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100일 토론회’에 가다
법 사각지대 방치된 수많은 ‘을’
고용노동부 신고 도움 안 되기도
법안마련 및 노동 행정 개혁 필요
노동이 존중되는 일터 만들어야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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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임금체불, 상사 폭언 및 폭행 등 직장인들이 업무 현장에서 겪은 부당한 갑질제보에 대해 귀 기울여 듣고, 무료로 상담을 진행해온 직장갑질119’가 출범 100일을 맞아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직장갑질119 100일 토론회에는 박성우김유경윤지영 직장갑질119 법률스텝과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과 김경민 사무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송오영 법제개선팀장, 민주노총 최정우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이 참여했다.

이날 직장갑질119 오진호 총괄스텝은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약 100일간 통계에 대해 발표하며 지난달 20일까지 갑질 제보만 5478건이었다. 임금부터 직장 내 괴롭힘 등 대한민국 직장은 재난수준이었다한국직장은 무정부 상태라고 말했다.

(순서대로) 직장갑질119 법률스텝 박성우‧김유경 노무사,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과 김경민 사무관 ⓒ투데이신문
(왼쪽부터) 직장갑질119 법률스텝 박성우‧김유경 노무사,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과 김경민 사무관 ⓒ투데이신문

각종 갑질꼼수 난무노동 행정 개선 필요

이날 발제에 나선 직장갑질119 법률스텝 김유경 노무사는 직장에서 여러 갑질이 난무하는 것에 대해 법 제도와 문화적인 측면에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김 노무사는 수많은 을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상시근로자 5인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부당해고를 당하더라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조차 할 수 없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를 악용해 온갖 악질적인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진짜 사장이 누구인지 모호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나 파견노동자들도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법이 문제가 크다고 판단했다. 그는 판례에 의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종만 제한적으로 허용한 포괄임금제는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는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도입돼 각종 꼼수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이외에도 공휴일 연차휴가 대체 문제와 관련한 법이 있지만 작동되지 않고 있다. 있으나 마나 한 법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부당함에 대항하려는 을들이 노동청을 찾아 권리를 찾으려 하더라도 정작 고용노동부의 신고가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노동 행정 개혁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직장갑질119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4%고용노동부 신고가 도움 되지 않거나 되레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제보자의 신원이 드러나기 때문이 가장 많았고, ‘고용노동부(노동청)가 회사 편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두 번째로 많았다.

김 노무사는 직장 내 갑질 개선 제안으로 근로기준법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터 괴롭힘 금지 법안마련 철저한 현장 관리감독, 근로감독관 증원 및 근무규정 개정을 통한 전문성 재고 등 노동 행정 개혁 직장문화 바꾸기 초중고 노동법 및 노동인권 교육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좌)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송오영 법제개선팀장 (우)고용노동부 근로기준과 김경민 사무관 ⓒ투데이신문
(좌)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송오영 법제개선팀장 (우)고용노동부 근로기준과 김경민 사무관 ⓒ투데이신문

이어진 토론에서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과 김경민 사무관은 노동이 존중되는 일터를 만드는 게 갑질119의 지향점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추구하는 정책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라고 운을 뗐다.

김 사무관은 지난해 현장노동청을 설치해 정책 개선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내용을 살펴보면 근로감독 행정을 개혁해달라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임금체불, 장시간 노동 문제, 비정규직 차별 등도 해결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라며 노동법령 재개정, 직장문화 바꾸기 혁신, 노동자인권교육 등 다양한 과제를 잘 반영해 현장노동자들의 권익이 향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비판에 대해서는 임금체불 신고사건이 많아서 감독관들이 이에 매몰되고 있긴 하다“(비판을) 충분히 반영해 어떻게 감독행정 제도를 바꿀지 검토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송오영 팀장은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심각한 폭언과 폭력 행위는 형법상 처벌이 가능하지만, 은밀하게 이뤄지거나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직장 내 괴롭힘은 사실관계 입증조차 힘들고 법적 처벌도 한계가 있다라고 문제를 진단했다.

송 팀장은 일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담당하고 있으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법상 조사 권한의 한계,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실효적인 대응이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처벌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는 직장 문화 개선 등과 병행해야 한다. 이에 인권위는 오는 13일에 발표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최정우 미조직전략조직국장 ⓒ투데이신문
민주노총 최정우 미조직전략조직국장 ⓒ투데이신문

민주노총 최정우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은 질 낮은 일자리, 불안한 고용, 사회안전망의 붕괴 속에서 총체적인 갑질이 발생하고 있다. 그중 임금에 대한 문제가 가장 많았다. 근로기준법 위반, 무료노동, 포괄임금제 등 노동자가 일하는 만큼 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국장은 이러한 갑질 해결에 대한 제언으로 소규모 사업장에 명예근로감독관제 도입 통한 갑질 현장 개선 노동조합 설립으로 사용주에 대응 등을 제시했다.

직장갑질119 법률스텝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 내 갑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제도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윤 변호사는 고용노동부가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근로감독관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제도를 잘 적용해 법에서 정하는 만큼의 형량을 구형하면 되는 데 그마저도 안 돼 법 위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노동자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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