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한부모, 지원 제도·인식 개선 여전히 부족
한부모가족·양육비 지원법 개정 움직임 보여
실질적 지원 혜택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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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지난달 23일 미혼모 생활시설 ‘애란원’에서 만난 김예지(가명·21)씨는 4살짜리 딸과 2살짜리 아들, 뱃속에 태아까지 삼 남매를 홀로 기르는 미혼모다. 이날 예지씨는 미혼모로 살아갈 앞으로의 여러 가지 걱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셋째 아이를 임신 중인 예지씨는 현재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시설의 보호 아래서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가족 등에 지급되는 지원금과 후원금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예지씨는 만삭임에도 불구하고 간호조무사 시험을 공부하며 언젠가 시설을 떠나 자립할 날을 준비하고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미래를 준비하며 살고 있지만 마음 한편의 불안함은 떨칠 수 없다. 과연 세 아이를 잘 기를 수 있을 만큼 부족함 없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일하는 동안 아이들은 어디에 맡기며 그에 따른 비용들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미혼모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사회의 시선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도 매우 고민스럽다.

이는 비단 예지씨 만의 고민은 아니다. 실제로 미혼모를 포함한 대다수의 한부모가족이 그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비해 한부모가족을 위한 지원 정책과 인식들이 상당히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게 그들의 목소리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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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사회 변화 캠페인 및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명랑캠페인’은 미혼모 인식 개선 및 자립을 위한 연극 ‘미모되니깐’을 선보였다. 관객과 함께 경제적, 사회적 편견으로 고충을 겪는 미혼모들의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당시 연극을 관람한 2000명의 관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혼모에게 가장 시급한 정책’에 대해 ▲사람들의 이해와 관심 49.6% ▲법과 제도의 보완 47.8% ▲가족들의 이해와 사랑 14.2% ▲경제적 후원 2.8% ▲기타 6.4%로 집계됐다.

또 ‘보완 또는 신설돼야 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양육비 신청 및 청구 원스톱 서비스 39.5%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조건 확대 37.8% ▲친부로서 의무 이행 강화 32.4%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의무교육 27.0% ▲취업 시 이력서 제출 완화 24.1% ▲ 기타 4.5%로 조사됐다.

이러한 의견들을 반영해 지난해 1월 23일 명랑캠페인을 비롯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한부모연합,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인트리 등은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과 함께 ‘한부모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공공 발의했다.

1989년 ‘모자복지법’을 시작으로 2007년 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은 변화된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일부 한부모가족에만 편향돼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미혼모를 포함해 이별·사별로 인한 모든 한부모가족이 아이돌봄 서비스, 상담 서비스, 건강 서비스 등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과 차별, 편견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토대로 개정안에는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자 발굴을 위한 자료 또는 정보의 제공 및 홍보 ▲한부모가족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매년 5월 10일을 한부모가족의 날로 지정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청소년 한부모의 학업과 양육의 병행을 위해 그 자녀가 청소년 한부모가 속한 학교에 설치된 직장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 ▲한부모 가족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부모가족 상담전화를 설치 운영 ▲미혼이 아닌 여성도 기본생활지원형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에 입소해 안전한 분만과 출산 후 양육 지원 등의 내용이 반영됐다.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대한 법률’은 생물학적인 부모가 아이를 키우지 않더라도 양육을 책임지도록 양육비 채무자의 정보동의 없이도 재산을 파악해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을 개정의 핵심으로 삼았다.

명랑캠페인에 따르면 현행법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없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양육비 이행률은 6.7%로 스웨덴 100%, 덴마크 97% 등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한시적 양육비 지원 기간을 최대 9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 ▲양육비 채권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양육비를 긴급지원 받았을 경우 반환 ▲한시적 양육비를 지급한 경우 해당 양육비 채무자의 동의 없이도 관계 기관의 장에게 소득·재산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 가능 등의 내용을 개정 법안에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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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11월 30일 두 법안은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12월 29일 한부모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의 문턱을 넘으며 오는 6월 1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명랑캠페인 오호진 대표는 지금 당장에 실질적인 혜택들이 피부로 와닿기는 어렵겠지만 한부모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본회의 통과는 미혼모에 대한 국가의 인식이 보다 발전됐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까지 통과될 경우 한부모가족이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대표는 “한부모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당장에 미혼모들이 실질적인 지원 혜택이 들었다고 느끼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한부모의 날이 생기고 상담전화가 생긴다는 게 국가에서 한부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부모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이런 기본적인 틀을 잡아주고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까지 통과되면 한부모가족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지원 정책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안정화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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