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진 퇴진설, 근로자 사망 권 회장 책임론 대두

앞당긴 인사 뒷말 무성, 취약한 MB·박근혜 정권 고리 

권오준 포스코 회장ⓒ뉴시스
권오준 포스코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포스코가 6년만에 최대 실적을 거두며 호재를 이어가고 있지만, 권오준 회장 거취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 외주업체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물론 권 회장의 노동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게다가 포스코의 가장 취약한 전 정권과의 유착 의혹이 여전히 꼬리표처럼 남아있어 권 회장이 의지를 드러낸 임기 완주 또한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퇴진설’에 곤혹을 치뤘다. 퇴진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권 회장이 권력층과 껄끄러운 관계를 보이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등장했다.

권 회장이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와의 만남을 제외하고는 해외 순방 등 번번이 정부 주최 행사에 초대받지 못하면서 더욱 퇴진설에 힘이 실렸다. 지난해 6월과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인도네시아 순방에 권 회장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무수한 구설을 낳았다. 결국 포스코는 12월 문 대통령 중국 순방에는 아예 오인환 사장을 대상자로 신청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지난해 세간에 떠돌던 ‘11월 퇴진설’을 불식시키고 임기 완주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최근 실적 호조를 이어가며 지난해 말 들끓던 퇴진설도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포스코는 지난 24일 컨퍼런스콜로 진행된 기업설명회에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0조6551억원, 영업이익 4조6218억원, 순이익 2조973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3년 만의 최대 매출이자 6년 만의 최대 영업이익이다. 지난 2014년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4년간 추진한 비핵심사업 구조조정과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한 경쟁력 확보 전략의 결실이 본격화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포스코는 외주업체 근로자 사망 사고를 비롯해 각종 악재가 잇따르면서 안팎으로 불안한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

근로자 사망, 안전불감증 책임론 대두

지난 25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하청 근로자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부실한 안전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권 회장을 향해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냉각탑 내장재 교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 4명이 방복면을 쓰지 않고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는 점에서 인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경찰은 포스코 관계자 등이 안전관리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포스코의 안전관리시스템의 부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항지부와 광주전남지부, 포스코 사내 하청지회는 지난 25일 발생한 하청노동자 4명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성명서를 “안전규정을 철저하게 지켜야 할 정기 대수리 기간임에도 이같은 사고가발생한 것은 포스코 안전관리 시스템이 무너졌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날 숨진 근로자는 전문 기계정비회사 소속으로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집중된 하청업체 노동자의 산업 재해 문제와도 직결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최근 포스코에서 발생한 사고의 사상자 대부분은 외주업체 근로자였다. 지난 2013년 파이넥스 1공장 내 용해로 폭발사고로 외주업체 근로자 1명이 크게 다쳤고 같은 해 12월에는 파이넥스 3공장에서 질소 가스에 질식해 외주업체 직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권 회장 취임 이후인 지난 2014년 5월에는 2고로 안에서 가스 밸브를 교체하는 작업 중 가스 폭발사고가 발생해 외주업체 근로자 5명이 다치기도 했다.

정부도 이번 사고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26일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포스코 질식사고 현장을 방문해 “재해조사 과정에서 원·하청 누구라도 법 위반 혐의가 있다면 엄중히 수사해 사고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최선을 다할 것”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최근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권 회장의 노동정책 문제와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포스코는 노동계로부터 노조 탈퇴 공장과 산재 은폐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사고가 발생하기 바로 하루 전인 지난 24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포스코의 노조탈퇴공작·산재은폐 등 부당노동행위를 폭로하고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포스코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법원 판결을 이행하기는커녕 수년간 판결근거를 전사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한 지침서와 매뉴얼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청업체 임직원이 노조 탈퇴서 작성하라며 근무 중에도 조합원 개별 면담, 집까지 찾아온다는 제보가 빗발치고 있다”며 “‘회사가 시켰다고 절대 언급하지 말라’는 내용의 금속노조 탈퇴 절차 지침과 탈퇴신청서를 편지봉투에 담아 조합원들에게 공공연하게 전달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포스코와 사내협력업체들이 노조 무력화 행위에 포스코가 전방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권 회장의 반노조 정서가 묻어나는 노동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중시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같은 권 회장의 정서가 현 정부와 거리감을 두게 된 배경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근로자 4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포항제철소 산소공장 냉각탑ⓒ뉴시스
근로자 4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포항제철소 산소공장 냉각탑ⓒ뉴시스

 

거듭되는 인사 잡음

권 회장이 임기 완주를 위한 승부수로 해석되고 있는 임원 인사를 두고도 잡음이 이어지면서 내부 불안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지난 9일 포스코가 한달 앞당겨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조직 안정화와 신규 사업의 빠르게 추진하기 위한 인사라고 밝히고 있지만 안팎에서는 권 회장의 임기 완주 의지가 담긴 인사로 보고 있다.

최근 권 회장이 원장을 맡았던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의 임원 진출이 눈에 띄고 있는 반면 포항지역의 현장 출신이 이번 인사에서 크게 빛을 보지 못하면서 이 같은 해석을 낳고 있다.

권 회장이 포스코와 그룹사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현장업무가 약하다는 약점에도 연구원들을 임원으로 포진시켰다는 것이다. 나아가 권 회장의 후계 싹 자르기 아니냐는 소리도 흘러나온다.

게다가 안에서는 부사장의 협력업체 대표와의 미심쩍은 부동산 거래 등 잡음도 끊이지 않으며 내부 기강 해이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포스코의 부사장 A(59)씨가 포항제철소 외주업체 대표의 땅을 매입해 주택을 지어 구설에 휩싸였다. 포스코와 거래 관계에 있는 외주사 대표와의 거래인데다가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포스코 측은 “해당 임원과 거래한 외주업체 대표는 20년 지기로 법적근거하에 정당하게 거래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갑을’ 관계의 거래라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가 쉽게 거둬지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논란이 된 해당 임원이 최근 상무 또는 전무급이 배치되는 해외 법인장으로 발령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현장 배제 인사 기조로 이해하는 한편 이번 논란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부동산 거래 논란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전 정권과 끊나지 않은 악연 ‘어쩌나’

무엇보다 권 회장의 임기 완주의 최대 관건은 전 정권과의 유착 의심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포스코는 매 정권마다 외압설이 제기됐고 권 회장도 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의 유착 의혹이 최근들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취임당시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권 회장은 선임 배경과 관련해 ‘최순실 배후설’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포스코건설 송도 사옥 헐값매각 논란의 배후에도 최순실이 거론되는 등 박근혜 정권과의 유착 의혹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적폐수사가 본격화된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비록 권 회장 취임 전 일이기는 하지만 포스코가 MB정부 때에 해외 자원외교에 선봉에 선 만큼 각종 의혹도 뒤따르고 있다. 게다가 과거 포스코건설이 매입한 MB 실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는 도곡동 땅 문제가 최근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등 MB와의 관계가 최근들어 더욱 조명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정기관의 칼날이 언제 포스코를 향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전 정권과 유착 의혹을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권 회장 임기 완주의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이 이 같은 우려와 악조건을 딛고 남은 임기 완주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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