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 “일한 만큼 정당한 임금 당연히 지급해야”
관장 “능력 없이 높은 임금 원하는 사범들 많아”
사범 열정페이, 만연하다면 근로감독 필요해
갈등의 종지부, 서로에 대한 이해 우선돼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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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지난달 27일 태권도 커뮤니티 ‘태권도세상’에서 진행하는 스트리밍 방송에서는 하루 12시간·주 6일 근무하며 월 60만원 받는 교범(보조사범)의 사연이 소개됐다.

다수의 전·현직 사범들은 반나절 가까이 체육관의 온갖 일을 다 하면서도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열정페이’라고 격하게 공감하는 반면 고용주인 체육관 관장들은 능력과 경력이 부족한 사범들에게 요구하는 만큼의 임금을 줄 순 없다고 반박했다.

12일 ‘태권도세상’이 태권도 사범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기준 적정 월급’에 대해 응답자 489명 가운데 ▲100만원 이하 9명 ▲100~150만원 131명 ▲150~200만원 216명 ▲200~250만원 103명 ▲250만원 이상 17명 ▲의견 없음 13명으로 집계됐다.

응답자들이 제시한 급여의 기준은 최저임금이며, 관장과 사범은 임금과 관련해 가장 큰 의견충돌을 보인다는 게  태권도세상 측의 설명이다.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월 157만3770원이다. 12시간 가까이 일한다는 사범들의 의견에 따라 하루 12시간 주5일 기준으로 월 약 200만원이며 주휴수당, 주말까지 근무하는 사범들의 경우 추가 근무 수당까지 반영하면 이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

전직 태권도 사범 김정호(가명)씨는 “사범으로서의 기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력이 부족하다’,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건 부당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범들은 관장이 스승이란 이유로, 언젠가 체육관을 차릴 것이란 생각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직 사범 A씨는 “언젠가 체육관을 열 생각이지만 사범으로만 근무하면서 그 목표가 실현 가능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때문에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스럽다”라며 “태권도뿐만 아니라 검도, 합기도 등 모든 체육관 사범들이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고용주인 체육관 관장들은 노력도 않는 ‘허수아비’ 사범들도 많은데 그들에게 무작정 높은 임금을 줄 순 없다고 반박했다. 일종의 서비스업인 체육관은 특성상 사범에 따라 경영상태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현장에 대한 이해, 업무능력에 따라 임금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관장 B씨는 “지금의 관장들도 사범 시절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며 적은 임금을 받았다. 하지만 시대에 맞춰 사범들의 임금을 올려줄 필요가 있다”라며 “다만 사범들도 충분한 경력과 능력을 토대로 적정한 임금을 제시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관장 C씨는 “사범은 능력에 따라 임금이 달라진다. 능력은 부족하면서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사범들도 있다”면서 “사범은 체육관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 사범 덕분에 체육관이 잘 운영되면 임금을 적게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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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된 행태라면 근로감독 필요”
“관장과 사범, 동상동몽 해야”

이와 같은 체육관 사범들의 근무실태에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장과 사범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함과 동시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송은희 간사는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시간과 계약 내용에 따라 임금을 지불하도록 규정돼있지 능력에 따라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며 “개인적인 주장일 뿐 법적으로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제관계, 범위가 좁은 업계 특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범들이 부당한 것들을 감수하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이 같은 일이 다수의 사업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 노동부의 근로감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태권도세상 박광범 대표는 관장과 사범 사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관장은) 근로시간에 따라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사범은)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관장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사범을 고용하는 것은 개인사업자가 근로자를 고용해 월급을 주는 것과 같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아 노동청에 신고가 접수되면 결국 그 피해는 관장의 몫이다”라며 “올바른 임금지급으로 사범과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인 사범은 고용주에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기 전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하겠다는 마음가짐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시간이 흘러 훗날 관장이 됐을 때 사범을 귀하게 대하는 관장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수련생을 교육하는 거대한 두 기둥인 사범과 관장이 동상이몽이 아닌 동상동몽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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