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퇴짜 ‘나인원 한남’ 사업 차질
분양수익 차질 불가피, 수익저하 우려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들어서는 '나인원 한남'의 이미지 사진(사진제공=대신F&I)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들어서는 '나인원 한남'의 이미지 사진(사진제공=대신F&I)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대신금융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한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칫 사업 부실로 이어질 경우 그룹 모체인 대신증권도 타격이 불가피 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 자회사인 대신에프앤아이(F&I)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주택사업 ‘나인원 한남’의 설계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높은 분양가가 문제가 돼 거절 됐던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절차다.

3.3㎡당 6천만원이 넘는 역대 최고 분양가 아파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사업을 벌인 나인원 한남이 결국 설계변경을 통해 분양가 낮추기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수백억원의 분양 이익을 낼 것 기대됐던 ‘나인원 한남’의 분양수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신금융그룹이 지난 2016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부동산 개발 사업인 ‘나인원 한남’은 전체 사업비만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나인원 한남’은 한남동 외국인 아파트 부지 6만677㎡(약 1만8355평)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6242억원을 사들여 소수 자산가를 위해 해당 부지에 지하4층‧지상 최고 9층, 9개동으로 총 335가구를 건설, 분양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PE(프로젝트파이낸싱) 형태로 5% 이상 금리로 9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에 따른 이자 비용만 해도 하루 1억8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 HUG는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지 않아야한다는 기준을 내세우며 대신금융 측이 내놓은 3.3㎡당 평균 분양가 6360만원이 너무 높다며 거절한 것이다. HUG는 본사 심사를 통해 기존 최고 분양가인 3.3㎡당 4750만원까지는 허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분양 보증 승인을 받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금융 비용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그렇다고 PE 형대로 조달한 사업 자금의 이자 부담도 커져 사업을 더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우선 대신F&는가 설계 변경 등을 통해 분양가를 재산정해 HUG와 합의점을 찾아 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HUG가 원하는 수준까지 분양가를 낮춘다면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다.

당초 신청한 분양가대로라면 약 2600억원 수익 발생이 기대됐지만 분양가 인하시 최대 1000억원대까지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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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원 한남’ 사업의 불학실성은 시행사인 대신F&I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대신F&I는 1억8000여만원의 이자를 매일 추가 지불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이익 실현이 본격화 되는 시기도 당초 기대보다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신F&I의 장기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부정적’ 등급전망으로 지난해 만기 2년의 8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서 전량 미달 사태를 겪기도 했다. 시장의 부정적 전망이 대신F&I 전체 압박으로 이어진 모양세다.

고유사업인 부실채권 투자 사업인 NPL 비중도 감소된 대신F&I으로서는 외도성 부동산 개발 사업의 부실에 따른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 회사인 대신증권의 실적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대신F&I는 대신증권 전체 세전 이익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에 대신F&I의 수익성이 저조해지면 대신증권의 연결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대신증권이 재무지원에 나서야할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우려는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어룡 회장과 이 회장의 장남인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등 오너일가에 대한 책임론으로도 옮겨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 1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나아가 부동산 사업 부실이 오너일가의 전폭적 신임을 받고 있는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사장직을 맡아온 나재철 사장의 3연임에 ‘나인원 한남’의 성패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대신증권 측은 ‘나인원 한남’이 경영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나인원 한남 개발 사업은 별도로 운영되는 자회사의 사업”이라며 “직접 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만큼 경영이나 인사에 영향 줄 여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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