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까지는 ‘첩첩산중’
김여정, 김정은 친서 전달…문 대통령 방북 초청
8월 광복절 전후, 1차·2차와는 다른 정상회담
한미연합군사훈련,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
미국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번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남은 한반도를 출렁이게 만들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함께 전 세계가 주목하면서 김 부부장의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고,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만큼 이번 방남이 갖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더욱이 김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그야말로 한반도는 출렁거렸다.
【투데이신문 장승균 기자】 북한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2박 3일간의 짧은 만남을 갖고 북으로 돌아갔지만 그가 남긴 파장은 엄청나다. 국내 언론은 둘째치고 외국 언론에서조차 김 부부장의 방남에 대해 대서특필했을 정도다. 모 해외 언론은 김 부부장을 ‘북한의 신무기’라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부부장의 방남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과 5.24 조치를 보기 좋게 와해시켜버렸다. 북측 대표단 및 예술단이 내려오는 과정에서 한국은 북측 여객기나 선박을 받아들였다. 또한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은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현재 대북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살펴볼 때 비록 한시적이지만 대북 제재 결의안이 보기 좋게 와해됐다. 외신이 김 부부장을 북한의 신무기라고 표현할 만했다.
‘北의 신무기’ 김여정
김 부부장의 이번 방남으로 북측은 상당한 성과를 거둬들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북 제재 조치가 완화됐다. 물론 한시적이지만 대북 제재 조치가 일시적으로 완화되면서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또 다른 성과는 전 세계가 북한을 무조건적인 호전국가로 취급하지는 않게 됐다는 점이다. 물론 북한은 아직도 테러국가이며 반인권적인 국가다. 하지만 전 세계인들에게 이번 방남을 통해 북한이 ‘뿔이 난 도깨비 국가’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이는 북한이 호전적인 국가에서 이제는 전 세계에 주목을 받는 국가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김 부부장의 방남으로 북한은 상당한 이미지 개선을 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같은 기간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 인사들과 접촉하지 않고 귀국하면서 오히려 미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고, 북한에 대한 여론은 다소 긍정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성과는 ‘핵’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전 세계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경악하면서 제재 조치를 내렸는데,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핵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국내에서도 핵이라는 단어를 쉽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인식이 다소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보수 야당들을 중심으로는 북핵 폐기가 남북정상회담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의 인식 속에 북핵이라는 단어가 다소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남북정상회담이 과연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열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남북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남북관계가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변화를 겪었다. 김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한다면서 남북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리고 곧바로 남북고위급 회담이 열리면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김 부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방북을 공식 초청하면서 이제부터 남북정상회담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급물살 타는 남북관계
남북정상회담의 시기는 오는 8월 광복절이 가장 유력하다. 6.15 남북공동선언 18주년 또는 올해 광복절을 전후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광복절 전후 문 대통령이 방북,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정상회담이 1차·2차 남북정상회담과는 확연히 다른 성과물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1차·2차 모두 김대중·노무현 정부 임기 말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이다. 또한 1차 남북정상회담은 만남 자체에 의미를 뒀고, 2차는 이명박 정부로 정권교체가 되면서 폐기처분됐다. 반면 3차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에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협약을 맺을지는 모르지만 그 협약을 충실히 이행할 시간이 있다. 다시 말하면 정책의 영속성을 담보 받게 된다. 따라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기존 1차·2차에 비해 보다 발전된 남북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북한이 과연 남북정상회담까지 도발하지 않고 조용히 지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현재 한미군사훈련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평창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군사훈련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군사훈련을 재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내정간섭이라면서 반발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난 후 군사훈련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군사훈련이 재개됐을 때 북한의 반응이다. 그동안 북한이 군사훈련 기간 중에 도발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번에도 도발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군사훈련 이전에 우리 측에게 남북정상회담을 매개로 군사훈련 축소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축소 요구가 오게 되면 과연 훈련 규모 등을 축소해야 할 것인지, 정상적인 훈련을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된다.
美 코피 전략은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의 반응이다. 미국은 현재 ‘코피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군사적인 압박을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이 전략을 계속 유지한다면 아마도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이 과연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이런 이유로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북미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남북정상회담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반도 평화라는 자동차에 문 대통령이 운전석에 앉았다는 점이다. 이제 운전을 어떤 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반도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북한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 부부장을 내려보낸 것이다. 그리고 이제 평화의 꽃이 점점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