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 ⓒ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지난 2017년 대선 과정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관계자들이 당시 캠프의 비민주주의적인 분위기를 폭로하며 피해자 김지은씨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이들은 이날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성명서를 내고 “저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안희정의 가치를 믿고 그와 함께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안희정에 대한 믿음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앞에선 #미투를 운운하며 뒤에서 성폭력을 자행한 그의 이중적 행태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성명서는 앞서 안 전 지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팀 스틸버드’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2017 민주당 경선 안희정 캠프’의 구성원 중 일부 멤버들의 메시지 전달을 요청받아 대신 전한다”는 설명과 함께 공개됐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당시 캠프에서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이 만연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며 “선배에게 머리를 맞거나 뺨을 맞고도 술에 취해 그랬겠거니 하고 넘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만연한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어쩌다 나에게만 일어난 사소한 일’이 아니라,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며 “그럼에도 그저 캠프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주의는 안희정의 대표 슬로건이었지만, 캠프는 민주적이지 않았다”며 당시 캠프 내 비민주주의적인 분위기도 꼬집었다.

이들은 “‘너네 지금 대통령 만들러 온 거야’라는 말은 당시에는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말로 받아들였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안희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맹목적인 순종을 낳았다”며 “정작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면 묵살당하는 분위기에서 선배들과의 민주적인 소통은 불가능했다”고 했다.

아울러 “저희 역시도 그러한 문화를 용인하고 방조하는 데 동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죄책감마저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김지은 씨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줄 것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발표할 것을 지시한 비서실 인사가 누구였는지 밝히고 민주당 당헌과 당규에 따라 성폭력 방조죄로 징계할 것 △모든 당은 안 전 지사 관련 수사를 적극 지원하고, 정치권 내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끝으로 “마지막으로 김지은씨에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옆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며 “그분의 용기 있는 고백이 없었다면 우리도 피해자가 됐을지 모른다. 저희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든 피해자 분들과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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