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군인권센터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당시 군 수뇌부가 소요사태 발생에 대비해 무력으로 진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국방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군인권센터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구홍모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이 사령부회의를 주재하며 ‘소요사태 발생 시 무력 진압’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논의가 가능했던 것은 ‘위수령(대통령령 제17945호)’이 온존하기 때문”이라며 “탄핵이 기각돼 박 전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시 촛불혁명에 나선 시민들을 무력 진압하는 상황을 예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수령은 치안 유지에 육군 병력을 동원하는 조치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없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법령이다. 위수령 제15조에 따르면 위수사령부 소속 장병은 폭행을 저지르는 자 또는 폭력이 수반된 소요 발생 시 총기를 발포 해 진압할 수 있다. 또 제17조에 따르면 현행범을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
군인권센터는 “(탄핵 기각으로) 박 전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시 위수령을 선포해 촛불혁명에 나선 시민들을 무력 진압하는 상황을 예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와 군 수뇌부가 군 투입을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의원은 탄핵소추안 가결 후인 2016년 12월과 2017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국방부에 위수령 폐지 의견을 질의했다. 당시 합동참모본부 합동작전과에서는 합참 법무실에 법령 검토를 의뢰했고, 법무실은 이에 대해 폐지의견으로 회신했다.
그러나 합참이 한민구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이를 보고하자 한 장관은 존치 의견으로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국방부 법무관리관 주도하에 이뤄졌는데, 당시 법무관리관은 청와대 파견 법무관들과 자주 교감했기에 위수령 존치는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군인권센터의 설명이다.
군인권센터는 “청와대, 군 지휘부, 법무계통이 은밀히 모의해 탄핵 기각 시 군 병력을 투입하는 ‘친위 쿠데타’를 기획한 것”이라며 “군 지휘부, 법무계통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을 내란음모 혐의로 색출해 엄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군인권센터는 ▲위수령 즉시 폐지 ▲개헌 시 계엄령 발동 조건 개정 등을 요구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오후 “사실관계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