도 ‘고부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이 제일 곤란하다. 모르겠다. 여러 가지가 얽혀있기 때문에 하나로 꼭 짚어 말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시어머니와 왜 싸웠냐는 질문에 아내의 대답이 매우 긴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않은가.

Q. 양가 부모님은 영화를 보고 뭐라고 말씀하시던가.

: 어머니는 보시지 않았다. 전주영화제에서 영화가 시작할 때 그냥 나오셨다고 하더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당신의 모습이 창피하기도 하고 큰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을 거다. 어떤 마음이셨을지 이해한다. 나중에 마음이 편해지면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일단 아버지는 매우 흐뭇해하셨다. 고부갈등을 겪으며 부모님께 이런 이유로 시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말했을 때도 아버지는 할 말은 하고 살라고 하셨다. 때문에 영화를 보시며 굉장히 흐뭇해하셨다. 반대로 어머니는 ‘네가 그렇게 하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냐는 소릴 듣는다. 왜 친정부모를 욕 먹이냐’며 창피해하셨다.

Q. 현재 시어머니와 관계는 어떻나.

: 잘 지낸다. 시어머니와 나는 이 싸움을 통해 서로 지켜야할 선을 알게 됐다. 어떤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B급 며느리’ 김진영씨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영화 ‘B급 며느리’ 김진영씨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Q. 대한민국에서 며느리이기 때문에 받는 강요와 억압에는 무엇이 있을까.

: 전통적으로는 가사노동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집안에 대소사가 많아 주기적으로 시댁에 가야 했기 때문에 그만큼 가사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해 가사노동보다는 정신노동을 강요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비해 가사노동 강요는 줄었지만 그 구조 자체는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정신노동 양상으로 드러났다고 본다. 구조만 조금씩 바꿔가며 마치 요즘 며느리들은 과거에 비해 편해졌다고 생각해 지금 벌어지는 억압과 강요를 감수하라는 게 가장 힘든 일인 것 같다.

Q. 고부갈등은 과거에서부터 오래도록 이어져 온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나.

: 이게 모든 고부 관계에 적용될지 모르겠지만 시어머니와 어머니를 보면 당신들의 삶을 정당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 됐건 그분들은 (며느리라는 이유로 억압, 강요받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 정말 힘들고 짜증나는 삶을 살아왔고 이제는 그분들 나름대로 이 관계의 권력자가 됐다. 하지만 우리 세대가 당신들처럼 이러한 삶을 수용하지 못하다 보니 억울해 하는 거다. 이제야 겨우 집안에서 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됐고 그것을 누릴 시점이 됐기 때문에 그동안 본인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을 정당화하고 이를 강요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 ‘B급 며느리’ 스틸컷
영화 ‘B급 며느리’ 스틸컷 <사진 제공 = 에스와이코마드>

Q. 본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고부 관계란.

: 고부 관계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어색하다. 굳이 마주칠 일이 있어야 하는 관계인지 모르겠고, (고부 관계를) 고민하는 것조차도 촌스러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다양한 인간관계 중 하나의 형태로 고부 관계를 생각해보면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아들이라는 존재를 통해 연결된 관계이기 때문에 아들과 그 부모가 분리돼야 하는 시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그게 어려운 것 같다. 아들과 부모는 언젠가는 분리돼야 하는 독립적인 관계임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 고부 관계라고 해서 특별할 것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인간관계의 연장선이다. 인간관계에 있어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 서로를 관찰하고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고부 관계 역시 시간 들여 서로를 파악하고 가까워져야 한다. 이를 통해 일종의 우정을 형성해야 한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버릇없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고부 관계에서도 우정을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 삶을 공유하면서 점차 가까워지며 우정을 쌓기 바란다. 현재 나와 시어머니의 관계는 그런 단계는 아니다. 아직은 서로 탐색하는 과정이다.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잘 지내기 위해 서로 공들이고 노력하면 좋을 것 같다.

Q. 지금도 고부갈등으로 힘들어할 시어머니와 며느리에게 한마디 하자면.

: 고부갈등에 순응하고 체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며느리들이 자신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스스로 조금이라도 노력하면 내 삶이 나아질 수 있다고 믿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렸으면 좋겠다.

: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사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인 것 같다. 고부갈등을 포함해 결혼 이후 겪는 문제의 중심에는 항상 부부가 있고 두 사람의 관계가 건강하면 어떤 상황이든 극복할 수 있는 거 같다. 우리도 여러 갈등을 겪고도 이혼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부부 사이가 건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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