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에 고민 깊어지는 문 대통령
美 트럼프 행정부, 세이프가드 이어 철강까지 압박
통상압박 지속되면 한국 경제 무너질 수밖에 없어
북한과 대화 앞둔 문재인 정부, 그 돌파구는
자국우선주의 해법, 지한파 인사 배치가 중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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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우선주의를 노골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로 인해 한국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한 자세로 나올 경우, 우리 정부도 강경한 자세로 나가야 하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북한과 화해 모드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은 문재인 정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투데이신문 장승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으로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웠다. 그리고 그 자국우선주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밑거름이 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했고, 그에 따른 정책도 여러 가지 나왔다. 결국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예견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전지·모듈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다. 이로 인해 연간 120만대에 달하는 한국산 세탁기 수입물량에 대해 첫해 20%, 2년째 18%, 3년째 16%의 관세를 추가 부과한다. 초과물량에 대해서는 첫해 50%, 2년째 45%, 3년째 40% 관세를 부과한다. 또한 태양광전지에 대해서도 향후 4년간 2.5GW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첫해 30%, 이듬해 25%, 3년째 20%, 4년째 15% 관세를 추가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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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꺼내든 카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무역확장품 제232조’를 내세워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결과가 담긴 보고서와 조치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상무부는 이들 국가에서 생산한 철강 제품에 53%의 관세를 적용하거나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안건에 대한 검토를 거쳐 철강은 오는 4월 11일까지, 알루미늄은 4월 19일까지 제재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게다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가 미국 기업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에 대한 관세법 위반 여부도 조사 중이다.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자동차까지 조사 범위가 확대될 우려가 높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의 통상 압박은 전방위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견된 美 통상압박

미국의 통상압박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국보호주의를 표방했고, 또한 한미FTA 재개정을 시사해왔다.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유독 우리나라만 콕 집어서 통상압박을 가하는 이유에 대해 한미FTA 재개정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박 자체가 결코 미국 산업에 유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각) ‘미국 노동자들을 벌주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통상압박이 부메랑이 돼서 미국 근로자 및 소비자들의 피해를 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보도는 미국 내 철강업계 종사자가 14만명인 반면 자동차·항공·기계 등 철강 소재 제조업에는 그 16배가 넘는 노동자들이 고용돼 있다면서 고율 수입 관세는 제품의 단가를 끌어올리고 미국 내 제조비용이 올라 공장이 해외로 이전되면 미국 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수입산 철강에 고관세를 부과하자 철강업계 전체 근로자 수보다 많은 2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WSJ은 덧붙였다. 다시 말하면 이번 보호무역조치가 오히려 미국 내 경제성장 효과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단 WSJ뿐만 아니라 미국 내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조치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했다. 보복관세가 오히려 미국 내수 제조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소비자들은 제품을 더욱 비싼 가격에 처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일관하게 된다면 알루미늄 등의 경우에는 캐나다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의 생산량은 오히려 더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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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응

이런 미국 내 여론도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미국의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FTA 위반 여부 검토 등을 거론하며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세탁기와 태양광전지·모듈 등 세이프가드 조치는 WTO에 제소하고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국과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철강과 변압기에 대해서는 미국이 불리한 가용정보(AFA)를 적용해 고율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보고 WTO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하기로 했다. AFA란 반덤핑·상계관세 조사 시 피조사 기업이 제출한 자료가 아닌 제소자 주장 덤핑률 또는 보조금률 등 불리한 가용정보를 사용해 조치수준을 상향조정하는 조사기법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통상압박과 안보를 별개로 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야당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친북·친중으로 쏠린 외교정책이 낳은 참사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통상압박에 대해 정면대응을 선언한 것에 대해 “자기 지지계층 사람들에 대해서는 속 시원할지 모른다. 그러나 자기 지지계층 이외의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런 대응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적 고통을 줄 것인지 그것을 생각해보고 이런 결정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야당들 역시 통상압박에 우리 정부가 정면 대응을 하는 것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정면 대응 이외에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상압박에 대해 정부가 손 놓고 지켜볼 수 없기 때문에 정면대응을 하게 된 것으로, 당연한 조치라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때문에 미국 내 우호세력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 우호적인 미국 정치인들을 만나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도록 호소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정책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압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 의회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국 경제가 경제논리가 아니라 정치논리로 움직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인한 논란에 대해서도 경제논리 대신 정치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지역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고 있고, 이는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각 정당에서는 해당 이슈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며, 군산 지역 및 전북 지역에서 공식회의를 여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미래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한 대응 역시 경제논리 대신 정치논리가 작동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종북’ 정권이 만든 최악의 상황이라 비판하면서 색깔론을 들이밀고 있다. 이는 미국의 통상압박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는 동시에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통상압박이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미국 통상압박이 현실화될 경우 2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주력하는 정책 중 하나가 일자리 정책이다. 그런데 통상압박으로 인해 일자리 20만개가 사라지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주력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살아날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통상압박이 야당들에게는 기회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때문에 계속해서 통상압박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결국 지방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경제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통상압박으로 인해 상반기 수출이 쉽지 않게 되면서 대규모 실직사태가 하반기에 속출, 경제가 위기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철강이나 알루미늄 수출에서 문제가 현실화되기 시작한다면 포항이나 광양 등 제철소 주변 지역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하반기 경제위기설이 지방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통상압박이 장기화될 경우 통상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공장의 해외이전 추진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하면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공장들이 미국으로 대규모 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는 앞으로 남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골칫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고민은 바로 한반도 해빙 모드와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면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투트랙 전략이 얼마나 소용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상당한 상처를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통상압박이 가해지게 되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한과의 대화 모드에 치중할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이는 한반도 운전자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뉴시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뉴시스

美 의회 내 지한파 필요해

이 같은 상황의 돌파구로,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의 역할을 들 수 있다. 이방카 보좌관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을 참석하기 위해 23일 방한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아마도 정치적 행보 대신 미국 선수단의 응원 등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방카 보좌관에 대해 우리 정부가 기대를 갖는 이유는 통상압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을 해줄 사람으로 이방카 보좌관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 정치권 내의 지한파다. 일본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지일파 인사들을 대거 미국 정가에 배치한 점을 살펴볼 때 우리 정부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말로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러한지는 불투명하다. 때문에 보다 현실적으로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서는 지한파 인사들을 정가에 대거 배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 및 북한을 향해 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게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외교가 무너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경제도 무너지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함께 무너질 수도 있다. 때문에 굳건한 한미공조를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미국 경제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수출의 다변화를 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 있을 한미FTA 재개정 협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한미FTA 재개정 협상에서 통상압박을 타개할 수 있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통상외교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올해 상반기 통상압박을 어떤 식으로 견뎌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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