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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가운데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그만큼 올리지 않는 예대금리차를 통한 이자장사를 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치솟고 있는 상황에 은행들은 실적을 바탕으로 연말·연초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4대 은행의 순이자 이익은 19조9237억원으로 이는 2016년(18조2261억원) 대비 1조6976억원(9.3%) 늘어난 수치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5조394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이 4조9921억원, KEB하나은행이 4조8142억원, 우리은행이 4조7231억원 순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가 가계 대출 규제 억제와 부동산 규제에 나서면서 금융권에서는 대출 영업이 어려워짐에 따라 은행들의 실적이 나빠질 것이란 관측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는 정반대의 결과가 벌어졌다.

문제는 은행들이 이 같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큰 요인이 예대금리차를 통한 수익이라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은 2016년 원화 대출 평균금리 3.04%에서 지난해 3.08%로 0.04%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원화 예수금 평균금리는 같은 기간 1.25%에서 1.12%로 0.13%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예대금리차는 2016년 1.79%에서 지난해 1.96%로 0.17%포인트 올라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대출금리는 3.04%로 2016년과 동일했지만 예금금리는 1.36%에서 1.24%로 감소, 예대금리차는 1.68%에서 1.80%로 0.12%포인트 상승했다.

KEB하나은행의 대출금리는 2.91%에서 2.89%로 0.02%포인트 감소에 그친 반면 예금금리는 1.49%에서 1.37%로 0.12%포인트 떨어지면서 결국 예대금리차는 1.42%에서 1.52%로 0.1%포인트 올라갔다.

우리은행은 대출금리는 3.06%에서 3.02%로 0.04%포인트 내려갔으나 예금금리는 1.36%에서 1.25%로 0.11%포인트 감소하면서 예대금리차는 1.70%에서 1.78%로 0.08%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금리 상승으로 지난해 순이자이익만 20조원을 거둔 은행들이 연말·연초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200%에 달하는 연말 특별 보로금을 지급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기본급의 100%를 추가로 지급하면서 1인당 450만~1200만원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KEB하나은행도 지난해 말 직원들에게 기본급 200%를 성과급으로 지급, 관리자급 이하 직원은 현금으로 200만원 가량을 받았다.

우리은행도 올해 초 지난해 경영성과에 맞춰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 우리은행은 연봉을 1년에 18차례로 나눠주는데 직원들은 이 봉급의 200%를 성과급으로 받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 미국 채권금리 상승과 맞물려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인상되면서 금융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이자장사를 통한 실적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예대금리차는 1.9%포인트로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은행들의 전체 이익에서 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며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예대금리차가 벌어지게 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출금리의 경우 시장금리에 따라 움직이는데 지난해 하반기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을 받아 대출금리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반면 예금금리는 통상 기준금리에 의해 움직이는데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말에 금리를 올리면서 예금금리 인상이 상대적으로 더뎠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상금리를 올렸다면 은행들이 이익을 더 취했다고 볼 수 있지만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을 받은 것이므로 은행이 폭리를 취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인 만큼 예대금리차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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