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 희롱 상황에 '함께 참여' 선택지 둬
초선 캐릭터 '결혼' 선택 시 얼굴 붉어지며 미소
게임 상 중요하지 않은 장면 선정적 이용 논란
“선정성으로 승부하는 게임업계 풍토 개선돼야”

모바일 게임 '짐의강산' 광고화면(왼쪽) 사진제공 = 독자 A씨 / 네이버 지식인에 한 네티즌이 올린 게시물(오른쪽) 사진출처 = 네이버 지식인 화면 캡처
모바일 게임 '짐의강산' 광고화면(위) <사진제공 = 독자 A씨> / 네이버 지식인에 한 네티즌이 올린 게시물(아래) <사진출처 = 네이버 지식인 화면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모바일 게임 '짐의강산'이 여성혐오 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유튜브로 영상을 즐겨보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짐의강산 광고를 보고 불쾌함을 느꼈다. 해당 광고는 플레이어가 무장 여포를 생포하고 초선이 여포를 구하기 위한 사신으로 찾아온 상황을 묘사했다.

노출이 심한 초선의 복장도 문제였지만, 해당 광고에서는 플레이어가 사신으로 온 초선에 대한 처분을 선택하도록 하고 ‘결혼’, ‘참수’, ‘석방’, ‘고문’ 등의 선택지를 뒀다.

이 광고에서는 선택지에 따라 초선의 표정이 달라지는데, 이 중 ‘결혼’을 선택하면 초선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미소를 띠는 것으로 묘사했다.

A씨는 “광고를 보고 불쾌해 알아보니 원빈이 광고 모델인 인기 게임이었다”라며 “초선이 얼굴이 붉어지는 건 성관계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 게임 맥락상 중요한 장면으로 보이지 않는데 굳이 이런 장면을 광고로 쓰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A씨와 마찬가지로 해당 광고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성희롱을 장난처럼 묘사하는 광고 수준이란…”이라며 해당 광고를 비판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짐의강산’을 검색하면 ‘짐의강산 광고’, ‘짐의강산 초선’, ‘짐의강산 고문’ 등의 연관검색어가 나타난다.

같은 게임의 또 다른 광고도 논란을 빚고 있다. 문제의 광고는 병사가 부녀자를 희롱하는 상황을 묘사하면서 플레이어에게 ‘욕하기’, ‘강제제지’, ‘즉시 참수’, ‘함께 참여’라는 선택지를 뒀다. 플레이어가 성범죄 공범자가 될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어이 없다”며 해당 장면을 캡처해 공개하기도 했다.

‘게임계 내 여성혐오 고발’ 운동을 진행 중인 페미니스트 게이머 모임 ‘페이머즈’의 공보끔 활동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권력관계를 이용해 여성의 성을 착취하려는 묘사는 여성에게 매우 기만적이며, 광고를 보게 되는 여성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며 “매우 여성혐오적이고, 강간을 강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강간문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광고의 장면이 게임 상 중요한 장면이 아니라면 여성을 게임 상의 ‘아이 캔디(Eye candy, 눈으로 보기에만 좋은 것)’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게임성보다 선정성으로 승부하는 게임업계의 마케팅 풍토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짐의강산’을 서비스하는 게임업체 제디게임즈(Jedi games)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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