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직접 민주주의의 시대?
[칼럼] 직접 민주주의의 시대?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2.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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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스포츠맨쉽은커녕 인간으로서의 예의조차 모르는 운동기계들이 국가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간 것 자체가 대한민국 스포츠의 민낯을 보여준다. 부끄럽다.

위의 인용문은 체육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동아대학교 체육학과 정희준 교수가 지난 2월 20일 SNS에 올린 글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인 와중에, 세 명이 한 조를 이루어서 스케이팅을 하는 종목인 스피드 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 출전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선수 한 명이 처진 상태에서 두 명만 먼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것을 계기로 빙상연맹의 학벌주의와 내부 고발자에 대한 집단 따돌림 등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들이 압축되어서 팀추월 경기 하나로 촉발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사람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하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약칭하겠음)”에 문제가 된 국가대표 두 명의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제출하였다. 어떻게 보면 국가대표 자격 박탈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요구하는 것이 조금 과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응축되어 보여진 점, 빙상연맹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런 청원을 심하다고 평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직접 민주주의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민주주의의 시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민회(民會)”라는 제도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가 운용되었다.(물론 여성과, 미성년자, 노예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후 게르만족에서도 민회가 있긴 했지만, 전제 군주정 체제 아래에서 오랫동안 민주주의라는 정치 시스템이 운용되지 않았다. 이후 미국 독립혁명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이 생기면서, 몇몇 주(州)에서 타운 미팅(town meeting, 지방자치단체에 있어서 정책결정권을 그 지역 주민들이 직접 가지는 주민참여의 한 형태. 필자 주)이라는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시행했고, 현재 미국의 일부 주에서 이 제도가 시행 중이다. 그 외에도 일본과 스위스 일부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공화정”, 혹은 “민주주의”가 시행된 것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그 시작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직접민주주의의 흔적을 찾긴 힘들 것이다. 중국과 한국이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전제군주정 체제를 유지했지만, 그 속에서 군주와 신료들은 “민심은 천심”이라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민심을 두려워하는 것은 군주가 가져야 되는 덕목 중 하나였고, 왕에게 간언(諫言)을 하는 직책을 따로 두었다. 그리고 신문고(申聞鼓)나 격쟁(擊錚) 등 백성들이 직접 왕에게 간언할 수 있는 제도를 두기도 했다.(이종우, 「신문고(申聞鼓)와 격쟁(擊錚)」, 『투데이신문』 2014년 1월 2일자 칼럼 참조)

근대적 국가가 나타난 이후 많은 인구와 넓은 영토 등 현실적 문제로 직접 민주주의는 간접 민주주의로 대체되었다. 즉 국민투표로 인해 뽑힌 대표자들이 국민들을 대신해서 국가를 운영하는 제도가 등장한 것이다. 현재 우리 헌법에서도 의회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간접민주주의적 대의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간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민투표나 국민발안, 국민소환 등의 제도가 운용중이다. 이것은 간접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를 시행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로 인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일 뿐, 간접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가장 이상적 형태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인터넷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시대다. SNS를 통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파악하고, 자신의 생각을 제시한다. 또한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요구도 제시한다. 바야흐로 직접민주주의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구 진영 정치권은 계속 대의 민주주의를 운운할 것인가? 수구 언론은 계속 자신들의 행태에 대한 반성은커녕 아직도 자신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생각할 것인가? 그러면 더욱 적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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