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연의 그린라이트㉑] 연애 도사들의 숨겨진 아픔 II
[안소연의 그린라이트㉑] 연애 도사들의 숨겨진 아픔 II
  • 안소연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07 14:4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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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소연 칼럼니스트▷성우, 방송 MC, 수필가▷저서 안소연의 MC되는 법 안소연의 성우 되는 법
▲ 안소연 칼럼니스트
▷성우, 방송 MC, 수필가
▷저서<안소연의 MC되는 법> <안소연의 성우 되는 법>

S의 외모를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상위 30%의 끝자락쯤? 그것도 풀메이크업을 한 상태에서 그 정도였다. 게다가 S에게는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곱디곱게 화장을 하고서는 넝마 같은 옷을 입는다든지, 다들 숨어서 피우는 담배를 굳이 첫 대면에서부터 뻑뻑 빨아댄다든지, 발라드 아니면 운동권 가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던 그 시절, 전국노래자랑에 나오는 트로트 음악만 듣는다든지... 그런 행동들이 이성에게는 별로 매력적일 것 같지 않았건만 묘하게도 그녀의 애프터 확률은 90%였다. 우리는 그것이 어딘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애프터라는 말을 많이 썼다. 소개팅, 미팅에서 만난 남녀가 서로 맘에 들어 한 번 더 만나기로 하는 걸, 애프터 신청했다, 애프터 받았다, 라고들 했다.)

그 조각 미남을 만나던 날도 S는 분위기 좋은 카페 탁자에 한쪽 팔을 길게 뻗고 엎드려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었다고 했다. 쌍팔년도의 아가씨가 이성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그것도 굳이 일찍 도착해서 쿨쿨 잠을 자고 있다? 그런데도 그 조각미남은 S에게 첫눈에 반했다?

나는 그녀에게 빠져들었던 남자들이 ‘의외성’을 사랑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S는 소위 ‘이대 나온 여자’다. 그런 여성에게 기대하는 세상의 선입관, 혹은 편견 같은 걸 가차 없이 깨부수는 그녀의 행동에서 사람들은 의외의 신선함을 느꼈던 거다. 평생을 엄친아로 살아 온 그 조각미남도 S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며 어딘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꼈던 게 아닐까?

그런데 허무하게도 S는 그 남자와 손 한 번 잡아보지 않고 헤어져버렸다.

하필이면 그 조각미남이 보여준 수많은 친구들 중 가장 못 생기고 멍청하고 촌스러운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것이다. 자칭 의리녀인 S는 친구 사이를 갈라놓는 나쁜 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혼자 조용히 속앓이를 하다 둘 다 정리했지만 그 후, 그녀의 남성 편력을 계속 지켜 본 나로서는 두고두고 그때의 결정이 아쉬웠다. 조각미남은 외모를 떠나서도 그녀가 굉장히 선호하는 타입의 남성이었다. 아는 게 많지만 말 수가 적고, 자신감으로 꽉 차서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쉬이 흥분하지 않았고, 자기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공정한, 그러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정말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그런 남자였다. 뭐 직접 오래 사귀게 되었더라면 그에게도 구멍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런 멋진 남자를, 게다가 미남에, 전도유망한, 엄청난 부잣집 아들이기까지 한 남자를 한 달 반도 안 만나보고 먼지처럼 훅- 불어버리는 그녀가 참으로 안타까웠다. 당시 친구들은 그녀의 별명인 ‘한 달 반’을 외치며

“야, 니가 왜 한 달 반이야. 한 달 반만 만나고 헤어지니까 한 달 반이잖아. 그러니까 이 남자하고도 한 달 반만 만나 봐. 진짜 아깝다구~.”

애원을 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그녀는 짧은 만남을 계속했다. 어느 해 여름, 속초로 대학친구들이 함께 여행을 간 일이 있는데 그녀는 그날 밤, 한 나이트클럽에서 정확히 30명의 남자 아이들에게 집 전화번호를 주고 돌아왔다.

나는 그날 밤 처음으로 S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행동은 ‘의외의 매력’ 같은 이름으로 미화될 수 없는 거였다.

그 여행을 다녀와서는 더 심했다.

그녀는 방학 동안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학교에 나와 가을에 있을 무슨 공연 준비를 했는데 아침 9시, 점심시간인 12시, 연습이 끝나는 5시에 각기 다른 남자 아이들과 만날 약속을 잡아왔다. 대부분 그 여행에서 전화번호를 나눠줬던 아이들이었다. 아침, 점심엔 짧게 한 시간씩, 저녁 타임에는 두어 시간.

그 한 두 시간을 보겠다고 전국 각지에서 오는 애들도 한심했지만 술김에 전화번호를 준 게 잘못이니 한 번씩은 만나줘야 책임을 다하는 거라는 S의 주장은 더 납득이 안됐다.

그녀의 남성편력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다.

예전에 그녀가 이런 얘길 했었다.

“밤에 잠이 안 오면 입 맞췄던 남자들 숫자를 세어보곤 해. 근데 세다 보면 꼭 한 두 명 빼먹거든. 그걸 다시 끼워 넣고 처음부터 다시 세다보면 또 누군가 빠지고... 그래서 그 남자를 끼워 넣고 다시 세고...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잠이 와.”

“몇 명이나 되디?”

“한 50? 정확하지는 않아. 더 있을지도 모르고...”

‘50이 넘는다고?!’

나는 놀란 표정을 감추려고 꽤나 애써야했다.

게다가 이 대화가 오고 간 것은 그녀가 처음으로 한 남자와 길고 안정적인 남녀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때였기에 더욱 당혹스러웠다. 어떻게 하면 나이 서른에(당시 그녀의 나이) 50명의 남자와 키스를 해봤을 수 있을까? 키스방 알바라도 했단 말인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죄송하지만 또 다음에 계속... 스포: 이 이야기는 미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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