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미만·60대 이상, 은행 외 금융기관 대출 비중 치솟아
담보위주 대출 관행·고신용자만 취급…취약계층 소외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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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최근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28살 A씨. 프랜차이즈는 엄두도 못 내고 동네에 조그만 개인카페를 하나 차리려고 했지만 돈이 부족해 주거래 은행인 1금융권 B은행에 찾아갔다. 그러나 현재 소득이 없고 마땅한 담보도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받지 못했다.

식당을 차리려고 준비 중인 61세 C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돈을 빌리기 위해 1금융권 D은행을 찾아갔지만 대출을 받지 못했다. 그는 앞서 식당을 운영하다 실패하면서 모아놓은 자산이 없었고 현재 소득도 없는 상황에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라는 점이 대출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다. 결국 A씨와 C씨 모두 비은행 대출권으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30대 미만·60대 이상, 비은행 대출 ‘역대 최고’

이처럼 최근 비교적 소득이 적은 사회 초년생이 많은 30대 미만이나 은퇴한 60세 이상 고령층이 은행의 대출에 있어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0세 미만 가구주중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가구 비중은 23.0%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12.4%) 10.6% 증가한 결과다.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30.4%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60세 이상이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가구 비중은 전년 대비 4.4% 늘어났다.

이처럼 30세 미만 청년층 및 60세 이상 고령층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은행 외 금융기관 담보대출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연령대는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에 있어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이거나 상승 폭이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40대에서는 그 비중이 2016년 21.6%에서 지난해 17.4%로 하락, 50대도 같은 기간 23.3%에서 19.8%로 감소했다. 30대는 비은행 대출 비중이 13.5%에서 14.6%로 증가하긴 했으나 그 폭이 1% 미만으로 미미했다.

이처럼 30대 미만과 60대 이상의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이 증가한 것은 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청년과 노인층이 비은행권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은 1금융권인 은행을 제외하고 저축은행, 비은행 금융기관(우체국, 새마을금고 등), 보험회사, 대부업체, 캐피탈, 각종 공제회와 같은 기타 기관을 말한다. 문제는 이 같은 기관들의 대출 금리가 1금융권인 은행보다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7년 12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기준 예금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3.61%를 기록했다. 반면 신규취급액기준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금리는 상호저축은행이 연 10.50%, 신용협동조합이 연 4.73%, 상호금융이 연 4.04%, 새마을금고가 연 4.08%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신용자 신용 대출 꺼리는 1금융권?

국내 은행권이 담보위주의 대출 관행을 벌여온 것이 취약계층이 은행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계속돼왔다.

개인 대출에 있어 담보 대신 신용도 위주로 대출을 하기엔 위험요소가 많이 따르는 만큼 은행권은 그동안 리스크가 적은 담보대출 위주의 영업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은행권이 개인의 신용도와 미래성장 가능성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민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담보 위주의 안전한 장사만 하는 관행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시중 은행들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 대출을 줄이고 고신용자에 대해서만 신용 대출을 적극 늘려온 것도 청년층과 노인층이 1금융권서 밀려나는 데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고신용자(1~3등급) 대출 비중은 2014년 말 70.1%에서 2017년 9월 말 기준 78.8%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신용자(4~6등급)와 저신용자(7~10등급)의 시중은행 대출 비중은 각각 23.2%에서 17.2%로, 6.7%에서 4%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은행은 주로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취급하고 비은행 금융기관 혹은 대부업체는 주로 중·저신용자에 대해 신용을 공급함에 따라 신용도에 의해 대출업권이 나눠지는 양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은행이 중·저신용자에 대해 대출 비중을 줄인 것은 차입자의 신용도가 대출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의 경우 금융거래실적이 없기 때문에 신용위험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신용정보 부족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고 이들에게 돈을 빌려줄 경우 떼일 위험이 얼마만큼 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은행이 대출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담보, 특히 주택담보에 집중된 1금융권 대출은 부동산 부양정책 등과 맞물리면서 가계부채 부담을 키우게 됐고 결국 1금융권 문을 더 좁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30대 미만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 사이에서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비중이 크게 오른 것은 정부가 2016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여신심사를 강화하는 지침을 도입한 이후라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여신심사란 여신이나 어음할인, 보증여신 등의 신용을 제공하기 전 소정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신청인의 자격과 상환능력, 담보의 적정성 유무를 심사하고 여신의 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정부가 여신심사를 강화함에 따라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저소득·저신용 계층이 제2금융권, 대부업체로 밀려났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특히 비교적 소득이 적은 사회 초년생이 많은 30대 미만이나 은퇴해 소득이 없는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은행 대출의 문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이들이 대거 1금융권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1월말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하반기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시행으로 여신심사가 더욱 강화되면서 앞으로 취약계층이 은행 이외 금융기관 대출로 밀려나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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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금융권서 대출 거부…대부업체로 발길 돌려

