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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태광그룹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 계열사를 통해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한국도서보급의 도서문화상품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일감몰아주기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특히 태광그룹은 앞서 공정거래위원회 등 감독기관으로부터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행보를 보여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올해 설 명절에 직원들에게 복리후생비로 태광그룹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의 도서문화상품권을 지급했다. 흥국생명은 전 직원에 5만원씩, 흥국화재는 10만원씩을 각각 지급했다.

문제는 한국도서보급이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이다. 한국도서보급은 이호진 전 회장이 51%를, 아들 현준씨가 49%로 오너부자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흥국생명 측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 금액”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다른 회사들은 명절 같은 때 직원들한테 생필품을 나눠주는데 내부거래라고는 말 하지 않지 않냐. 우리는 생필품 대신에 상품권을 지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금액이 인당 5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적은 금액이기에 내부거래라고 볼 수 없다. 직원이 현재 600명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총 3000만원도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매년 설이나 추석 때마다 종종 도서문화상품권을 구매하며 한국도서보급의 매출에 기여해온 것으로 알려져 연 단위로 보면 매출 기여 금액 규모는 더 커진다.

게다가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를 포함해 태광그룹 계열사의 상품권 구매 규모를 모두 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도서보급은 2016년 72억9063만원의 영업수익을 거뒀다. 이중 계열사를 통해 거둬들인 매출은 65억원에 달한다. 계열사를 통해 거둬들인 매출의 비중이 90%에 달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계열사간 매출액 65억원은 상품원외 매출액 47억9605만원과 상품권 매출액 17억1145만원을 합한 수치로 이 중 계열사 상품권 매출액 17억1145만원은 흥국생명 2억9534만원, 흥국화재 1억8549만원, 주식회사 티시스 7억3404만원, 흥국증권 102만원, 기타 1억931만원으로 구성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인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한국도서보급의 경우 총액 규모는 작지만 전체 매출 비중으로 보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한편, 태광그룹은 그 동안 주요 계열사를 통해 일감몰아주기를 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일감몰아주기 혐의를 받고 있는 태광그룹 본사를 찾아 현장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태광그룹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자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증권과 흥국자산운용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주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 두 회사는 2010~2016년 계열사 티시스가 운영하는 골프장 회원권과 상품권 등을 구매하고 수십억원을 지급한 게 문제가 됐다.

특히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지난 2016년 티시스에서 만든 김치와 와인을 시중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상여금 대신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아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다.

이 외에도 이 두 계열사는 티시스를 통해 고가의 골프상품권을 구입한 탓에 2010년 후반 금융당국의 제재를 수차례 받기도 했다.

일감몰아주기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태광그룹은 지난해 12월 오너일가가 보유한 계열사를 7곳에서 1곳으로 줄이는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 해소 시도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 또 다시 흥국생명과 훙국화재가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휩싸이며 비판의 눈초리가 따가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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