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용기로 검찰 내부는 발칵 뒤집혀
상명하복에 찌든 검찰조직, 조폭과 다른 점은

아직도 존재하는 수직적 문화, 이젠 혁신될까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검찰 스스로 자각해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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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세간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서 검사는 안태근 전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현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으로부터 이와 관련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검찰 조직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파장이 일고 있다. 당장 문무일 검찰총장은 대노했다. 서 검사의 폭로는 자연스럽게 검찰 개혁으로 넘어가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제도적인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검찰 문화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검사의 폭로는 이에 불을 댕겼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검찰에는 형식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문화가 있다. 바로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다. 이는 모든 검사는 ‘하나’라는 원칙이다. 검찰 조직 전체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 관계를 갖고 검찰 사무를 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원칙은 전국 어느 검찰청, 어느 검사에 의해서도 검찰권 행사가 동일한 기준에 의해 이뤄지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군부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상명하복 문화로 이어졌다.

특히 군부의 상명하복 문화와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만나면서 흡사 조직폭력배의 상명하복 문화를 검찰조직에서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 두 문화의 결합은 군부독재 시절 검찰을 자신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총장만 임명하면 나머지 검찰 조직은 일사불란하게 군부독재 유지를 위한 권력 수단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부독재가 무너지면서 검찰조직이 비대화됐고, 검찰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검사동일체 원칙을 내세웠다. 이 검사동일체 원칙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고 해서 지난 2003년 검찰청법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검사동일체 원칙은 사라지지 않았고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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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의 용기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가 하루라도 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지만 그럴 때마다 검찰 조직의 문화는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경직화됐고 교조화됐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곳곳에서 발생했다. 서 검사가 지난 29일 검찰 내부망을 통해, 또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폭로한 내용은 검찰 조직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서 검사는 지난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사가 자신을 성추행했고, 이에 대해 항의하자 현 자유한국당 의원인 최교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안 전 검사는 시간이 오래 흘렀고 당시 술에 취했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명했고, 최 의원은 서 검사를 알지 못한다면서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 검사는 이후 검찰 조직의 성폭력 문화에 대해 고스란히 이야기했다. 한 부장검사는 자신에게 ‘같이 자자’는 말을 했으며 어떤 검사는 여성을 성폭행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서 검사가 폭로한 내용을 살펴보면 경악스럽기 그지없는 내용들이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가 검찰 조직 내에 아무렇지도 않게 만연해있다는 점이다.

발칵 뒤집힌 검찰

이는 누군가 부당하고 불합리한 일을 발견하더라도 그에 맞서 저항하거나 반발하지 않고 순응하며 살았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검사동일체 원칙이 아직도 검찰 조직 내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선배 검사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그저 숨죽이면서 지내야 했던 조직이 바로 검찰 조직이라는 걸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8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폭로할 수밖에 없었던 서 검사의 심정이 이해 가는 대목이다. 그만큼 경직된 문화가 자리 잡은 곳이 바로 검찰 조직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제도적 개선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조직 자체가 경직되고 수직적 문화에 익숙한 조직이기 때문에 아무리 제도를 개선한다고 해도 뿌리 깊이 박힌 검사동일체 원칙의 상명하복 문화를 개선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작업이 필요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문화를 뜯어고치는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번 서 검사의 폭로는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미투’(나도 경험했다) 경험자가 계속해서 세상 밖으로 나와 검찰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사회 곳곳에서는 수직적 문화가 사라지고 수평적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대기업 등에서는 과장, 부장 등 직책을 아예 없애고 서로 ‘OOO님’ 등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검찰 조직만이 수직적 문화이고 기수 문화로 자리매김해 있다는 점에서 이런 기수문화를 파괴하고 수직적 문화를 파괴하기 위한 검찰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성-엄마민주당 당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2010년 당시 여성 검사를 성추행한 안태근 전 검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여성-엄마민주당 당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2010년 당시 여성 검사를 성추행한 안태근 전 검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검찰의 미래는

결국 검찰은 보다 혁신적인 개혁안을 내놓지 못하면 검찰 개혁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운데 여기에 서 검사의 폭로가 기름을 부은 상태다. 이미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관련자 처벌 청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단체에서도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와 더불어 검찰 개혁을 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여론은 뜨겁다. 30일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는 1~2위를 서 검사가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검찰 조직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상당히 뜨겁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검찰 내부에서 스스로 개혁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한다면 검찰 외부에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휩쓸려 갈 가능성이 높다. 국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 조직 문화 개혁은 제도로 개선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결국 검찰 내부에서 자각하고 혁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검사 개개인이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 그리고 이미 검찰청법에 사라진 검사동일체 원칙을 이제는 완전히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검찰은 검찰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리게 되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야말로 서 검사의 폭로가 검찰의 모든 것을 바꾸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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