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대 취소·조건부 사퇴 승부수 띄워
정치권 모두 경악 분위기, 반대 여론 거세져

당헌 위반 논란에도 휩싸일 가능성 높아
安 승부수 결과는 아직 예단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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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달 31일 국민의당은 그야말로 불난 호떡집이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안철수 대표의 조건부 사퇴와 통합 전당대회 취소다. 이 두 가지 사안은 모두 정치권 안팎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안 대표는 이 두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선택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안 대표에게 쉽지 않은 미래가 닥쳤다는 점이다.

승부수 띄운 안철수

안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신당 창당 후 사퇴를 하겠다며 이른바 ‘조건부 사퇴’를 내걸었다. 이날 안 대표는 “중재를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이 함께해준다면 2월 13일에 통합신당 창당을 완결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재파의 중재안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앞서 중재파는 중재안으로 ‘先 당 대표직 사퇴, 後 전당대회 개최’를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그동안 중재파의 중재안을 거절했다. 그로 인해 중재파가 통합신당에 합류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에 안 대표는 중재파의 중재안을 최대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조건부 사퇴를 내걸었다. 바로 ‘중재파가 통합신당에 합류한다면’이라는 조건이었다. 중재파의 중재안을 모두 수용하기는 쉽지 않은 안 대표로서는 최대한 중재안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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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뉴시스

역풍 맞은 승부수?

하지만 그의 선택은 오히려 중재파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를 자극했다. 중재파는 당장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재파를 설득하기 위해 제시한 제안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중재파의 중재안은 ‘조건 없이 당 대표직을 먼저 사퇴’하는 것이었는데 안 대표는 ‘중재파가 통합신당에 합류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중재파로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중재파는 1일 긴급회동을 갖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결국 통합신당으로 합류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 대표의 조건부 사퇴에 실망한 중재파가 통합신당에 합류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통합 반대파인 민주평화당 인사들은 고무적인 분위기다. 중재파를 민평당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민평당은 중재파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때문에 결국 중재파가 민평당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 대표의 선택으로 인해 합당 파트너인 유승민 대표도 정치적 입지가 상당히 좁아진 모습이다. 유 대표의 향후 구상은 안 대표와 통합신당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다면 앞으로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안 대표가 조건부 사퇴를 꺼내 들면서 유 대표 자신도 통합신당의 공동대표를 맡을 수 없는 신세가 됐다. 그동안 유 대표는 안 대표에게 통합신당 공동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꾸준하게 설득했는데 그 설득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친안계도 발칵 뒤집어졌다. 자칫하면 통합신당의 주도권을 바른정당에게 뺏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해 당 대표직을 맡아야 하는 안 대표가 조건부 사퇴를 내걸었다는 것은 친안계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친안계로서도 안 대표의 조건부 사퇴를 만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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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뉴시스

‘전당대회 취소’의 결말은

안 대표의 또 다른 승부수는 전당대회 취소다. 그는 전대 참석자인 대표당원의 당적 문제를 취소 이유로 들었다. 대표당원 1000여명 이상이 민평당 창당에 참여해 이중 당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전당원투표와 중앙위원회의 추인으로 합당 의결을 대체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정당의 해산과 합당을 결의하는 기구가 전당대회인 점을 감안할 때 전대 없이 통합을 추진한다는 것은 무리수다. 특히 당헌까지 개정하면서 전대를 취소하고 전당원투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향후 안 대표에게 있어 정치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당정치의 꽃은 전당대회다. 안 대표는 이 전대를 단순한 행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대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행사다. 이를 취소하고 전당원투표를 통해 당의 운명을 결정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두고두고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이미 민평당 인사들은 안 대표를 향해 독재자라면서 맹렬히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일부 정치전문가들 역시 안 대표를 향한 비난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여기에 자칫하면 당헌 위반 논란에도 휩싸일 수 있다. 국민의당 당헌 120조에는 당헌 개정에 대한 규정이 있다. 그중 3항을 살펴보면 ‘중앙위원회가 당헌개정을 의결한 경우에는 다음 전당대회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다시 말하면 중앙위에서 당헌 개정을 의결했다고 해도 결국 전대를 열어 추인해야 한다. 만약 중앙위 의결로만 당헌 개정을 마무리한다면 자칫할 경우 당헌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안 대표의 승부수가 자칫하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안 대표의 승부수는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정치권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혀진 상태다. 안 대표를 성토하는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고, 안 대표 역시 이를 감내하겠다는 분위기다. 안 대표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면서 통합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거센 반대에 안 대표가 구상하는 통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아직 예단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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