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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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최저임금이 지난해 6470원보다 16.4% 인상, 7530원이 되면서 인건비 부담에 유통업계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그중 편의점주의 시름이 크다. 편의점은 인건비 비중이 높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타격이 큰 업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편의점 프랜차이즈(가맹점) 수는 치킨, 커피전문점 등의 가맹점보다 많다. 지난해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준 경제총조사 결과로 본 프랜차이즈(가맹점) 통계에 따르면 편의점 가맹점 수와 종사자 수는 각 18744(전체의 16.4%), 66483(전체의 17.7%)으로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많다.

이처럼 편의점이 우후죽순 증가하면서 동종업계끼리 치열한 경쟁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0% 인상됐다. 높아진 인건비 때문에 점주들의 시름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최저임금 인상 후 해고당한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목소리를 담은 1편에 이어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편의점주 입장에서 1인칭 시점으로 2편을 재구성해봤다.

“경영난과 최저임금 인상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한 지도 어느덧 8년째. 이곳에 제가 처음 점포를 낼 때만 하더라도 인근에 한 곳밖에 없었던 편의점이 차츰차츰 늘어 어느새 8곳이 됐습니다. 이 좁은 구역에 비슷한 품목을 취급하는 매장이 늘었으니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겠네요.

제가 운영하는 점포의 한 달 매출은 2900만원입니다. 이 중 아르바이트 근로자 인건비로만 고정적으로 매달 최소 300만원 이상의 지출이 발생합니다. 매출의 약 10% 이상이 인건비로 나가는 것이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점주인 제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하루 10시간씩 일하기 때문에 한 달 인건비가 약 150만원 절감된다는 점입니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고 스스로 하루 10시간씩 일하면서 인건비를 줄이고 있지만,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 너무나 큽니다. 건물 월세를 시작으로 카드수수료, 광고비, 로열티, 전기세, 재료비 등이 매달 빠져나가기 때문이죠. 이것저것 빠져나가고 나면 제가 순수하게 가져가는 돈은 110만원 남짓이네요.

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평균적으로 점주가 10시간 일하고 한 달 150만원 정도를 가져간다고 합니다. 동일하게 10시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월급은 130만원. 점주가 아르바이트생보다 20만원 정도를 더 버는 셈입니다.

하지만 제가 처한 상황은 다른 점주들보다 조금 열악한 편입니다. 아르바이트생보다 20만원 정도를 더 가져가기는커녕 제가 고용한 평일 아르바이트생 월급보다 가져가는 돈이 적습니다.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됐습니다. 지난해보다 1060원 올랐습니다. 당장 이번 달부터 제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 3명에게 오른 최저임금으로 월급을 줘야 하기에 그저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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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 부담된 것은 비단 저만의 문제는 아닌 듯했습니다. 편의점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돼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본인들의 근로시간을 늘리겠다는 점주가 꽤 많더라고요. 어떤 점주는 인원 감축을 고려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24시간 점포를 운영하는 일부 점포의 경우 지난해 아르바이트생의 시급이 9000원을 웃돌았다고 합니다. 이런 점포는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4대 보험 등을 함께 포함해 아르바이트생의 시급을 90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지난해 최저임금인 6470원보다 무려 2530원 더 준 것이죠.

그런데 올해에는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더 인상됐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면 9000원 이상의 임금을 줘야 합니다. 저도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들이 느끼는 부담은 저보다 더 할 테죠.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최저임금으로 주는 저조차도 이번 인상이 두렵게만 다가오는데, 이들의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겠죠. 괜히 근로시간 단축, 고용축소 등의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저처럼 최저임금만 주는 편의점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부담되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이미 편의점은 포화상태니까요. 가령 저 혼자 편의점을 운영하던 구역에 7곳의 편의점이 신규 출점하면 제 매출은 기존의 1/8로 줄어듭니다. 현재 제가 운영하는 편의점 인근에만 점포가 7곳이나 있습니다. 저 또한 다른 점포와 엄청나게 경쟁을 하고 있단 얘기죠.

