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BGF리테일이 인적분할 및 유상증자를 함에 따라 BGF리테일 홍석조 회장과 오너일가는 지분율이 높아져 지배력이 공고해지는 순서를 밟고 있지만 주가 하락이 지속돼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BGF리테일이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지주사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지주사 체제로 변경하는 단계에서 공매도 세력과 결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지난달 28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BGF, BGF리테일 관련 조사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소액 주주라 밝힌 글쓴이는 “6조원 상당의 회사를 블록딜(장이 마감된 후 이뤄지는 대량 매매)을 감행하여 4조원으로 추락시킨 후 인적분할을 이유로 5천억원 규모의 모회사와 3조원 규모의 사업 회사로 나눴다”라며 “이후 모회사에서 유상증자 1조원으로 사업회사 지분 30%와 교환했다. 사업주는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모회사 지분을 70%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정상이냐”고 주장했다.

이어 “차후 자식에게 훨씬 적은 돈을 들이고도 회사를 물려줄 수 있다면 이 또한 정상이냐”라고 비난했다.

앞서 BGF리테일은 지난해 6월 기존의 BGF리테일을 투자부문(BGF, 분할 존속회사)과 사업부문(신설 BGF리테일)로 인적분할한다고 공시했다.

지분 관리 및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 부문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 각 사업부문의 전문화를 통해 핵심사업의 집중투자 및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고 지배구조 체계 변경으로 기업가치와 주주의 가치를 제고한다는 목적에서다. 이후 BGF는 신설 BGF리테일과 지분 교환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1월 지주회사로 출범한 BGF는 올해 1월 규모만 1조916억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또한, 자회사인 BGF리테일 주주들의 보유 주식 518만여 주를 공개매수 하기로 했다.

BGF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자회사인 BGF리테일의 지분 30%를 보유하게 된다. BGF가 공개매수까지 하며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려는 이유는 지주사 요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지분율 요건이 상향 조정된 개정안(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 보유)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 공개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홍 회장과 오너 일가의 지분이 늘었다. 기존 BGF리테일의 지분 31%를 보유했던 홍 회장이 유상증자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홍 회장의 지분이 늘면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BGF리테일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 및 유상증자를 함에 따라 홍 회장과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주주들은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주사체제 전환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기준 지난해 12월 8일 최고가가 4만2100원이었던 BGF 주가는 최저가 1만16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12월 11일 최고가 24만9000원을 기록했던 BGF리테일의 경우 이날(8일) 최저가 14만9500원을 기록했다. BGF와 BGF리테일 주가가 3개월 만에 모두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업계의 경쟁 심화와 편의점 비수기에 따른 실적악화 등 전반적인 시장 요인이 주가하락의 원인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BGF리테일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주사 체제로 변경해 이 같은 결과를 내는 게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나아가 BGF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지난 2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BGF‧BGF 리테일의 주가 의심사례 조사청원’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 속에는 BGF의 유상증자 신청기간동안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인 대차잔고가 과도하게 늘었다며 공매도와 관련한 불공정 거래가 의심된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글 하단에는 “공매도로 개미들을 죽이고 있다”, “잘못된 자본가의 인위적인 주가조작을 조사해 달라”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BGF가 공매도세력과 결탁,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날 BGF와 BGF리테일의 주가 조작이 의심된다며 조사를 해달라는 청원 글이 또 올라왔다.

해당 청원 게시물에서는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설립과정에서 재벌 경영진은 막대한 시장지배력 강화를 하고 있으나 개인 투자자들은 무한한 손실과 리스크를 입고 있다며 공매도 세력과의 결탁이 의심된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BGF리테일은 공매도 거래량 상위 종목에 종종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지난해 8월 한국거래소는 BGF리테일을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BGF리테일 측은 주가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회사 차원에서 주가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공매도 등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는 “기업이 특정세력과(공매도 등의 결탁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기업분할의 목적은 경영 투명성 제고, 주주가치 극대화, 각 부분의 전문화를 하기 위해서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투자 리스크와 사업 리스크를 분리해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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