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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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최영미 시인이 문단 내 성폭력을 폭로한 시가 법조계에서 촉발된 ‘미투(Me Too)’ 운동을 계기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최 시인은 지난해 12월 계간 문예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기고한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한 시인의 성폭력을 고발했다.

해당 시는 가해자를 'En'이라고 표현하며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라고 En이 성폭력을 일삼은 것을 드러낸다.

최 시인은 “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라며 자신도 같은 피해를 당했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라고 En의 성폭력 행태를 폭로했다.

또 그는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며 문단 내에 만연한 성추행을 묵인하는 문학계를 지적했다.

최 시인은 En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으나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라며 암시적으로 그를 표현했다. ‘노털상’은 노벨문학상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최 시인은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그는 상습범이다.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피해를 봤다”며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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