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소연 칼럼니스트<br>▷성우, 방송 MC, 수필가<br>▷저서 <안소연의 MC되는 법> <안소연의 성우 되는 법>
▲ 안소연 칼럼니스트
▷성우, 방송 MC, 수필가
▷저서 <안소연의 MC되는 법> <안소연의 성우 되는 법>

18세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한다.
40세 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않는다.
60세 때, 어느 누구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상담자들이 들려주는 ‘18, 40, 60의 법칙’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그닥 관심이 없으니 그들과 섞이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법칙이다. 
뭐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아이돌 스타이거나 정현 선수급의 스포츠 스타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갑남을녀는 자신과 같은 레벨의 갑남을녀에게 큰 관심이 없다. 따라서 대인 공포증 같은 거 갖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도 된다.

나는 이 법칙을 처음 알았을 때, 내 깨달음의 경지에 잠시 감격했지만(참 서글픈 깨달음이었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니... ) 나이 불문, 아직 혼자인 사람들, 짝 찾기를 조금이나마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법칙을 절대 알려줘선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고 느끼는 것만큼 서글픈 일이 어디 있으랴.

어디까지나 편협한 내 의견이지만,
기본 의식주가 해결된 뒤 사람이 원하는 건 딱 한 가지다.

인정.(人情이 아니라 認定)
일과 사람으로부터의 인정.

나를 둘러 싼 사람들로부터, 내게 주어진 일에서(그게 공부건 영업 능력이건 말이다) 인정받고 싶다는 것.
그런데 일에서 인정받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행복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다. 
나를 둘러 싼 사람들.
가족, 친구, 선생님, 직장 동료.... 때로는 멋진 이성으로부터 인정받는 것.
저 사람 참 괜찮은,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참 진국이라고 인정받는 것.
우리 모두는 그걸 원하지만 그건 참, 퍽이나 어려운 일이다.

모든 정신 분석의 끝이 ‘내 엄마가 문제였군.’ 이라는 건 이제 상식이다.
어린 시절 엄마와의 관계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 한 경험과 상처는 그 사람의 평생을 쫓아다니는 어두운 그림자가 된다. 
엄마들은 흔히 말한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못 살아.”

덤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런 악담도 넉넉히 주신다.

“꼭 너 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봐라.”

이 말이 아이에게 주는 상처는 무의식 저 깊은 곳에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다. 비극은 거의 모든 엄마가 그런 악담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
관계에서 인정받는 것에 익숙하지 못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악담을 듣고 컸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상처를 입고 자라난 사람들이다. 당연히 연애라는 친밀한 관계 맺기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이렇게 관계 맺기에 서툰 그들이 종종 연애도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들의 문제는 이성과의 관계 맺기가 너무나 쉽다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연애 걸기의 가벼움이랄까? 굳이 어려운 말로 하자면 그들은 ‘경계성 인격 장애’라는 걸로 고통 받는 중이다. 
‘경계성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만의 어떤 기준선이 있어서 상대방이 그 선을 넘어서는 순간, 그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도 사람인 이상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겠지만 예를 들어 ‘절친’이라는 관계, 그 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끈끈함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치로 알지는 못한다. 그저 막연히 상상하고 본인도 그런 관계의 누군가가 있는 척 할 뿐이다. 이들의 증세는 자폐와 다르다. 관계 맺기가 싫은 것이 아니라 두려워서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외로움을 느낀다. 누군가가 그립고 깊은 애착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 특히나 인간인 이상, 이성으로부터의 인정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연애를 한다. (물론 애초에 문 걸어 잠그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열외로 치자) 그 중 일부는 아예 365일 내내 연애 중이다. 그것도 막 시작한 연애 중. 그러나 곧 끝날 것이 분명한 한 달, 혹은 두 달 짜리 연애 중. 

매번 초기 연애에 성공하는 비결이 무엇인지는 차차 고민해보자. 어쨌든 그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연애 도사로 보인다. 그린라이트의 상징인 짜릿함을 만끽하며 연중무휴로 달달한 연애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진정한 소망은 무난한 연애, 조금 지루할 지라도 ‘스테디한’ 관계를 갖는 것이다. 015B의 노래 <아주 오래된 연인들> 같은 연인을 가져 보는 것.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S는 언제나 연애중이었다.
스켈레톤의 윤성빈 선수처럼 압도적 1위에게만 켜진다는 그린라이트!
그 어려운 걸 1년 내내 번쩍거리며 늘 새로운 남성과 열애 중이었다.
빼어나게 이쁜 것도 아니고, 부잣집 딸도 아닌데... 도대체 비결이 뭘까 주변 친구들은 궁금했다. 
모두 자기를 부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S는 종종 입이 나와 있었다. 지난번에 헤어진 남자도 알고 보니 너무 시시했다면서... S는 늘 트집 잡을 거리를 찾아내 관계를 끝내곤 했었다. 흠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S앞에 완벽한 남자가 나타났다.
사람마다 멋진 남자에 대한 선호가 다를 테지만 구경꾼인 내 기준에서는 퍼펙트한 남자였다. 

첫째. 키 크고 잘 생겼다. 조각 미남, 꽃미남... 그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 됐다.
둘째. 전도유망했다. 명문대 석사 과정인 그는 학부 입학 이래 부동의 과 수석으로 교수 자리는 따 논 당상이라고 주선자가 말 한 바 있다.
셋째. 게다가! 부잣집 아들이었다. 이 남자는 고급 호텔이나 유명 빌딩의 라운지라는 곳이 아니면 밥을 사지 않았다. 

그 외에도 사소한 장점들이 차고 넘쳤다. 옷도 잘 입었고, 헤어스타일도 그만이었으며 매너도 굳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S를 많이 좋아했다.
도대체 그 남자는 뭐가 부족해서 평범하기 그지없는 S에게 끌렸던 것일까? 

(궁금증만 던져 놓고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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