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시험 주관사 YBM ‘불공정행위’ 논란
비싼 응시료·상술적인 성적 발표일 선정
YBM, 개선 방안 발표…응시료 감면은 빠져
시민단체 “YBM, 응시생 부담 완화 책임져야”

ⓒ뉴시스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지난해 7급 공무원 시험에서 영어 시험이 토익(TOEIC) 700점 이상 제출로 대체됐다. 이처럼 국내에서 공공기관과 기업 등에서 인력을 채용할 때 지원자들의 어학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토익 점수를 활용한다. 취업의 필수조건이 돼버린 토익에 수많은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은 원하는 점수에 도달할 때까지 토익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토익 주관사 YBM이 불합리한 성적 발표와 응시료 규정으로 취준생고발 청원글이 올라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응시료가 터무니없이 비쌀뿐더러 이전 시험의 성적을 알기 전에 다음 시험을 접수하도록 하고 있어 도를 넘은 상술이라는 취준생의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토익과 관련해 YBM의 불공정행위 논란은 계속돼왔다. 과거에도 이 같은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다시 한 번 공정위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사진 출처 =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사진 출처 =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비싼 응시료·불공정한 성적 발표일과 환불 규정

지난 1월 28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갑질 규정으로 취준생을 두 번 울리는 토익 주관사 YBM을 공정위에서 조사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채용 시 요구하는 소위 ‘스펙’ 마련을 위해 도서관과 카페, 학원을 전전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취준생이라는 게시자는 YBM이 토익 시험 운영과 관련해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납득할 수 없는 갑질 규정으로 취준생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게시자는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지 못한 채로 다음 회차 시험을 울며 겨자 먹기로 접수해야 한다”면서 “다음 회차 시험 접수 기간은 채점 발표일 이후로 연장해야 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또 “응시료가 터무니없이 비쌀 뿐만 아니라 정기접수와 특별추가접수를 구분해 접수료를 10% 올려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게다가 정기접수기간이 응시일로부터 약 1달 전에 마감되는 것은 더더욱 상술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연 200만명 이상이 응시하고 이에 따라 연 800억원을 벌어들이는 YBM의 독점적 시장 지위는 제재돼야 마땅하다”며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공정위에서 YBM의 토익 시험 규정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 YBM 시사 어학시험 홈페이지 일부 캡처>

토익은 정기 접수료 1999년 2만6000원에서 꾸준히 상승해 현재는 4만4500원이다. 정기접수는 응시일로부터 약 한 달 전에 마감되며 이후 특별추가접수를 할 경우에는 10%를 추가된 4만89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토익은 전 회차 성적이 발표되기 전에 다음 회차 시험 접수를 마감한다. 이에 따라 응시생들은 직전에 본 시험 점수를 알지 못한 상황에서 본인의 판단만을 토대로 다음 시험 응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는 2월 11일에 실시되는 349회차 시험 정기접수기간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1월 15일 오전 8시까지로 응시료는 4만4500원이다. 1월 15일 오전 10시부터 2월 8일 오전 8시까지는 특별추가접수기간으로 4만89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해당 시험의 성적 발표일은 2월 27일이지만 다음 350회차 시험일은 이보다 빠른 2월 25일이다. 때문에 349회차 응시생의 경우 성적확인을 못하고 350회차 시험에 응시해야 할지, 말지를 오로지 자신의 추측을 바탕으로만 결정해야하는 상황에 몰린다.

<사진 출처 = YBM 시사 어학시험 홈페이지 일부 캡처>

게다가 토익 점수를 확인하고 미리 접수해 둔 시험을 취소하려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정기접수자는 정기접수기간 내 취소 시 ▲정기접수 마감일 기준 7일 이내는 전액 환불 ▲마감후 일주일은 60% ▲ 그 후 일주일은 50% ▲ 그 후로부터 시험 전날까지는 40%를 환불받을 수 있다.