1금융권에서 밀려난 이들은 과연 어디로 향하게 되는 것일까.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비교적 쉽게 대출이 가능한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1금융권에서 밀려난 30대 미만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도 대부대출로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이 1월 17일 발표한 ‘대부업 금리 실태 및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대도시에 거주하는 706명의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인식조사에서 응답자 중 67.1%가 현재 대출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29.2%가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이유로는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타 금융권에서 거절당했기 때문에’가 54.5%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비교적 쉽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44.9%로 두드러졌다.

특히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소비자 66.5%는 제1금융권에서 대출거부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소비자들은 최근 2년 이내 대부업체의 대출을 평균 4.3회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1금융권에 비해 너무 높은 금리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대부업체 19곳의 평균 금리는 연27.3%로 법정 최고금리인 연27.9%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매달 상환하는 대출 원리금이 부담된다는 이용자는 67.1%로 상환 기간에 갚을 수 없을 것이라고 응답한 이는 31.7%에 달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대부업체의 대출 원리금이 부담되면서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1금융권에서 거절당하는 등 대출 선택 제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행구 금융국장은 “제1금융권 대출 거절 경험 여부는 대부대출 이용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인으로 분석된다”라며 “특히 대부대출 이용자는 낮은 신용등급 등으로 인해 타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기에 제한적으로 대부업체의 대출을 이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대출 서비스의 내용과 조건이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등 서민금융인 대부대출 이용에 있어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금융국장은 “은행에서는 부채상환비율을 따져보고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상환능력이 안된다고 판단되거나 소득이 낮으면 대출을 못 받는다”라며 “이들이 은행권에서 거절을 당하고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게 되는데 특히 소득이 없는 20대나 60대 이상 고령자는 대출 수요가 생길 경우 아무래도 대부업체 쪽에서 대출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청년 및 고령층이 저축은행, 캐피탈 등에서 진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신용도가 떨어져 1금융권에서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자율 낮추고 채무조정 해줘야”

그렇다면 취약계층이 1금융권에서 밀려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개선책이 필요할까.

금융소비자연맹 강 금융금장은 “현재 부채가 있는 가구들이 너무 많다. 채무조정이 필요하다”라며 “대출 이자율을 낮추고 채무자가 소득범위 내에서 갚을 수 있도록 상환 기간을 장기로 늘려줘야 한다. 또한 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자에게 추가적인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 구청이나 지자체에서 금융 문제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정책을 많이 펼치고 있다. 채무자 스스로 그런 곳을 찾아가 상담을 받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취약계층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10등급의 중·저신용자는 사실상 제1금융권의 대출이 불가능함에 따라 비은행권에서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5% 미만의 저금리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3등급 이상의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사이의 금리단층이 발생하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서민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중금리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사잇돌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 2016년 7월부터 9개 시중은행(신한·우리·제주·KB국민·KEB하나· IBK기업·NH농협·SH수협·JB전북은행)에서 상품이 운영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취약계층 100%가 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은행에서는 소득이 없는 취약계층들도 대출이 가능하게끔 사잇돌 중금리 대출 상품 등을 운영하며 불편을 겪는 이들이 줄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며 “또한 서민금융 거점점포 확대 운영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접근성을 높이고 유관기관으로의 연계 업무를 통한 대출 이외의 다양한 상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부업체 등에서 대출받은 고금리 대출을 싼 이자로 갈아탈 수 있는 ‘바꿔드림론’ 등 정책금융 상품을 적극 활용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줄어들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함께 힘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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