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광고 캡쳐본
ⓒSK텔레콤 광고 캡쳐본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최근 20대 직장인 A씨는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광고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름 신조어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화면 속 말장난 같은 ‘애바쌔바참치꽁치’를 외쳐대는 광고모델의 말이 해석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세대 간 격차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급식체 난무하는 광고, 무슨 뜻?

최근 SK텔레콤이 선보인 급식체를 사용한 광고도 여러 반응을 낳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22일 온라인과 일부 케이블 매체에 ‘어서와 새학기엔 T월드’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했다.

이 광고에는 프로야구 선수 홍성흔씨 딸인 홍화리양이 등장해 급식체를 사용한다. 홍 양은 “애들은 다 띵작폰 쓰는데 내 폰은 노답클라스, 실화임?”이라며 광고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고딩이 되면 애바쌔바참치꽁치 오지게 공부할 거니까 폰 바꿔주기로 한 약속 지키는 부분”이라며 “빼박캔트 반박불가”라고 말한다.

이어 “그리고 딴 애들은 다 T월드에서 폰 바꾸는 각, 그러니까 졸업 입학 축하는 T월드에서 받을게요”라며 광고가 마무리 된다.

이 같은 광고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재밌다”, “신선하다”라는 좋은 반응도 있는 반면 “듣기 거북하다”, “언어파괴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반응도 많았다. 특히 급식체가 익숙한 10대를 제외한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 중장년층의 반응은 더욱 부정적이었다. 이에 SK텔레콤은 광고를 현재 중단한 상태다.

‘에바쎄바? 띵작?’ 그들만의 언어

몇 년 사이에 급식을 먹는 10대들이 쓰는 언어를 뜻하는 일명 ‘급식체’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급식체 특강’을 하는 등 급식체의 파급력은 세대를 뛰어넘고 있다. 10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SK텔레콤의 해당 광고는 이 같은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급식체 돌풍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대부분 초성, 은어, 비속어 혹은 줄임말로 이루어진 급식체가 제대로 한글을 배워야하는 초·중·고등학생들이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광고 속 표현의 폭이 넓어진 풍토다. 특히 지상파 방송용이 아닌 인터넷 바이럴 광고 영상에서는 톡톡 튀는 기발한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다. 이 같은 광고로 확실히 기억에 남는 광고 효과를 누릴 수도 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성적인 부분을 소재로 한 아슬아슬한 수위의 자극적인 광고나 알아듣기 어려운 말장난과 같은 광고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광고에 등장하는 급식체 단어를 몇 개 풀이해보자면 먼저 ‘띵작’은 ‘명작’을 뜻한다. 이는 ‘명’이라는 글자와 ‘띵’이라는 글자가 멀리서 보면 유사해 보인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노답클라스’는 ‘노(N0)+답’으로 즉, ‘답이 없다’라는 것을 뜻한다. ‘실화임?’은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는 실화의 사전적 의미와 달리 어이없거나 믿기 어려운 상황을 두고 쓰이는데 유래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게임중계방송 아프리카 tv BJ의 입버릇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설과 팟캐스트 사용자들의 장난스런 대화법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고딩’은 ‘고등학생’, ‘에바쎄바참치꽁치’ 중 ‘에바’는 ‘over’의 변형으로 ‘그건 좀 아니다’라는 듯의 ‘에바다’라는 말로 많이 쓰였다. 여기에 랩처럼 비슷한 단어로 말을 만들어 이어붙이다보니 외국의 통조림 브랜드인 ‘에바 참치’를 붙이고 거기에 별 의미는 없지만 ‘쎄바’라는 말을 보태고 그 뒤에 ‘-치’로 끝나는 말들을 붙여 ‘상황의 에바함’을 더욱 강조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에바쎄바참치꽁치’, ‘에바쎄바참치꽁치김치넙치삼치시금치’ 등으로 ‘내가 정말 에바한 기분을 느낀다’로 활용된다.

‘빼박캔트’는 ‘빼도 박도 못한다’라는 말의 변형으로 ‘빼도 박도+캔트(can’t)’를 붙인 말이라 설명할 수 있다. ‘반박불가’는 ‘이거레알 반박불가’라는 말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건 진짜 반박할 수 없다’라는 뜻으로 반박하기 힘들 정도로 논리적인 주장을 지지할 때 사용된다. ‘각’은 ‘뭔가 이뤄낼 만한 판세 혹은 뭔가를 하기 적절하거나 뭔가가 벌어질 것 같은 상황’을 뜻하는 말로 ‘각을 내다, 각을 잡다, -할 각이다’ 같은 식으로 쓴다.

SK텔레콤에 물어보니

어떤 의도로 이 같은 급식체를 사용한 광고를 한 것인지 SK텔레콤에 직접 물어봤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신학기를 맞아 학교로 돌아가는 학생들의 프로모션 내용을 담다 보니 어린 친구들이 쓰는 용어를 광고에 반영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광고에 자막이 나오는데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 광고 모델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린 친구들이 쓰는 언어를 광고에서 사용한 사례는 많았지만 완전히 급식체로만 말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광고이다 보니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광고는 지난달 말쯤에 내려갔다”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바꿔봤다

이 관계자는 말을 토대로 해당 문구를 해석해보면 “애들은 다 좋은(명작) 폰 쓰는데 내 폰만 좋지 않은 거 사실인가요?”, “고등학생이 되면 정말 열심히 공부할 거니까 폰 바꿔주기로 한 약속 꼭 지켜야 할 사실입니다”, “그리고 딴 애들은 다 T월드에서 폰 바꿔준대요, 그러니까 졸업 입학 축하는 T월드에서 받을게요”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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