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근로자, 설 명절 앞두고 무더기 퇴출
LG이노텍 “업무 특수성 단기고용 불가피”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LG이노텍(대표 박종석) 계약직 근로자들이 설 상여금도 받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게 돼 억울하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청와대 게시판에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30일 ‘LG이노텍 계약직입니다.(퍼트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청원글에는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일했고, 인원부족으로 개나소나 다 받더니(심지어 면접도 안보고) 결국 현장관리자 마음에 드는 사람만 남겨두고 계약해지 진행하네요”라며 “정말 힘들어도 악착같이 버티며 있했습니나. 그런데 결과가 이러내요”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한달 월급이 넘는 성과급과 설날 상여금 등을 못 받고 나가게 된 것이 가장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계약 해지 통보도 관리자에게 물어 5일 전에야 들었다고 토로했다.

청원글은 “관리자에게 잘 찍힌 사람만 남아있다. 회사에서 설이나 추석 한 두달 전에 못 짜르도록했으면 좋겠다”며 “왜 우릴 짤랐는지 돈주는게 그리 아까웠는지 궁금하네요”라고 주장했다.

떠나는 계약직 근로자, 일방적 통보‧불투명한 기준

올해 들어 LG이노텍을 떠나게됐다는 계약직 근로자의 청원글은 이 외에도 무려 4건이나 더 게시돼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5일에 올라온 ‘LG이노텍 계약직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도 “계약직으로 작년 9월부터 4개월 가량 근무했는데 설을 앞두고 떡값을 안주려고 회사에서 계약직 직원을 1000명 가까이 계약을 해지 통보 했다”며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대기업 계약직 횡포를 고발합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지난 22일 올라온 청원글의 내용도 대동소의 했다. ‘대기업 계약직 정규직 전환’이라는 제목에 “LG 이노텍에서 근무하고있는 계약직 사원”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요 며칠 LG이노텍에서 생산 물량이 감소한다고해 계약직을 퇴사 시킨일이 있었다. 일을 못하면 할말이 없는데 정규 계약직 인원이 저의 부서로 온다고 일반 계약직 인원을 해고 시킨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계약서 작성을 한 달 간격으로 하고 있다. 대통령님 정부 측만 계약직 정규직 전환만 할게 아니라 대기업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호소했다.

최근 올라온 LG이노텍 계약직 관련 청원 내용을 종합해보면 1월 들어 LG이노텍에서 무려 1000여명 이상되는 계약직 인원이 회사를 떠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LG이노텍 계약직의 무더기 이탈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 1월 들어서만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에서 1000명 이상, 기타 다른 부서에서도 1500명 이상, 무려 2000여명의 넘는 계약직 직원이 올해 들어 무더기로 회사를 그만뒀다는 후문이다.

LG이노텍은 비정규직 고용 비중이 유난히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LG이노텍의 지난해 9월말 현재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 수는 3462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 717명 대비 382.8%(2745명) 늘었다.

반면 같은 시점 정규직 근로자는 되레 줄었다. 올 9월말 기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무기계약직) 수는 7850명으로 작년 9월말 8283명보다 5.2%(433명) 줄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홈페이지

 

롤러코스터 비정규직 고용, 3~4분기 급증 후 1분기 다시 급감

이와 관련해 LG이노텍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설 명절을 상여금 지출 등을 고려해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하거나 계약을 해지 한 바 없다”며 “정상적으로 계약이 만료돼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만료 인원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이미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직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계약 연장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며 “또 서로 계약 연장이 안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계약한다”고 밝혔다. 계약이 한달 간격으로 이뤄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계약 당사자 간 정함에 따라 다르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사업의 특수성 때문에 주기적으로 다수의 단기 계약직 고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차량용 조향 및 제동장치, LED 패키지 등을 만드는 곳으로 발주처의 요구에 맞춰 생산을 하다보니 업무량이 크게 늘 때 임시로 계약직을 고용해 운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보통 1~2분기에는 일이 없는 편이다. 3~4분기에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 고용직이 증가한 것”이라며 “다시 1~2분기가 되면 일이 없는 상황에서 고용 유지가 어렵다”며 대규모 계약직 이탈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LG이노텍 비정규직 변동폭은 유난히 크다. LG이노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규모는 2016년 1분기에 120명, 2분기 83명에 불과했지만 3분기와 4분기 각각 717명, 787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2분기에 각각 330명, 854명의었던 비정규직 인원이 3분기에 3462명까지 늘어난 것이다.

올해 다시 비수기인 1분기에 들어서면서 3000여명 이상 불어난 비정규직 중 상당수가 다시 회사를 떠나게 되는 사이클이 반복되는 셈이다. 더욱이 지난해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계약만료로 회사를 떠나게 되는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업종 특수성을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고용 안전성이 크게 떨어지는 비정규직, 특히 1년 미만 단기계약직 비중이 크다는 것은 최근 정규직화를 통한 고용안정성을 강조하는 최근 정책 기조와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LG이노텍 관계자는 “고용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고용할 경우”라며 “다만 가능한 한 꾸준히 많은 주문을 받아 수출이 발생해 고용을 유지하면 좋겠으나 해마다 업무량의 변동폭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직 근로자 업무환경에 대한 불만에 대해서는 “최대한 정규직과 동일하게 임금이나 복지를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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