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문단_내_성폭력과 '갑질' 청산을 위한 토론회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단_내_성폭력과 '갑질' 청산을 위한 토론회 ⓒ투데이신문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단_내_성폭력과 '갑질' 청산을 위한 토론회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최근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과 관련해 문단을 비롯한 문화예술계 성폭력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문단_내_성폭력과 '갑질' 청산을 위한 토론회’가 28일 열렸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유은혜·김해영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문단이나 예술계의 경우 관련 협회에서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의무조항이나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 고충을 어디에 상담하고, 피해에 대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지가 분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 예술계는 업종의 특성도 있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와 관련 업계의 특성이 잘 결합된 신고나 상담 지원이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는 구조 필요하다”며 “피해자에 대한 지원 체제가 명확해야만 그간 숨어있던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피해에 대한 지원과 회복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이선경 변호사는 SNS를 통한 성폭력 피해사실 폭로, 미투 운동의 원인으로 “피해자들은 자신이 입은 피해를 현재 국내의 법체계로는 해결할 수 없는 환경에 있거나 해결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에 법적인 해결절차를 통하지 않고 미투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처벌하기 쉽지 않고, 조직 안에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제대로 징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며, 오히려 공식적인 방법으로 문제제기를 했을 때 돌아올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 공식적인 해결절차를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미투 운동은 공식적인 해결절차를 통해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느낀 피해자가 절망적인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보내는 구조신호”라며 “단기적으로는 한국작가회의나 한국시인협회에서부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만들어 문단 내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소연 시인은 문단 내 성폭력이 지속되는 이유로 등단제도와 문예지 작품청탁권 등을 기반으로 한 문단의 집중된 권력구조를 꼽았다.

이 같은 집중된 권력구조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심사위원·기획위원 등 겸임을 줄이는 내부규정이나 관행 개선을 통한 권력 분산 △등단제도 페기 또는 무력화 △작품 청탁권을 내려놓는 문예지의 개혁 △기성 문예지의 영향력 축소가 병행되는 대안지대 활성화 △심사위원 기획위원 교수 등 결정권자의 성비 균형 △작가 권익에 대해 활동하지 않는 작가단체의 변화를 제시했다.

또한 공공부문의 문화예술계 성폭력 해결 시스템 구축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문화예술계 성폭력 전담 기구 설치 △문화예술계 성폭력 실태 조사 실시와 정례화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등을 촉구했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반지부 박진희 여성위원은 “2016년 가을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에서 실시한 ‘출판계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0% 가량이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며 출판산업에서의 성폭력 실태에 대해 짚었다.

박 위원은 “출판산업은 1097개의 사업장 가운데 종사자 수 5인 미만, 10인 미만의 사업체가 880곳에 이를 정도로 영세한 사업장들이 다수를 차지한다”며 “많은 사업장들이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과 같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출판산업은 외주노동자가 없으면 사실상 유지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지만 외주노동자에 관한 보호 장치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며 “외주노동자가 업무와 관련해 성폭력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재직노동자처럼 업무상 위계로 인정받고 사업주를 처벌하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성폭력 문제 있어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상의 허점에 대해 꼬집었다.

인하대학교 국어교육과 김명인 교수는 문단 내 성추문에 대해 한국 문단 내 미시적 권력관계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문단 내 성추문은 한국 문단이 오랜 관행과 습속으로 스스로 굳혀 온 미시권력관계망의 존재를 논외로 하고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작금에 들려오는 문단 내 성추문의 대부분은 미시적 권력관계에 기생한 약자에 대한 수탈의 형식을 띠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각종 인맥과 서열, 그로부터 발생하는 미시권력들이 다른 사회집단과 다를 바 없이 촘촘하게 존재하면서 동시에 자율성의 이름으로 은폐되거나 보호받는 문단이라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이제 해체돼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대신 어떤 위계도 차별도 발 들여놓을 수 없는 진정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문인 작가들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상상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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