하지만 특별추가접수자는 특별추가접수기간 내 취소 시 전액 환불 가능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응시료가 결코 저렴하지 않은 데다 특별추가접수라는 이유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응시생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정기접수자의 100% 환불 취소 기간이 응시일로부터 매우 긴 시간일 뿐만 아니라 특별추가접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합리한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토익 유효기간 만료로 시험을 준비 중인 취준생 박모(26)씨는 “다른 자격증 시험은 한달 전이든 일주일 전이든 접수료가 같은데 왜 토익만 구분하는 것이냐”며 “정기접수와 특별추가접수를 하나로 통일해야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끝으로 “이번 논란을 통해 많은 응시생들의 불만을 공정위에서 적극 반영하길 바란다”며 “취준생을 포함한 해당 시험을 응시하는 많은 응시생들의 부담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뉴시스

시민단체 “YBM, 책임지고 응시생 부담 완화해야”

토익 시험과 관련해 YBM의 갑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청년유니온,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는 “토익시험 운영에서 YBM의 불공정행위가 만연해있다”면서 응시료 인상과 환불규정, 특별접수기간 등을 이유로 토익 시험을 주관하는 YBM 한국토익위원회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당시 공정위는 무성의로 일관하며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다만 정기접수 마감일 기준 7일 이내 접수한 응시자에 대해서는 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 응시를 취소할 경우 전액 환불 가능하도록 시정했다.

참여연대는 “토익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기 접수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접수기간을 없애거나 혹은 짧게 해야 한다”며 “토익 성적을 확인한 후 이번 달에 있을 토익시험을 신청할 때도 정기접수기간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별추가접수자에 대해 10% 가산금을 받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며 미리 시험을 접수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응시를 취소해야 할 경우 환불수수료를 0원으로 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YBM은 자의적인 규정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음을 깨닫고 조속히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면서 “청와대와 공정위, 소비자원 등은 취준생들이 토익 문제점 개선을 호소하는 청원 글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회경제적 약자 중 약자이자 소득이 전혀 없는 청년 취준생들을 볼모로 자행되는 YBM의 횡포를 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청년유니온 역시 토익이 갖는 사회적 지위만큼 이를 주관하는 YBM 역시 이번 논란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청년유니온 김영민 정책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2016년 신토익 도입으로 성적발표기간 단축이 이뤄지긴 했으나 접수기간 마감 후 성적발표 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응시생들의 편의를 배려해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 7급 영어시험도 토익을 포함한 공인영어시험으로 대체하는 등 토익이 사회적으로 갖는 지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응시료 인상 등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시험 주관사인 YBM이 책임을 인지하고 응시생들이 겪는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별 토익 응시료 <자료 제공 = YBM 한국토익위원회>

개선안 발표한 YBM…응시료 감면은? 

논란이 끊이지 않자 8일 YBM 한국토익위원회는 ‘토익 제도 개선 사항’을 발표해 응시생의 요구에 응답했다.

개선 사항에는 올해 상반기 안에 토익 성적을 다음 회차 접수 전 확인할 수 있도록 바꾸고 이를 위한 성적처리 소요기간 감소, 정기접수기간 연장, 환불 수수료 인하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시험 시행 초기 성적을 처리하는 데 45일이 소요됐지만 지속적으로 줄여나가 현재는 시험일로부터 16일째 시험성적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응시생들의 요구를 반영, 추가 단축해 차기 시험의 접수 마감 전에 성적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또 정기접수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추가접수기간은 기존의 약 25일에서 10~11일로 단축한다. 이에 따라 정기접수기간은 14일 늘어난다.

이로써 10% 추가 비용을 부담하던 특별추가접수자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정기접수 후 취소 시 환불 되는 금액도 절반 가까운 취소자가 100% 환불받게 되며 나머지 취소자 역시 환불받는 금액이 이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저소득층 취준생의 취업 비용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 2회의 토익 무료 응시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다만, 응시료가 비싸다는 논란과 관련한 개선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YBM 한국토익위원회 홍보팀 관계자는 본지에 “국내 토익 응시료는 주요 토익 시행 국가 중 저렴한 편에 속한다”며 “응시료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