이처럼 매출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아르바이트생의 임금과 직결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르바이트생의 근로시간을 축소하거나 고용을 감축할 계획은 없어요. 제가 일을 더 많이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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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주 이성종씨ⓒ투데이신문

이 경영난을 해소할 뾰족한 묘책이 없다 보니 본사에서 어느 정도 부담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점주들이 인건비가 상승해 24시간 점포를 안 하겠다고 할까 봐 전기료를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주와의 상생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내놓은 일자리 안정자금도 실효성에 의문이 드네요.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씩 지원하는 정책을 펼친다고 했습니다.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면 아르바이트생을 4대 보험에 가입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4대 보험은 점주인 나는 물론 아르바이트생도 함께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기에 부담이 더 큽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입니다.

8년 전, 제가 편의점을 운영해야겠다고 다짐하게 했던 지인의 말이 떠오릅니다. “편의점이 돈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점포운영 한 달도 채 안 돼서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더 좋지 못합니다. 저처럼 돈이 된다는 말에 혹해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가 크게 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최저임금도 오르고 있으니까요. 편의점 점주들의 숨통이 점점 조이는 거죠. 바라건대, 경영난과 최저임금 인상에 허덕이는 저희의 마음을 부디 정부와 본사가 헤아려주길 바랍니다. 그들이 제대로 마음먹고 실행하면 안 되는 게 없으니까요.

해당 사례는 서울시 동대문구에 소재한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이성종씨(46남)의 이야기다.

이씨는 자신의 매장에서 아르바이트생 대신 하루 10시간씩 주 5일을 일하고 있지만, 그가 한 달에 가져가는 순수익은 110만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편의점이 우후죽순으로 증가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큰 폭으로 올라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에 이씨는 가맹본부 차원의 상생방안과 실효성 있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상생안을 발표했다. 우리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1000억원 규모의 가맹점 상생 펀드를 신규 조성하고 운영 자금이 필요한 경영주들이 대출하면 이자를 지원해주는 상생안을 내놨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푸드 및 상온냉장 상품 폐기지원도 확대했다라며 가맹점 동반성장을 위한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이 최저임금 인상을 같이 부담하자는 취지에서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일부 점주들은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조건을 만족해야만 폐기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며, 경영이 힘들면 대출을 받아 부족한 부분을 메우라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폐기지원금의 경우, 일정 수준의 발주를 하고 판매가 돼야만 받을 수 있다. 우리 점포처럼 조건은 만족하지만 폐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 점포는 한 달 5만원 정도를 지원금으로 받는다. 그런데 현재 인건비가 70만원 올랐다. 하지만 본사는 5만원의 폐기지원금만 주려고 한다. 사실상 인건비 65만원은 점주가 빚을 내 메우라는 것이다라고 한탄했다.

세븐일레븐 본사의 상생안에 실망한 점주는 이씨뿐만이 아니었다. 경기도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점주 김정훈(가명)본사가 발표한 상생안 중 실질적으로 와 닿는 부분은 폐기지원에 대한 부분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100% 지원하는 게 아니기에 만족스럽지 못한 안이다라며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지만, 상생안 발표한 것을 보고 더욱 실망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편의점주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자영업자·중소기업 경영자가 최저임금 인상을 부담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경영자 1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에 육박하는 43.4%내년(2018)에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 부담 때문에 고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이미 아르바이트생 고용이나 고용시간을 줄였다고 답한 응답자도 40.6%에 달했다. 올해(2017) 말까지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겠다는 응답자도 24.6%나 됐다.

정부가 내놓은 지원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하는 경영자가 꽤 있었다. 무려 65.3%의 응답자는 최저임금 인상 관련 고용주 지원 대책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 실행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잡음이 무성하다.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감축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부담이 가중된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더는 피해를 호소하지 않도록 사각지대가 없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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