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세브란스병원 화재가 대형 식품회사 아워홈이 운영하고 있는 화덕피자가게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병원 내에서 운영되는 대형 식당가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소방서·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화재 현장을 합동으로 정밀 감식한 결과 본관 3층 푸드코트 피자가게가 발화지점으로 추정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세브란스병원의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곳은 범 LG그룹 계열인 아워홈에서 운영하는 ‘세븐포인트 피자’다.

아워홈은 지난 2013년부터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컨세션사업 계약을 맺고 화덕피자 매장 외 쌀국수전문점·수제버거집 등 11개의 식당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번 신촌세브란스 병원 화재가 발생한 ‘세븐포인트 피자’는 2014년 론칭한 브랜드다.

경찰은 병원 본관 3층 푸드코트 피자집 화덕의 불씨가 환기구(덕트) 내부로 유입돼 기름찌꺼기에 닿으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병원에서 자칫 대응이 늦었으면 대규모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사고였다. 

특히 화재 위험이 높은 500도 이상의 고온을 다루는 화덕피자 매장이 병원 내에서 운영됐다는 것과 관련해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소방법에 따라 불연재료를 이용해 화덕을 설치 운용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게다가 이번 화재 불씨가 된 환기구의 기름찌꺼기는 다른 종류의 식당에서도 충분히 화재 위험 요인이 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안전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세브란스병원 뿐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대형 병원도 입원병동과 영업용 식당이 한 건물에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화재 사건에 대해서는 책임감 있게 임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화재와 관련해 정부당국의 최종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입장을 밝히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화재 발화점으로 지목된 ‘세븐포인트 피자’의 운영여부에 대해서는 “화덕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기로 안전성을 다 확인했다”면서도 “다만 우려가 있으니 일단 운영은 잠정 중단했다. 재개 여부는 병원측과 협의해야할 문제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병원의 부대사업이 이번 화재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이번 화재를 계기로 구내식당에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9일 성명서를 내고 "수백도의 열을 이용해 피자를 굽고 불맛을 자랑하는 중식당이 자리한 병원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며 "부대사업에서 많은 이윤을 기대고 있는 병원의 입장에서는 이런 시설들을 얼마나 더 확대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중요할지 모르겠지만 또다시 소중한 생명을 잃을 뻔했던 지금, 골든타임 5분에 생명을 맡기지 않으려면 병원의 원칙과 본래의 역할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행해지는 무분별한 부대사업 확장에 대해서 재검토하고 최소한의 규제방안이 마련돼야한다”며 "정부는 병원의 돈벌이와 화재 등의 위험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대사업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된 아워홈은 식자재 공급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식품제조에서 유통업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 전문식당, 식재영업, 위탁급식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컨세션, 웨딩, HMR 사업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3남으로 구자학 회장의 아들인 구본성 부회장이 대표이사 맡고 있다. 아워홈은 구본성 대표가 지분 38.56%로 1대 주주이며 여동생인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가 20.67%, 또 다른 여동생인 구명진.구미현씨가 각각 19.60%, 19.28%를 보유한 사실상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