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단장 중심으로 대북 특사 방북
1박 2일 짧은 여정에도 관심도는 ↑
북미대화 테이블에 앉히느냐 마느냐
모처럼 맞이한 대화…과연 그 결실은

정의용 수석대북특사(국가안보실장)와 서훈 국정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이 5일 서울공항에서 특별기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용 수석대북특사(국가안보실장)와 서훈 국정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이 5일 서울공항에서 특별기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5일 대북특별사절단이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대북특사의 방북 결과에 따라 향후 한반도의 정세가 완전히 뒤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번 특사단의 어깨에 짊어진 짐이 많다. 모처럼 맞이한 남북관계 해빙기를 계속 누릴 것인지, 긴장 관계를 다시 만들 것인지의 기로에 놓여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대한민국 정부 인사가 10년 7개월만에 북한을 방문한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들어 이어진 대북 강경 노선에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 국면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 친동생인 김정은 제1부부장이 방남한 데 이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은 한반도 긴장 관계를 일시적으로 녹이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문 대통령을 방북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여건이 조성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방북 의지는 강하다. 이번 대북 특사는 이런 문 대통령의 의지에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용 수석대북특사(국가안보실장)와 서훈 국정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이 5일 서울공항에서 특별기 탑승 전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이 5일 서울공항에서 특별기 탑승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용 실장이 이끄는 방북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5일 특사단을 이끌고 방북길에 오르기 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간 대화와 관계 개선의 흐름을 살려 한반도의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를 위해 긴요한 남북 간 대화는 물론,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다양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협의하고자 한다”면서 이번 방북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저와 모든 특별사절단 단원은 이번 방북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성원, 국내외 기대에 부응하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번 방북의 목적을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화라고 밝혔다. 정의용 실장을 단장으로 내세운 것은 그만큼 북미대화가 가장 큰 이슈라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가 있어야 남북정상회담도 있다는 뜻을 계속해서 내비쳤다. 따라서 이번 방북 역시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방북이다. 이런 이유로 정가에서는 정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어느 정도 조율을 맞췄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북미대화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정부가 북한에게 하는 제안이 문 대통령의 친서에 담겼을 것으로 보이고, 그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이 받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도중에도 강경한 모습을 보였으며, 끝나고 난 후에도 강경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미국의 강경한 모습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오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즉, 미국이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문재인 정부가 온화한 제스처를 취하게 된다면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게 되지 않겠냐라는 분석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이 탑승한 특별기가 5일 서울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뉴시스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이 탑승한 특별기가 5일 서울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뉴시스

핵심은 비핵화

결국 남북관계에 있어 가장 핵심은 아무래도 비핵화다. 북한은 방북하는 대북특사단에 대해 비핵화 논의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와 미국 행정부의 바람은 북한의 비핵화다. 즉, 북한이 핵과 관련된 모든 것을 중단하고,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대한 목표다. 반면 북한은 자신들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이 인정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를 통해 체제 유지를 하겠다는 의지다. 이처럼 남북의 시선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번 방북이 쉽지 않은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비핵화는 아니더라도 당분간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겠다는 선언 정도를 받아오는 것만 해도 큰 성과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정부나 미국 행정부 역시 북한의 비핵화 선언을 당장 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비핵화 보다는 당장 핵실험 조건부 중단 등의 성과를 받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우리 정부나 미국 행정부가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당장 있을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연기 혹은 축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정상회담 혹은 북미 대화에 있어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북한으로서는 가장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때문에 이 문제를 놓고 상당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려운 여정

결과는 둘 중의 하나다. 의외로 술술 잘 풀려서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대화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대화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고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강 대 강 치킨게임을 시작한다면 아마도 대화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이번 대북 특사로 인해 북한과 미국 양쪽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또 우리나라 국민에게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번 대북 특사는 한반도의 미래를 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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