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열 칼럼니스트-전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경영학 박사
▲ 김정열 칼럼니스트
-성균관대 경영학과 초빙교수
-경영학 박사

어린 시절, 펜에 잉크를 묻혀서 한자한자 정성껏 펜글씨 연습을 해 숙제로 제출하곤 했다. 부유한 가정의 졸업생 또는 입학생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파커 만년필이었다. 하절기의 흰색 교복이 누레지면 파란색 잉크를 엷게 물에 풀어서 푸른색이 도는 교복을 만들어 입고 다녔다. 최근, 여러 가지 필기도구의 발전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펜과 잉크, 만년필 등이 멀게만 느껴진다.

파커 만년필의 명성을 자랑하는 파커사는 조지 새포드 파커가 1892년 3월 8일에 세운 영국의 필기 도구 제작회사로, 1993년 유명 볼펜 질레트 본사가 인수했다. 1900년대 초 볼펜, 만년필, 샤프, 수성펜 등을 내놓으며 유명해졌고, 과거에는 미국 백악관 공식 필기구 납품 업체였으나 현재는 크로스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만년필(萬年筆)’이라는 단어는 일본어 만넨히츠(万年筆)에서 온 것으로 ‘만년 동안 쓴다’라는 의미가 있으며, 1884년 만년필을 일본에 처음 들여온 주식회사 마루젠(丸善)이 이름 붙였다는 설이 있다. 순 우리말로는 ‘졸졸붓’이라고 한다.

얼마 전, 모교인 성균관대학교의 학위 수여식 날을 맞으며, 경영전문대학원의 총동문회 회장께서 매회 때 마다 졸업생 1인에게 몽블랑 만년필을 선물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문득, 회사 생활을 하던 시절, 제조사에서 선물로 받았던 몽블랑 볼펜과 만년필이 떠 울랐다. 그때, 만년필을 건네주던 제조사의 직원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나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는 생생하다.  

만년필 뚜껑의 꼭대기 부분에 흰색 별 모양은 알프스 산에 눈이 쌓인 것을 형상화 한 것 이라는 이야기이다. 누군가 몽블랑 볼펜을 쓰고 계시는 분들을 보면 이 이야기가 떠오르며, 왠지 몽블랑 펜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몽블랑 회사에 아는 직원도 없고, 아무 연고도 없는 저자가, 흰색 별(몽블랑 스타)모양이 알프스 산에 눈을 형상화 했다는 그 한 줄의 이야기를 몇 십년이 지나도록 기억하고, 그 이야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쓰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이 신비스러운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몽블랑 브랜드 로고 “몽블랑 스타” 이다.

위키디피아에 따르면 몽블랑사는 1913년에는 브랜드 로고로 '몽블랑 스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로고인 '몽블랑 스타'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인 몽블랑 산의 눈 덮인 정상을 뜻하고, 장인 정신으로써 질이 가장 좋은 물건을 만들겠다는 속뜻이 있다. 

몽블랑은 만년필을 비롯한 필기구, 가죽제품, 시계, 쥬얼리, 향수 등을 제작·판매하는 독일의 명품 브랜드다.  몽블랑의 탄생은 친구 사이였던 함부르크 태생의 금융가 알프레드 네헤미아스와 베를린 태생의 엔지니어 아우구스트 에버스타인이 1906년 휴가 때에 함께 미국 여행을 하며, 개량된 ‘만년필(Fountain Pen)’을 접하게 됐다. 이들은 투자자인 문구상 클라우스 요하네스 포스를 지인으로부터 소개 받아, 파리에서 만년필 제조 공장을 세우고, 1908년 '필러 펜 컴퍼니'를 설립하게 된다. 필기구의 명가 ‘몽블랑’이 탄생한 것이다.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한 몽블랑은, 영국의 엘리자베스2세 여왕,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미국의 버럭 오바마 대통령 등 유명인사들의 문서에 서명을 담당했다.

다양한 문서와 서명이 일상화 된 현대 사회에, 우리가 하는 서명들이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인터넷과 첨단 기술이 발달한 미래 사회에 펜의 존재와 기능은 어떻게 변화 할지, 미래에 명품브랜드의 역사가 담긴 로고디자인과 상품들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그저, 우리는 새로운 틀의 미래 산업과 직업군이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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